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입덧을 한다. 입덧을 하면 평소에는 잘 먹던 음식도 먹지 못한다. 그리고 구역질을 하기도 하며 심하면 토하기도 한다.

 

입덧을 하는 사람을 얼핏 보면 뭔가 잘못된 사람 같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임신으로 호르몬 등이 평소와 달라져서 섭취, 구역질 등과 관련된 기제(mechanism)가 교란되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입덧 자체를 일종의 병으로 보게 될 수도 있으며 치료를 시도하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들이 고장, 교란으로 생각하는 것들에서 진화 심리학자들이 혹시 어떤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심리학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예를 살펴보자. 이전에는 감기에 걸렸을 때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 순전히 어떤 교란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기 위해 일부러 체온을 올리도록 인간이 진화했다고 보는 관점이 이젠 대세가 된 것 같다. 일부러를 따옴표로 묶은 이유는 의식적으로 의도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린 사람이 이젠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체온을 좀 올려볼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입덧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입덧에 어떤 이로운 점이 있을까?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괴로운 경험에 불과해 보인다. 그렇다면 뱃속에 있는 아기의 입장은 어떤가?

 

 

 

한 가지 그럴 듯한 설명이 있다. 인간은 아무 것이나 먹지 않는다. 쓴 맛이 나거나 상한 음식은 대체로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뭔가 문제가 있는 음식을 먹으면 토하기도 한다. 이것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피하도록 인간이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입덧은 이런 것들이 과장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임신을 하면 몸에 해로운 음식을 더 피해야 할까? 발생(development) 중인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자연 선택에 의해 여자가 임신 중에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예컨대 기형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로운 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입덧의 적응 가설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입덧에 대한 적응 가설이 옳다고 해서 입덧의 모든 양상이 적응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감기에 걸렸을 때 체온이 올라가도록 인간이 설계되었다고 해서 섭씨 40도 이상으로 체온이 올라가서 때로는 뇌가 손상되거나 심지어 죽는 것까지 적응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상황에서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제는 없을 것이다. 입덧 자체는 자연 선택에 의해 잘 설계된 기제라 하더라도 극심한 입덧은 뭔가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