식품에는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문제로 집사람과 자주 싸웁니다.

저는 유통기한이 넘은 음식을 잘도 먹습니다. 위가 좋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같이 회를 먹은 7명중 6명 모두가 식중독으로 고생을 했지만 저는 멀쩡했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니까. 그래서 마트에 가면 유통기간의 끝에 다다른

“막장”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이 제 특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광우병 사태 때 미국 소고기를 피한 것은 위험해서라기보다는 그 A-미트

사장 꼬라지가 더 미워서 안 사먹었고, 사먹는 사람에게도 이런 취지로 말렸습니다.

  

궁금한 것은 그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입니다.

만 명 중 한 명 정도가 사고가 날정도 인가요 ? 요즘에는 일본지진 때문에, 그

일일 허용 방사능 수치라는 것에 관심이 꽂혔습니다. 만일 그 허용치를 넘으면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요 ? 제 느낌으로는 1/10000 정도의 확률로

질환이, 작은 질환이 나타날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 반대편 쪽에서 관측된 바에 의하면

방사능의 정도가 약간 증가했다는데, 한국에서 벌써부터 미역을 사먹는다는 둥 호들갑이

심해서, 뉴스르 보면서 늘 비웃고 그랬습니다. TV에선,  OO정도면 엑스레이 가슴사진을 50번

정도 찍은 정도에 “불과”하다고 안심을 시키는데,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니까

대기 중에 일본 방사능이 일일 허용치보다 3-5배 정도 있어도 저는 아마 우산 없이

돌아다니면서, 그보다 100배나 더 위험한 술을 “처”마시고 다닐 것 같습니다.

술을 안마시거나 밤 도로에 가로등을 잘 보고 다니는 것이, 방사능 비 걱정하는 것보다  과학적이겠지요. 

  

그런데 어제 일본 한 시민의 인터뷰를 보다가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민의 말에 의하면 “ 아직 수돗물의 방사능 수준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아내가 임신을 하고 있어서, 따로 생수를 사다 마시려고....“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유통기간이 하루 지난 두부를 맛있다고, 아빠같이

먹으라고 권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만일 집사람이 임신을 하고 있는 동안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광우병사태가 시끄러울 때, 임신한 아내에게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소뼈를 잔뜩 사다가 고아먹일 사람은 적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 바다가 제법 오염되었다고 하고, 우리나라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도는

하도 허술하니 좀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저야 그런 것 저런 것 가리지 않고 사 먹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당분간 해산물은 먹이지 않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한심한 생각인가요.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전형적인 예이지요. 
      

한 15년 전에 집을 구하러 다녔는데, 싸고 좋은 아파트가 나와서 이게 웬 떡인가

했습니다. 당장 계약을 해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를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된 그 집에 관한 소문: 전전 주인이 살 때

정신질환의 아들이 어머니를 잔혹하게 칼로 찔러서 실신시킨 뒤에 자신은 목을 매어 죽은

집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이전 주인도 그 때문인지 1년 쯤 살다가 아파서 요양병원으로

옮기면서 집을 내 놓게 되었다는 사연이라고 하네요. 부동산 업자는 모르는 척 하면서,
주인이 다른 지방에 살아서 집을 좀 오래 비워두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계약은 없는 일로 했습니다. 1층, 창문 밖 돌 벽에 가려서 어두침침한 아파트가 더 음산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위 시세보다 2000만원 싼 집인데, 정신질환의 아버지가 딸과 아내를

잔혹하게 죽이고, 목욕탕에서 목을 매 자살한 집이라면, 저는 구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는 방사능 허용치보다 겨우 2배 정도인,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우유라고 해도

돌 바로 지난 간난 아기에게 먹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들의 비과학적인 일상 행동은 의외로 많습니다.


그 위험한 원전에 전기선로 확보를 위해서 제 발로 들어간 80여명의 비과학적인,

자신을 위한 이득 계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도쿄 원전 기술자들을 한심하다고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또라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지구가 이 정도라도

유지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