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유권자가 민주당이 호남당이라 안찍을까요? 그렇다면 그들은 호남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꼬마민주당은 왜 외면했을까요. 영남 유권자(특히 경남)는 3당 합당 직후 민자당에 몰표를 줌으로서 그들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겁니다. 영남에 편향된 보수 정당을 밀겠다고요. 예전에는 김영삼 따라 독재에 반대하기도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지역 이익을 더 중시하겠다고요.

저는 영남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유권자 입장에선 지역이나 이념이나 모두 투표선택의 기준일 뿐입니다. 누구도 그들에게 지역보다 이념이 중요하다고 윽박지를수 없죠.

자. 그럼 생각해 봅시다. 이념보다 지역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투표하는 영남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뭘해야 할까요? 민주 개혁 정당이 우리도 당신들의 이익을 생각해주겠다며 지역정당처럼 구는게 온당할까요? 그게 과연 민주 개혁 정당이긴 할까요? 가장 악질적인 형태의 지역주의 행태 아닐까요?

영남 유권자의 이익 추구 행태에 대해 민주 개혁 진영에서 할수 있는일... 특별히 없습니다. 당장 영남의 표를 얻기 위해 지역정당 처럼 구는건 민주 개혁 정당의 정체성에 심대히 위배되죠. 그따위 정당이면 우리가 지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영남이 3당 합당을 추종한 순간, 아쉽게도 한국 사회의 이념/정당 지형은 심각한 비대칭구조로 간겁니다. 그 비대칭 구조를 깨겠답시고 영남에 구애하는 행위는 사실상 또다른 3당 합당에 불과하죠.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비대칭구조를 깬다는 것은 이미 상호모순입니다. 호랑이 잡으러 민정당에 앵긴 순간 김영삼은 호랑이 아가리에 집어 삼켜졌듯이, 비대칭 구조 깨겠답시고 영남에 편향하는 순간 그들은 영남이라는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하부구조의 비대칭 구조를 깨겠답시고 상부구조 차원에서 그 비대칭구조에 부응하는건, 작전상 후퇴가 아니라 늪에 빠지는 겁니다.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자기 비하하면서 영남에 구애하는 행태는 한층 더 악질적이죠. 이보다 더 사악하고 악질적인 정치 행위는 헌정사에 없을겁니다 아마. 영남 유권자가 민주당을 외면하는 이유는 "호남당이어서"가 아니라 "영남당이 아니어서" 입니다. 호남당이어서 안찍는다는건 거짓된 핑계죠. 내심도 아닌 핑계를 근거로 지지세력을 스스로 발로차는건 패륜이죠. 

열린우리당이 탈호남을 운운한건 핑계에의 부응이고 '참여정부는 부산정부다'라고 한건 내심에의 부응입니다. 핑계에의 부응은 효과는 없고 지지세력을 모욕하는 패륜이라면 내심에의 부응은 민주개혁 정당의 정체성을 갉아먹는 부도덕한 행위죠. 그리고 이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으니 열린우리당은 패륜적이고 부도덕한데다가 아무 이득도 없는 짓을 한겁니다. 헌정사상 가장 패륜적이고, 가장 멍청한짓을 동시에 한거죠.

김두관 같이 영남에서 아예 시작하는건 어떨까요? 제가 보기에 그 시도는 모순적이거나 패륜적이지는 않지만 그렇게 위대한건 아닙니다. 영남에서 민주 세력을 복원하겠다며 김두관이 가서 하는 일은 철저한 경남 지역주의죠. 그 지역주의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시작을 지역에서 하면 지역 세력 이상이 될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김두관이 경남 도지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뒤 "영남 민주 세력의 복원"을 운운하며 대선 후보에 도전한다면 매우 난감한 일이 될겁니다. 그건 일종의 영남 페티시즘이라고 할수 있겠죠. 비한나라당으로 영남에서 정치하면 위대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