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 유전자(dominant gene)와는 달리 열성 유전자(recessive gene)는 한 유전자좌(locus, 유전자 자리)에 같은 유전자가 두 개 있어야 영향력을 발휘한다. 열성 유전자 중에서 생물에게 해로운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를 유해 열성 유전자(deleterious recessive gene)라고 한다.

 

어떤 개체군의 개체들 중 1%가 특정 유전자좌에 특정 유해 열성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만약 무작위로 짝짓기를 한다면 그 유전자좌에 그 유해 열성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개체가 같은 유전자좌에 같은 유해 열성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개체와 짝짓기할 확률은 1%.

 

이번에는 그 개체가 가까운 친족과 짝짓기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예컨대 어머니와 아들이 짝짓기를 한다고 치자. 포유류의 경우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도(degree of relatedness) 0.5(근친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룬다). 따라서 어머니가 특정 유전자좌에 특정 유해 열성 유전자를 하나 보유하고 있다면 아들이 그 유전자좌에 그 유해 열성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50% 정도나 된다. 이것은 무작위로 짝짓기를 했을 때에 비해 훨씬 높다. 또한 먼 친족과 짝짓기를 했을 때와 비교해도 훨씬 높다. 이것이 유해 열성 유전자와 관련된, 근친교배(inbreeding)의 위험이다. 실제로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월등히 높다.

 

 

 

근친교배가 위험하다면 그것을 피하도록 동물이 진화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경우 어머니-아들, 아버지-, 남매 사이에서는 성교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사이에서는 성적 충동이 거의 또는 전혀 일어나지 않으며 근친간 성교에 대한 혐오감도 있다. 이런 현상은 인류 보편적인 것으로 보인다.

 

근친교배의 위험과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근친교배 회피 경향을 결합하여 하나의 가설을 만들 수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유해 열성 유전자와 관련된, 근친교배의 위험 때문에 인간은 어머니-아들, 아버지-, 남매 사이에서 성적 충동이 없거나 작아지도록 하고 그런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교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도록 하는 기제가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

 

 

 

나는 근친상간 회피와 관련하여 이 가설보다 더 그럴 듯한 가설을 본 적이 없다. 예컨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운운하는 프로이트의 가설은 비비 꼬여 있으며 그럴 듯하지도 않다. 근친상간 회피가 선천적 기제 때문이 아니라 학습된 것이라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설은 왜 모든 사회에서 그런 식의 사회화가 일어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냥 우연히 모든 사회가 그런 식으로 생겨먹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위에서 제기한 진화 심리학 가설은 부모-자식과 남매와 같은 가까운 친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가설이다. 이 가설과 족외혼 풍습 또는 동성동본 금혼 풍습과 같은 현상에 대한 가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또한 사촌처럼 약간 더 먼 친족의 경우에는 애매하다. 왜냐하면 사촌이 흔히 결혼하는 문화권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늑대다와 관련된 가설을 제시할 때에도 이야기했지만 그럴 듯한 가설과 잘 검증된 이론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 글에서는 그럴 듯한 가설을 제시했을 뿐이며 아직 그 가설을 입증할 만한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럴 듯한 가설에 매혹될 때에 항상 증거가 얼마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증거만큼만 믿으면 된다.

 

 

 

2011-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