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말 맹세코 무교입니다. 부모님도 무교이고, 할아버지, 할머니께선 불교를 믿으셨습니다. 친가에 가면 책꽂이에 이름모를 스님들 책과 알 수 없는 불교관련 서적이 참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가족 전체가 불교집안은 아니어서 재미있게도 작은 아버지 가족들은 기독교를 아주 독실하게 믿더군요. 그래서 제사때문에 몇번 다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다들 타협해서 싸움이 없습니다. 외가쪽은 좀 기독교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종교가 없으신데 기독교는 싫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이 종교가 없으셔서 저도 덩달아 종교가 없는 모태무교여서 전 아주 독실한 무교도가 못됐습니다. 저는 무신론자인 것을 마치 합리적 이성인의 표본인양 말하면서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핍박받지만 진리를 위해 그것을 무릅쓰고 자신의 무신론을 주장하는 책을 쓰는 도킨스같은 사람을 좀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신을 믿는 것도 자랑이 아닌 것처럼 신을 안믿는 것도 자랑이 아니고, 신을 믿는 말든 그건 개인의 문제이지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도 아니고, 누가 신을 믿는다고 해서 혹은 신을 안믿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비합리적이거나 혹은 합리적이거나 하는 것도 너무 이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온라인을 가만보면 '합리적 이성주의자'라면서 '과학주의적'인 태도로 한의학을 다루듯 종교 자체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가설설정과 검증이라는 과학적인 체제 속에 편입이 안되는 한의학, 종교를 비과학적, 비합리적,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는거죠. 한의학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저는 종교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저런 태도에 서서 바라보는 사람들을 오히려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설설정과 가설검증이라는 과학적 체제, 우리가 사는 사회는 이것만이 확실한 무언가이고, 이 체제 속에 편입되지 않는 다른 모든 것들은 헛소리, 아니면 맹목적인 믿음으로만 치부되는 것이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가설설정, 가설검증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단어가 말해주는 체제가 모든 세상을 분석하고, 아니면 분석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현재의 과학기술, 학문수준의 한계때문이지 어떠한 경우에도 과학적 체제 자체의 완결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자체를 회의하고, 인간의 근본적인 불완전성에 대한 고민, 소멸의 두려움, 모든 것이 다 허상이 아닐까라는 생각(망상) 등을 모조리 다 헛소리고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는 태도를 밑에 깔고 종교를 바라보며,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것은 정말 이상한 짓 아닐까요.


유난히 온라인에서'만' 개독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고, "혹시 오프라인에서도 기독교 욕하세요?"라고 누가 질문하면, "저는 오프라인에서도 기독교도는 피합니다", "제 앞에서 기독교 이야기 하면 전 그만하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친구 연을 끊습니다" 라는 답도 하더군요. 무교인 제 경험상 누가 전도하려 할 때야 쌩까고 그냥 무시하지만, 한 반에 절반 이상이 교회를 다닌다고 초등학교 때 손을 들 정도로 주변에 기독교인들이 많았는데, 개독이라고 욕하고 기독교도들 피하고...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한기총, 김홍도, 서경덕, 조용기같은 목사들의 개드립, 그밖에 각종 목사들의 추잡한 행태들, 세금도 안내면서 지들이 무슨 대단한 사람인양 무교인 사람들 불쌍히 여기는 모습, 짜증나는 길거리 전도, 예수천국 불신지옥-_-..., 땅밝기같은 추태, 정치적인 무지몽매함과 이기심 등

교회의 대표라는 사람들과 (평범한) 기독교도라는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이 정말 사람 짜증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독교, 종교 자체에 대해 분풀이를 쏟아내는 사람들은 너무 우스워보입니다. (여기 아크로 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님)


종교단체도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이익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교분리원칙이고 뭐고간에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아이너니컬하지만 어쩔 수 없죠. 종교단체는 종교단체이므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게 하면, 그건 자유주의, 민주주의에 반하니까요. 그렇지만 정교분리의 원칙 역시 자유민주주의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기 때문에...어쩔 수 없이 타협과 조정이 필요하고, 이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정말로 합리와 이성을 가지고 차분하게 할 일이지, 지금처럼 정치적(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친한나라당적) 성격을 띠는 기독교 단체와 대표들, 기독교인들에게 '정교분리 원칙'을 들먹이며 욕을하고 전도방식과 교단의 비리를 들먹이며 개독이라고 비아냥만 거려서는 아무런 해결이 안날겁니다. 오히려 비기독교인들이 그럴수록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아주 먼 옛날 소수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멸시받았던 것처럼 자기들이 악마-_-에 의해 탄압받는다고 생각해서 아예 귀를 닫아버릴 가능성이 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