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ess님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30여년간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해 강의를 하는 하종강 선생 같은 사람도 호남차별은 지적을 하지 않으니 양아치 같은 진보주의자 인가요?"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고 의미있는 지적이기도 한데, 핵심이 틀리셨다. 내심 닝구들 주장의 약점을 찌르셨다고 생각하시는 듯 한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부러 지적하지 않는 것과 외면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걸 잘 모르시는 듯. 또한 하종강 선생은 그런 예시로 들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분이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하종강 선생이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무려 닝구의 사상적 원조라 할 수 있는 고 양신규 교수의 추모게시판까지 있다는 것을 잘 모르셨던 듯.

일단 그렇다치고 질문을 하나 드리겠다.  예를 들어 호남출신 사장이 경영하는 기업에 영남출신 노동자들만 있다고 치자. 그런데 호남출신 사장이 노동자들을 쥐어 짜고, 그래서 그 회사에 노동 쟁의가 발생했다고 치자. 이 때 대다수 일반 호남인들이 어느 편을 들거라고 생각하시나? 지역감정에 끌려 호남출신 경영자편을 들거라고 보시는가? 관련된 통계 자료가 없어 예단하긴 힘들지만, 나는 대다수 호남인들이 영남출신 노동자들의 편을 들 것이라고 본다. 나 역시 그렇고 이 곳 아크로의 대다수 닝구님들도 그럴거라고 믿는다.

그럼 반대의 예시로 가보자. 영남출신 사장이 경영하는 기업에 호남출신 노동자들만 일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이 때 영남인들이 어느 편을 들거라는 생각이 드시는가? 단언컨데 호남인들의 선택과는 유의미한 큰 차이를 보일거라고 믿는다.  단지 호남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녀시대의 태연같은 어린 가수에게 온작 모욕적인 언어 테러를 가하는 인간들이, 하물며 아이돌 가수도 아닌 호남의 노동자들편을 들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

그러면 이런 차이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인사는 당내에서 집중 공격을 받고, 왜 민주당에서는 무려 당론이 될 수 있었을까? 왜 한나라당은 대부분의 경우에 경영자들의 편을 들고, 민주당은 대부분의 경우에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줄까? 만약 유빠들의 주장대로 민주당이 온리 한나라당과 동일한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이라면, 이런 차이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까?

나의 주장은 호남인들과 노동자들은 매우 밀접한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30여년동안 노동운동을 하던 하종강 선생이 굳이 호남 차별 문제를 지적하지 않아도, 그 분의 활동 자체가 이미 차별받는 호남인들에게는 유리한 것이 된다는 말씀이다. 내가 끝까지 노회찬 심상정에 대한 애정을 놓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반민주당 독자정당이라는 오류에도 불구하고 평생에 걸친 노동운동에 대한 헌신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대체 뭘까? 하종강 선생이나 노회찬 심상정처럼 노동운동이라는 간접 방식을 통해 호남인들의 권익에 헌신한 것도 아니고 대체 뭘 한게 있나? 그저 호남인들의 진보적 선택 경향을 담보 삼아 개인의 정치적 목적만을 달성하려 애쓰지 않았나? 대체 유시민이 시도하는 정치적 치킨게임의 목적은 뭘까? 유시민식 분열 정치의 본질이 차마 자식을 죽이지 못해 양보해야만 하는 솔로몬 재판의 어미 역할을 하라고 호남인들에게 요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하종강과 유시민을 감히 동급에 놓는 loveless님의 논리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하종강 선생이 강의시간에 민주당이 망해야 노동자들이 산다고 선동이라도 하고 다녔나? 노동자들의 문제는 민주당이 진성당원제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희안한 소리를 하고 다녔나?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현상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니 그런 어이 없는 예시를 스스로 논리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거다. 

나는 loveless님에게 일부러 호남 차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라는 등의 강요를 할 생각이 털 끝만큼도 없다. 또한 하종강 선생에게도 장하준 교수에게도 그런 요구를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 분들은 그저 자기 위치에서 자기 방식대로 열심히 활동하는 그 자체로 이미 차별받는 호남을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유시민은 어떤가? 그가 현재의 위치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전체 민중들과 호남인들에게 대체 어떤 이득이 있다는 것인가? 노회찬 심상정은 민주당이 미처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고오기라도 하지, 유시민은 그런 것마저도 없지 않는가? 괜히 유시민더러 양아치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loveless 님 같은 분들께 바라는 것은 호남 차별에 대한 인식같은 거창한거 바라지도 않으니, 부러 지적하지 않는 것과 외면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라는 최소한의 언어적 소양을 갖추시고, 또한 감히 하종강 선생과 유시민을 동급으로 놓는 자신의 논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건지도 아주 가끔 스스로 점검해보시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