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법은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


수쿠크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려고 했는데 getabeam님께서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셨어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geta님의 글에 답도 할 겸 다시 글을 올립니다.

*getabeam님의 질문이 올라온 글 - 길벗님, 이런 문제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getabeam님은 완벽한 형평성을 요구하는 측면에서 수쿠크법의 보완을 요청하셨고, 해외자본 도입시 그 이자에 대한 비과세가 대기업의 지원책일 뿐, 그 긍정적 효과에 회의적이라 비과세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대해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완벽한 형평성을 위한 수쿠크법의 보완, 그러나 보완은 무의미하다


getabeam님께서는 아래의 (A), (B) 사항을 충족시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님의 주장에 동의하고, 실제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A) 이자랴 금융 기법과 채권 금융 기법은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담보효과등 때문에 두 금융 상품은 내제적으로 금리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B) 종교에 대한 특혜 시비를 없애려면, 동등한 "이자랴 금융 기법" 전체에 (어느 해외자본이 실행하건 간에) 동등한 조세 특례를 주어야 한다.


일반 해외자금 투자자들이 님이 제기한 (A), (B)를 이유로 우리도 수쿠크 방식(이자랴, 무라바하)을 모두 허용해 달라면 당연히 허용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애초에 이런 시비를 피하려면 수쿠크법에 불필요하게 명시된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종교상의 제약을 지키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해 버리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무의미할 것으로 보입니다. 님은 일반 해외자본 투자자(투자기관, 금융기관)들이 수쿠크(이자랴, 무라바하) 형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보지만, 저는 이를 허용하더라도 실제로 이 기법을 사용할 일반 해외자본은 거의 없을 것으로 봅니다. 일단, 자금을 조달하려는 국내법인(조달법인)이 일반 해외자본을 차입하는데 번거럽게 수쿠크 방식을 쓸려고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자금을 공급하는 일반 해외자본 투자자들도 SPC를 설립해야하고 자산의 형식적 거래를 위한 행정적 절차, 회계상의 번잡함으로 인해 번거럽고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수쿠크 방식을 기피할 것입니다. 일반 해외자본이 수쿠크 방식으로 할 때와 단순히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할 때는 그 조달금리(투자자 입장에서는 공급금리)가 차이가 날 것입니다. 수쿠크 방식이 단순 외화채권 발행보다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달법인이나 투자자 모두에게 수쿠크 방식은 유리하지 않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슬람자본은 금리가 3%이고, 일반 해외자본의 금리는 3.5%라고 합시다. 일반 해외자본이 수쿠크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하면 그 금리를 3.5% 이상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슬람자본보다 금리면에서 불리한데, 굳이 수쿠크 방식을 써 금리를 더 올려 시장에 내 놓으려 할까요?

그래서 저는 님께서 완벽한 형평성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본 것이고, 조특법개정안(일명 수쿠크법)대로 시행하더라도 형평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2. 수쿠크 방식이 악용될 여지는 없는가


모든 법이 완벽할 수 없으니 악용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현행의 조특법도 그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님께서 악용의 여지를 언급할 때는 수쿠크법이 일반적인 악용 소지보다 더 악용될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님께서 악용을 염려하신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대로 철저히 시행하고 법을 위반하면 법대로 취득세, 등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를 추징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이 수쿠크법을 위반했을 때, 조달법인과 발행법인(SPC,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됩니다. 취등록세를 2번 부담해야 하고, 투자수익에 따른 법인세도 추징당합니다.

그리고 저는 수쿠크법을 어떻게 악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수쿠크법을 반대하는 측에서 악용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면 그 때 가서 다시 재론하면 좋겠습니다. 


3. 과도한 대기업 지원책이 아닌가 그리고 긍정적 효과는 있는가


과도한지 몰라도 대기업에 유리한 법이며, 대기업 지원책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수쿠크법의 쟁점이 아닌 것은 아시지요? 이 논쟁이 시발된 것과는 별개의 사안입니다. 수쿠크법이 형평성을 훼손하는가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이지요. 님이 제기하는 대기업 지원책이라고 하는 것은 수쿠크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해외자본의 차입에 따른 비과세의 문제입니다. 수쿠크만 비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외화표시 채권의 이자”에 대해 비과세하는 것이 현행 조특법입니다.

저도 외화표시채권의 비과세는 국내자본(국내은행)을 역차별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대기업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대기업 지원책이 될 수도 있구요. 하지만 이것이 긍정적 측면도 상황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비과세를 인정한 것은 1997년 IMF 사태,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맞으며 해외자본의 차입이 절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기업이 해외로부터 차입을 하게 되면, 중소기업은 국내자금의 조달이 조금 숨통이 트이겠죠. 중소기업에도 미미하지만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는 외환보유고도 3,000억불에 이르고 해서 비과세를 재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생각됩니다만, 이것은 경제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라 제가 섣불리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과세를 해제하더라도 수쿠크법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수쿠크법은 비과세를 위해 만든 것이라기보다 이슬람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을 만든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외화표시 채권의 비과세를 과세로 전환하면 수쿠크로 도입되는 자금은 법인세는 과세하고 취,등록세, 부가가치세는 면세해야 되겠지요.


4. 수쿠크법은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


예전의 댓글에서 저는 이슬람자본의 금리가 왜 싼지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샤리에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표준으로 통하는 채권에 이자를 붙일 수 없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법적 제약을 수반하고 자금 수요자들이 이슬람자본의 차입을 꺼리게 만들어이슬람 자금 수요를 작게 만들게 됩니다. 자금시장도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적으면 당연히 그 자본의 금리는 내려가겠지요. 현재 세계금융시장에서 이슬람자본의 위치가 딱 이렇습니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용해야 하겠습니까? 다른 나라보다 이슬람자본 차입의 걸림돌을 없애줌으로써 싼 이슬람자본을 이용하는 것이 국가경제적으로 좋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몇몇 국가(영국, 싱가폴 등)들만 우리와 같은 수쿠크법을 만들어 이슬람자본을 유치하고 있어 아직 이슬람자본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모든 국가들이 우리와 같은 조치를 취하면 이슬람자본의 수요는 늘고, 따라서 이슬람자본의 금리도 올라 결국에는 일반 해외자본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남들이 하지 않을 때 수쿠크법은 효과가 있습니다.

혹자는 다른 나라들은 하지 않는데 왜 우리만 수쿠크법을 만들어 특혜를 주느냐고 딴지를 거는데, 이것은 진짜 한심한 이야기입니다. 남들이 안할 때 해야 효과가 있는데, 남들이 하지 않는것을 왜 하느냐고 시비를 걸면 어쩌자는 것입니까?


수쿠크법에 대한 기나긴 논쟁은 거의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논쟁을 통해 저도 많은 것을 배웠고, 본의 아니게 격한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논쟁과정에 혹 저로 인해 마음 상한 분이 계신다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