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익 선호 성향보다 손실 회피 성향이 강합니다. 수학적으로 똑같은 선택일지라도 손실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죠. 심지어는 수학적으로 손해일지라도 손실을 회피해서 선택합니다. 이러한 경향성을 보수적이라고 한다면 왜 사람들이 보수적 경향을 띠는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과학에 관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는 이유일 것입니다. 한의학을 선호하는 이유나, 자연 에너지를 선호하는 이유나, 모두 동일한 심리적 기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옛것이 더 안전하므로 좋다는 것이죠. 익숙한 것의 이익은 손실보다 크게 보이지만, 새로운 것의 손실은 이익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원자력으로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화석 연료나 천연에너지를 통한 이익 손실 차이보다 더 크다고 느끼는 것이죠.

가령 금번 원자력 사태를 봅시다. 원자력은 체르노빌 당시보다 훨씬 안전하게 지어졌고, 거의 최악의 사태까지 갔지만 결국 이제 안정 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안정 상태로 가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열심히 노력한 근로자들? 저는 그보다 그 구조의 덕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체르노빌의 근로자와 진압군인들이 금번 일본의 근로자들보다 더 게을렀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체르노빌은 원자력 발전 사상 최대의 재앙이 되었고, 금번 사고는 (조금 더 지나봐야 정확한 사상을 알 수 있겠지만)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 0의 결과가 나왔습니다.(1명의 사망자가 있긴 한데, 방사능과는 무관한 사고사입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최악의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1% 미만이라고 했던 그 예언대로 된 것이죠. 사실 이것도 수사적인 표현이지, 원전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쳐도 제 2의 체르노빌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금번 사고로 인해서 원전의 취약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원전은 지금 건설된 것을 포함해서 더 안전해질 것입니다. 새로운 안전장치가 덧씌워질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인간의 실수가 새로운 사고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전을 포기하고 화석 연료로, 천연 에너지로 돌아가야 할까요? 화석연료와 천연 에너지가 나을 상시 사망자 수와 자연파괴를 감안한다면 더 안전해질 원자력의 한 번에 엄청나게 발생할 사망자와 자연파괴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가령 차가 없었다면 교통사고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사를 만나지 못해 죽는 사람은 지금보다 훨씬 늘었을 것입니다. 심장마비만 따져도 1년에 2만명이 죽는데, 발병자 수는 그보다 많을 것이고 자동차가 없다면 그들 대다수는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통사고 사망자는 1년에 6000명에 불과합니다. 교통사고가 끔찍하니 자동차를 없애야 할까요?

인간의 사망률은 원시 부족사회보다 고대 문명사회가 훨씬 적습니다. 전쟁을 감안해도 말이죠. 고대 문명 사회는 중세 혼란한 상황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죠. 중세 혼란한 상황은 근대의 세계대전 당시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근대 번영기의 사망자 비율은 오염된 환경에서 사는 현대인보다 더 높죠. 인간을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덜 죽게 만든 것은 인문학이나 신앙이 아니라 기술과 과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