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의 23가지에 보면, 스웨덴의 버스기사와 인도의 버스기사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엄청난 차이가 나는 임금을 받는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 분의 주장은 스웨덴 정부가 이민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고, 스웨덴의 기업들이 인도의 기업들보다 생산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똑같이 망을 보면서도, 구멍가게를 터는 좀도둑의 망을 보느냐 아니면 은행 금고를 터는 도둑들의 망을 보느냐에 따라서 분배받는 금액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지당한 말씀이다.

어차피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의 대부분은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그 기업들의 생산력에 따라 그 나라 국민들의 소득이 결정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따라서 홍대의 청소아줌마나 전주의 버스기사가 좀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으려면, 1차적으로는 기업들의 생산력이 얼마나 높은지에 달려 있고 2차적으로는 그렇게 생산된 가치가 얼마나 많이 임금으로 세금으로 배당금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물질적 생산관계는 당연히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바, 1차의 측면은 한나라당이 주로 반영하고 2차의 측면을 민주당 이하 진보개혁정당들이 주로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보수 정당들이 좀 더 쉬운 방법으로 권력에 접근 할 수 있는 이유는 직관적으로도 생산력 발전은 보다 간단하고 본질적인 것으로 느껴지고 분배는 보다 복잡하고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현재 진보개혁진영이 유권자 확보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는, 생산력 발전의 문제는 한나라당에게 우위를 내주고, 분배에 대해서도 뚜렷한 차별성이나 플랜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분배의 측면인 노동과 고용 복지에 대한 현실성있는 대책 마련도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에게 생산력 향상의 문제에 있어서도 설득력있는 대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바로 중소기업의 생산력이다. 
 
사실 이 주제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고, 지난 대선에서 문국현후보가 주된 이슈로 제기했던 것이다. 다만 그 분의 어이 없는 정치적 태도와 아마추어적인 해결책 제시때문에 한꺼번에 같이 쓰레기통에 처박혀 버렸지만, 고장난 시계도 하루 두번은 정확한 시간을 맞추듯이 중소기업 프랜들리에 대한 그 분의 문제 제기는 진보개혁진영이 반드시 받아내서 소화시켜야만 했다.   

이미 한국 대기업들의 생산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중소 기업의 생산력은 선진국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홍대 청소아줌마가 최저 임금을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 기업의 이러한 낮은 생산력과 경쟁력으로는 노동과 고용 복지도 어쩌면 환상일 수 있다. 시쳇말로 뜯어먹을게 있어야 노동조합할 맛도 나고, 증세를 해도 저항이 훨씬 작을 것 아니겠는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역시 이 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제 날짜에 월급 주기도 급급해 한 숨 쉬는 사장 앞에서 빨간 띠 두르는 건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대로 떨어지고, 중소기업 노조들이 전멸한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탄압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현재처럼 무능한 공정위만 쳐다보고 있고, 언발에 오줌 누듯이 근소한 자금만 융통해주는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절대 해결될 리가 없다.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마치 과거 박정희정부가 현재의 대기업들을 키우기 위해 했던 것처럼 총력 체제로 달려들어도 될까 말까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한나라당의 비즈니스 프랜들리와 경제 성장 담론이 사실은 대기업 프랜들리이고 재벌들의 성장이었음을 쉽게 간결하게 폭로하고, 중소기업들의 생산력 발전과 그에 기반한 노동과 고용 복지를 모두 포괄하는 총체적인 철학과 마스터 플랜이 꼭 필요하다 할 것이다. 만약 이것이 결여된 채로 맞아야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은 그야말로 지옥의 혈전이 될 것이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정말 촉박하다. 이런 산적한 문제들을 제쳐두고,  후보단일화 문제 따위에 골몰하느라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들의 인내심도 참 대단하다.  민주당, 정말 잘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