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신종플루 소식 종합

한국에서도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사망으로까지 이르게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기사링크) 더불어 현재 국내에 신종플루 환자는 2000여명이 넘고 400여명이 치료중이라는 발표도 나왔다. (기사링크) 이번 사망자의 경우 최초 8/8일 고열증세로 보건소를 방문했지만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다음날 고열이 심해져서 지역병원을 찾아갔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에선 신종플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


전세계 신종플루 현황

인도의 경우를 좀 보자.

8/13 인도 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신종플루 확진이 나기전에라도 의심이 가는 모든 환자에게 바로 타미플루를 처방하기로 결정을 했다. (기사링크) 물론 인도의 상업 중심지인 뭄바이의 경우 이번 신종플루때문에 극장과 학교가 문을 닫을 정도이니 현재 우리나라와는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좀 그럴지도 모른다 (Mumbai to Shut Cinemas, Schools as Swine Flu Spre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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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하는 인도 초등학교 교실 (출처: AFP, Sam Panthaky 기자, 링크)

그리고 미국의 사례도 잠깐 살펴보자.

현재 미국은 지난주(8/8까지 통계)까지 신종플루로 7511명이 입원을 했고 그 중에서 477명이 사망했다 (CDC 신종플루 현황 발표 링크). 한국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한국: 402명 치료, 1명 사망) 물론 진앙지인 멕시코와 근접했고 부실한 의료보험을 포함한 전체 사회의 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허술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반면에 발병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는 부실하더라도 일단 사망 원인은 철저하게 파악이 되는 이중 구조 때문일 수도 있고...

이런 미국의 상황은 딱 일주일 전과 비교해 보면 (6506명 입원, 436명 사망) 겨우 일주일만에 신종플루로 입원한 환자만 1천명이 넘게 늘었고 사망자는 31명이 더 발생한거다. 기세가 제법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이제 곧 가을이다. 이미 8/10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지에 이에 관한 기사(링크)가 뜬 적이 있다. '신종플루의 두번째 파도는 북반구를 세게, 빠르게 강타할 예정이다' (Second wave predicted to hit hard, and soon, in Northern Hemisphere)

가을이 오면 뭐가 달라지는지는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독감의 계절이 온다는 뜻이 되겠다. 현재 남반구는 북반구와 달리 겨울이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는 바로 여름으로 접어든 북반구에서는 한풀 꺽여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났지만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남반구에서는 제법 심각한 고민거리들이 되었다. 한번 아르헨티나의 경우를 살펴보도록하자.

알젠타임즈의 8월 5일 기사(링크)를 보면 2주만에 135명의 사망자가 337명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환자수는 70만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약 400건의 추가 독감 사망자가 확인 절차중에 있다.

미국은 3억이 넘는 인구에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아르헨티나는 4천만명 정도의 인구에 300명 이상, 그리고 현재 확인절차중인 사망자 통계가 추가로 400명, 총 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거라고 추정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의 신종플루 방역 당국자들에게 낮아지는 수은주는 정말 심각한 고민이다.


신종플루 백신 개발 현황

미국 CDC는 미국 국민중에 1.6억명 정도가 신종플루 예방주사를 맞아야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2009년 8월 17일자 Time지 p.27) 그럼 가장 최신의 백신 개발현황을 살펴보자.

10월까지 4천5백만명 분의 예방주사가 준비될 예정이다 (National Biodefense Science Board meeting 발표). 이후 매주 2천만명 분의 예방주사 추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고. 물론 현재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이중에서 가장 큰 변수는 어느 정도의 항원이 주사되었을 때 인체에 적정량의 항체가 생성되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기대치는 15 ug 한번 접종을 예상하는데, 지금 진행중인 임상실험 결과에 따라 최종 접종량이 결정이 될 것이다. 이 말은 운이 나빠서 15 ug 한방으로 적정량의 항체가 생성되지 않을 경우 한달 간격으로 2차례 접종을 받아야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 경우 4천5백만명 분량의 예방주사(미국의 경우)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자료 링크).

이런 진행 속도는 분명히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꼭 미국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영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해당된다. 영국의 경우 최초 8월 경에 첫번째 신종플루 예방주사가 실시된 예정이었지만 10월로 연기한 바가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고.

참고로 백신 개발 생산이 어느 정도 속도로 지체되고 있는지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면... 2주전에 ACIP(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라고 미국 보사부 장관에게 백신생산에 대한 조언을 하는 전문가 그룹이 있는데... 이 ACIP의 로빈 로빈슨 박사가 10월까지 1.2억명 분의 예방주사가 준비될 수 있고 이후 매주 8천만명 분의 추가 생산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한 적이 있다. 딱 2주만에 대략 1/3에서 1/4 수준으로 예상 생산량이 줄어든 셈이다. 독자들은 대략 돌아가는 상황에 감을 잡으시기 바란다.

이런 상황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필자의 예전 포스팅(신종 H1N1 독감 백신에 대한 우울한 소식)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현재 예측불허의 요소가 너무나 많이 산재해 있어서 효과가 있는 백신이 실제 나와봐야 나왔나 보다 할 상황이란 거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북반구는 신종플루 발생이후 바로 찾아온 여름이란 계절을 통해 백신 개발을 포함한 귀중한 시간을 벌었다. 이제 그 시간은 거의 다 가버렸다.

지난 몇달 동안 겨울이었던 남반구는 제법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 이들은 신종플루 예방주사를 개발할 능력도 시간도 없이, 무엇보다 신종플루의 정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자국민들을 보호해야 했다. 이제 북반구에 살고 있는 우리 차례다.


우리나라의 백신 생산 능력

원래 CSL(링크) 이라고 호주에서 잘 나가는 제약회사가 미국 정부에 신종플루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호주 자체의 수요를 충당하기 전에는 미국으로의 신종플루 백신 수출이 금지되었다. 하기사 당연한 얘기다. 이번 신종플루가 예전 스페인독감 당시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수의 시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그런 판국에 모자란 백신을 타국에 판매하도록 허락할 정부는 전세계에 아무도 없을 거다.

이번 신종플루 사태에 각 나라마다 천양지차의 피해가 발생할 거다. 신종플루 백신 생산 설비가 있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겨우 12개 국가가 플루 백신 생산능력이 있다. 이번 신종플루의 경우 백신 생산 효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 가을에 자국민에게 접종할 분량 이상의 생산이 가능한 국가는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플루백신 생산 능력이 없는 국가와 정부는 자국민들이 당할 피해를 고스란히 눈뜨고 지켜 볼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Poor countries worry about flu vaccine shortage)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델란드, 오스트리아, 캐나다, 체코, 호주.....

이 12개 국가 국민들은 복 받은 거다.

우리나라도 올 초까지는 플루백신 생산 설비가 없었다. 물론 1995년 녹십자가 플루백신 생산 기술을 개발해 놓고 있었지만 생산공장을 건설할 자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동안 어떤 정부도 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고. 그러다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정부지원금으로 생산설비 건설이 착수되었고 드디어 올해 3월에 전남 화순에 연간 2500만명 분의 생산 설비가 완성되었다. 실제 이미 올해 유행할 일반 독감예방 주사는 생산이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신종플루 백신 생산용 원료가 도착하는대로 바로 생산이 가능하기도 하고.... (필자의 관련 포스팅)


결론

올해 가을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반구에서 신종플루로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남반구에서 지난 몇개월 발생한 피해가 그대로 재현될지 아니면 만에 하나라도 돌연변이가 발생해서 그 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지... 아니면 반대로 별 피해없이 평년 독감 수준의 피해만 일으키고 넘어갈지....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의 시기에 그래도 제대로 갖추어진 방역시스템과 의료체계, 더불어 자체 백신생산이 가능한 설비까지 갖추어진 우리나라는 분명히 복받은 나라중에 하나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복은 저절로 굴러들어온 것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현명한 정부가 있었고 그런 정부가 집권을 할 수 있도록 투표를 했던 현명한 국민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