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이라고 하면 진보누리 시절부터 주로 진중권 추종하던 친구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에 보니 좀 맛탱이가 간 것 같네요.

http://yhhan.tistory.com/1317

제목이 ['음모론 시대'의 이면]인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싶은 건지 헷갈리네요.

이 친구가 '적절'하고 '정확'하다고 말하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살펴보죠,

 "경찰은 장씨를 죽음으로 내몬 세력과 인물이 누구이며, 그들과 유착해 그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성적 접대를 받은 부도덕한 인물들이 과연 누구누구인가를 가려내 죄(罪)를 묻지도 못했고, 이 사건을 이용한 일부 정치 세력의 악의적 공격에 의해 부당하게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를 확실하게 가려내 그 누명을 벗겨주지도 못했"기 때문에 "일부 언론들까지도 뻔히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거기 편승(便乘)해 이득을 노리는 탈선행위에 나서 사회를 더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

결국 장자연 죽음의 배후를 철저하게,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파헤치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주장은 한윤형이 '음모론' 확대재생산의 온상이라고 지목하는 '인터넷'의 일반적인 여론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공식적인 언론매체와 인터넷 갑남을녀들이 사용하는 용어와 표현, 논리의 정밀도와 세련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핵심 주장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한윤형은 조선일보의 저 주장은 적절하고 정확하다고 말하고 거기에 대비해서 인터넷 여론은 그냥 음모론이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한윤형 대가리 속에서 저 둘의 차이가 어떻게 포지셔닝되어 있는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2년 전 장자연이 죽고 조선일보에 의혹의 시선이 쏠릴 때 조선일보는 자신들과 관련된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 세력 등은 누구를 막론하고 끝까지 그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공갈협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조선일보와 관련된 이름은 누구가 됐건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서 언급도 하지 말라는 강요였죠. 그것이 과연 사건의 배후를 철저하게,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파헤치라는 요구와 잘 조화된다고 한윤형은 생각하는 걸까요?

조선일보도 이미 인정한 것처럼 장자연 사건에는 스포츠조선 전 사장인 방성훈과 또 하나의 방가 일족이 직접 연루돼 있습니다. 조선일보도 자신들의 기사를 통해 장자연 소속사 사장이 장자연에게 성상납을 강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스스로 '장자연씨 문건에 나온 성상납 사례는 실제보다 작을 수 있다. '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 관련된 당사자들을 남김없이 공개하고 수사하라는 네티즌의 요구가 과연 어떤 점에서 음모론이라는 걸까요?

조선일보가 인정한 것처럼 이미 2년 전부터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 장자연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조선일보가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그런 사실을 인정한 적이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뒷소문과 음모론을 만들어낸 당사자는 조선일보 자신입니다. 그런데 왜 한윤형은 엉뚱하게 네티즌 탓, 음모론 탓을 하는 걸까요?

어떤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조선일보는 장자연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의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이 장자연 사건에 연루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조선일보는 전국민을 상대로 사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런데 스포츠조선 전 사장은 그냥 월급사장이 아니라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일원입니다. 이 부분에서 조선일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몇배로 커집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사과는 커녕 전국민을 상대로 여전히 공갈협박을 때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 나가보죠. 장자연은 편지 또는 유서에서 가장 증오심을 불태운 인물로 '일간지 신문사 대표 사기꾼 새끼 개자식은'이라고 말하고 있군요. 편지의 다른 부분에서 '전자신문' 운운하는 것을 보니 다른 신문사 대표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오인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즉, 장자연이 증오한 저 일간지 신문사 대표 사기꾼 새끼 개자식이란 바로 스포츠조선 전 대표를 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저는 현재 문제가 된 장자연의 편지가 진짜인지 아니면 스켑렙 말러리안의 주장처럼 조작된 것인지 잘 모릅니다. 그런 것을 판단할 정보도 전문성도 저에게는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장자연의 편지가 공개되고 문제가 되자 소속사 대표가 일본으로 도피했고 나중에 귀국해서도 편지 내용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 그 편지 내용을 토대로 수사가 이루어져 상당수 사람들이 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자, 이런데도 장자연 사건의 남김없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이 음모론인가요? 이게 음모론이라면 도대체 음모론 아닌 게 어디 있겠습니까? 경기도 양평인가 어디서 폭음이 들렸다고 그게 북한 땅굴의 증거라고 짖어대는 무리들에게는 음모론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갖다붙이지 않는 작자들이 참 음모론이라는 용어 무쟈게 음모적으로 사용하네요.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저는 글을 쓸 때 웬만하면 괄호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영어 이니셜의 풀스펠을 밝히거나, 또는 의미의 하이퍼텍스트적인 규명을 위한 것 제외하고는 가급적 그렇게 합니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저런 기준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완화된 편입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의식은 합니다. 그런데, 이번 한윤형 글은 전혀 도움이 안되는 괄호를 많이 사용했더군요. 저것, 논리전개와 논지 자체에서 주저되고 뭔가 켕길 때, 뒷통수가 땡길 때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입니다. 자꾸 자신의 글, 자신의 논리, 자신의 주장에 뭔가 쉴드를 치고싶은 마인드입니다. 한윤형, 글쟁이로서는 벌써 환갑 진갑 다 지난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글의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이거 그냥 순수하게 '싸비스'입니다.

[첫째, 성접대 운운은 어디까지나 장자연씨의 일방적 진술이라는 것이다.
 
성희롱과 성폭행에 대해서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의 진술만 들으면 대한민국에 감옥 안 갈 남자가 정말 한 사람이라도 있을지 의문이다. 내사 원체 여성에게 무심한 편이니 애초 당할 일도 없다만, 솔직히 꽃뱀에게 당한 지인들은 그간 숱하게 봐왔었다. 더구나 원래 여성들은 상상으로 이 말 저 말하기 좋아하는 심리가 있다는 점도 알아두자.] http://www.skepticalleft.com/bbs/board.php?bo_table=01_main_square&wr_id=94880 <스켑티컬레프트, 2011.3.9, 말러리안 [장자연 편지사건은 국민 사기극이 될 듯] 일부 인용>


ㅎㅎㅎ 아크로에서 설문조사 한번 해볼까요? 본인은 둘째치고, 꽃뱀에게 당한 지인들을 숱하게 알고계신 분이 아크로에 몇 분이나 계신지 궁금합니다. 나 역시 그다지 짧은 삶을 산 것은 아닌데도 내 주위에서 '꽃뱀에게 당했다'는 지인은 단 한 명도,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들 잘 숨겨서 내가 모르는 걸까요?

하지만 중국에서 룸싸롱 갔다가 거기 한족 아가씨들과 육박전 수준의 난타전을 벌였다는 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꼭 꽃뱀 경험만 숨겼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어쨌든 꽃뱀에게 당했다는 경험담은 듣지 못했어요. 물론 몇 단계 건너서 어떤어떤 일이 있었다더라 수준의 얘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단계 건너서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을 '지인'이라고 부르지는 않죠. 그런데, 도대체 어떤 수준의 인간들을 만나기에, 어떤 동네에서 어떤 무리들이 떼거리로 모여 살기에 꽃뱀에게 당한 지인들이 주변에 숱하게 많다는 걸까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 저렇게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더군요.

말러리안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더군요. 자신의 경험을 너무 일반화시키지 말라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말러리안의 '지인들'과 똑같은 종류는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만 머리에 새기고 있어도 자신의 주변 지인들을 바꾸지는 못해도, 그 지인들의 행태가 당연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는 망신은 좀 덜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