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링크  : http://yhhan.tistory.com/1317#comment8887282

댓글로 달려다, 걍 본문글로 세워봅니다.

 
제가 한윤형의 글을 "일반론"이라는 말로 요약했는데, 그건 그 글에 포함되어 있는 세부적인 논점들이 일반론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지, 사실 그 글에는 제 논지와는 별개로 매우 정교하고 구체적인 논점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음모론을 문제삼는 과정 역시 그 논점들을 밟아가며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도출되고 있구요.

특히나 조선일보 얘기는, 한윤형이 조선일보를 편드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원칙"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원칙"에 손들어 주겠다는 말을 한 것 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었죠. 그가 글 서두에 첨언한 것 처럼 구체적인 정황증거를 그러모아 장자연 사건 전반의 맥을 짚는 글이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조선일보의 내심이 중요하게 제기되는 맥락 자체도 불필요했던 것이죠. 그런데 자꾸 그 글을 조선일보 편드는 것으로 보는 것은 좀..

게다가 그 글을 보시고는 프랑스 철학 얘기를 하시는데, 그 점도 별로 동의를 못하겠어요. 그 글이 중언부언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많은데, 의미가 잘 안와닿는다는 뜻이면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자기도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고 중언부언한다는 식의 비아냥이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 글에는 말하고자는 바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거든요. 편들기 위해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그렇게 보여서..

아무튼,, 한윤형이 조선일보가 원칙을 말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기 까지의 그 과정만 잠깐 얘기해 볼께요.

첫 문단에 보시면 음모론이 번성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죠. "장자연 사건 관련해서가 아니라" 인터넷의 발달로 그런 문화가 번성하고 있다는 투로..곧이어 음모론의 본질이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모든 음모론이 인터넷이란 매체 탓은 아니지만), 인터넷이란 매체의 영향력에서 음모론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에 따르는 비유로 독재자 얘기를 하고 있죠. 독재자의 심성의 본질은, 수천년 전 칼들고 설치던 부족시대 때나, 총이나 무기가 만들어진 현대에나 다를 바가 없겠지만, 총과 무기가 개발된(=인터넷이라는 가공할 매체가 존재하는)현대에 와서는 그 독재자의 횡포나 장악력이(=음모론의 위력이) 수년천 년 전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게 되었다. 이말인 즉슨 음모론의 번성에 있어 매체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게 되었다, 곧 인터넷이란 매체가 음모론의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뭐 이런 얘기겠죠. 그후 바로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를 합니다.

자스민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최근 중동의 민주화 혁명을 두고 한쪽에서는 페스이북으로 대변되는 기술진보가 혁명을 가능하게 했다며, 마치 그 기술진보가 없었으면 혁명이 불가능했다는 듯이 말하고(=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없다면 대중의 여론결집 자체가 불가능한 것 처럼 말하고)

또다른 한편에서는, 그게 아니다, 기술진보 따위 없어도 아랍 민중들의 혁명역량만으로도 혁명은 가능하다.(=인터넷 매체의 도움 따위 없어도 대중의 여론결집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이렇듯 매체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태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매체의 영향력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그렇게 할 때만이,

최근 (장자연 사건에서 보여지듯)매체를 통해 결집되는 광범위한 대중들의 여론을 예찬하며 거기에 무조건 편승하거나(=혁명은 인터넷의 공로), 혹은 대중들의 여론이 음모론으로 작용하는 것은 매체의 강한 영향력과는 무관하고, 무조건 정부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모든 음모론은 정치권의 책임) 하는 식의 극단론들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논.평.은 이.러.한 극.단.론.을 피.해.야 한.다.!!

는 당연하기 때문에 더 의미심장한 소리를 첫문단에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구도를 깔고 나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장자연 사건도 마찬가지로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블라블라..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매체에 의해 여론이 뻥튀기 되는 현상이 심해지게 되면, 그건 단순히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 차원에서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여론지형의 생태계 문제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거다. 블라블라..

그러면서 드.디.어 조선일보(가 아닌 그) "원칙"을 편드는 셋째 문단이 나오는데 인용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음모론'과 '검증되지 않은 뜬소문'의 피해당사자에 해당하는 조선일보가 이 지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오늘자 사설에서 "경찰은 장씨를 죽음으로 내몬 세력과 인물이 누구이며, 그들과 유착해 그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성적 접대를 받은 부도덕한 인물들이 과연 누구누구인가를 가려내 죄(罪)를 묻지도 못했고, 이 사건을 이용한 일부 정치 세력의 악의적 공격에 의해 부당하게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를 확실하게 가려내 그 누명을 벗겨주지도 못했"기 때문에 "일부 언론들까지도 뻔히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거기 편승(便乘)해 이득을 노리는 탈선행위에 나서 사회를 더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 조선일보 사설 : 장자연 사건 뒤에 숨은 어둠의 세력 밝혀내라 )

더 길게 얘기 안해도 되리라 봅니다. 한윤형이 대체 어떤 단락에서 조선일보를 편들었다는 것일까요? 또 한윤형이 대체 어떤 점에서 맥락을 잘 못 짚고 있다는 것일까요?

한윤형은 이 글을 장자연 사건 전반의 논평을 위해 적은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인터넷 매체가 여론을 증폭시키는 장면들에 주목해서 "음모론 시대의 이면"라는 부제로 원칙론에 가까운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특정한 누군가가 장자연 사건에 이러쿵 저러쿵 논평한 것을 두고 거기에 대해 니가 잘못 보고 있다, 혹은 조선일보가 더 바른 말을 하고 있다, 이런 식의 논평을 하고 있는 게 전혀 아닌데, 왜 그 글이 그렇게 읽혀지는지 모를 일이군요.

제가 꼭 대단한 팬심으로 한윤형을 편드는 모양새가 됐는데, 그런 의미에서가 아니라 쓸데없이 한윤형이 욕먹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적어도 한윤형에 대해 한마디씩 덧붙인 글들은 거의가 예외없이 삑사리를 내고 있다는 그 사실만 지적하고 싶네요.

그냥 넘어갈려다가 얘기가 나와서 한꼭지 더 덧붙여 봅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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