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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산하님의 글을 보네요. 전에는 이곳에도 몇 번 글을 남겨주셨더랬는데, 요즘에는 발 길을 영 끊으신 것 같아서 아쉽다는.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는 근거가 주어졌을 때, 선량하고 바람직한 성품을 지닌 (아이히만에 대한 인물평) 사람이 얼마나 쉽게 악마가 되었던가를 통찰하면서 아렌트가 남긴 말이 있거든요.  “그로 하여금 당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이 아닌) 순전한 생각 없음 (thoughtlessness)이었다.” 
...악마의 목소리 더 들어 봅시다. 이번 악마의 목소리는 분노가 아니라 자비와 용서의 가성으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나긋나긋하지만 금새 지긋지긋해지는 목소리지요. “일본 8.8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네요. 주여. 주여. 도우시옵소서. 일본땅의 모든 우상들이 파괴되고 복음이 증거 되게 하옵소서.” 도대체 뭘 도와서 어떻게 해 달라는 건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이런 말도 등장합니다. “많은 우상을 믿는 일본이 심판을 받았음! 계시록 18장” 지진이 하나님의 벌이라는 선언에 뒤이어 목사를 참칭하는 이의 절절한 호소는 그야말로 ‘종결자’가 됩니다. “천지를 운행하시는 전능자 하나님(야훼) 를 등지고 800만 귀신을 섬기는 일본, 총리로부터 서민까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회개해야 합니다.”  물론 이 목소리들은 그리 크게 울림이 있지 못해요. 하지만 그것이 제 고막이 아프도록 들렸던 이유는 그 악마성이 너무나 참람하고 뚜렷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이 결단코 정신질환자라거나 허무맹랑한 망상의 보유자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성실히 일하고, 용감히 나서기도 하며, 무척이나 바람직한 성품을 지닌, 심지어 나보다 더 정상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더 두려웠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