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과 진중권은 '심상정의 유시민 지지'이후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둘은 '좌파'의 '자유주의'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서로 논쟁중입니다. 21세기에도 이런 논쟁을 씨네21, 한겨레처럼 진보언론을 대표하는 언론에서 해야하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실은 이 논쟁은 '리얼좌파정치세력'이 현실정치에서 '자유주의정치세력'과 연합해야하는지를 두고 벌어진 매우 현실적인 논쟁이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묘하게도 김규항과 진중권의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그것과 함께 '강남좌파'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처음 둘의 논쟁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이제는 둘이 '강남좌파', '프라다좌파', '살롱좌파' 와 같은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을뿐  
"오연호, 조국 같은 분들에게, 즉 개혁적인 중산층 엘리트들에게 이명박인가 노무현인가는 ‘그 밥에 그 나물’이 아니다,(중략) 진보란 먹고사는 데 별
(http://www.hani.co.kr/arti/SERIES/57/462650.html)
이처럼 김규항은 '강남좌파'를 자신의 공격대상으로 삼았고, 진중권은 이에 대해 반박하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논쟁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 의미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선거연합, 정치연합의 측면에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진보좌파라는 정치세력이 발을 딛고 서있어야 하는 진짜 현실, 즉 그들이 좋아하는 '민중', '서민'의 삶과는 별로 관계없는 논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뭐 이런 관점이라면 거의 모든 논쟁이 쓸데없는 논쟁이겠지만 그래도 씨네21, 한겨레같은 매체에서 해를 넘겨가며 논쟁할만한 주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진중권의 <철인좌파의 딱지치기>http://www.hani.co.kr/arti/SERIES/57/465742.html 를 읽은 후 "김규항이 오바한게 맞네, 김규항이 낙인찍고 있는게 맞네" 이런 반응을 보이셨고, "강남좌파가 뭐 어때서", "강남좌파가 더 많아져야 좌파한테 좋은거 아냐?"라고 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진중권의 윗 글만 보면 진중권의 말이 옳고, 김규항이 오바한게 맞긴 합니다. 하지만 이 논쟁은 일시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명백한 맥락속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오랜 키보드 워리어 생활로 인해 논쟁의 달인이 된 진중권선생의 노련함이 돋보이고 있고 김규항이 맥락을 스스로 벗어나서 헤매고 있다고나 할까요.

김규항과 진중권은 처음부터 '심의 유에 대한 투항'을 두고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규항은 심상정의 그러한 결정에 반대했고 진중권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그의 각종 글을 보면 '자유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적인 태도를 그가 보여줌으로써 심상정의 결정을 사실상 찬성하고 있습니다.

심의 유에 대한 투항 이후 막혔던 둑이 뚫린 것처럼 예전같으면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주장, "좌파도 이제 문을 열고 자유주의세력과 연합해라"라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빅텐트론, 비민주당 제3정당론, 선거연합론 등 각종 주장이 나왔지만, 이 모든 주장이 가지는 공통점은 바로 "진보좌파정치세력은 자유주의개혁세력에게 후보를 양보하고 대신 다른 무언가를 획득하라" 였습니다. 물론 자유주의개혁세력이 민주당이냐 유시민이냐로 다툴 수 있지만, 진보좌파입장에서는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 야권의 논쟁이 저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 달갑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진보좌파정치세력은 자유주의개혁세력에게 후보를 양보하고 대신 다른 무언가를 획득하라"라는 주장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로 오연호, 조국, 유시민, 진중권 등의 김규항이 보기에 '어떤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김규항과 진중권의 논쟁은 바로 그 '어떤 공통점'까지 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김규항과 진중권은 '진보좌파의 양보'를 두고 진보좌파의 정체성을 '자유주의'에 대한 태도를 바로미터로 논쟁을 시작했고, 이 논쟁은 현실정치에서 "자유주의정치세력이라 불리는 민주당 혹은 유시민과 연합, 연대, 합당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에 대한 찬반의 맥락 속에서 벌어진 것인데 주로 위의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김규항이 보기에 '오연호, 조국같은 먹고 살 걱정없는 중산층, 엘리트' 였고, 그 때문에 김규항은 <좀 더 양식있게>라는 글에서 그들을 비판함으로써 본래의 논쟁을 이어간 것이죠.


이처럼 논쟁의 맥을 짚어보면 김규항이 오바하기는 했지만, 김규항이 딱히 잘못 말한 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김규항이 "진씨는 현재 개혁우파 세력과 일부 진보정치 세력이 진행중인 선거연합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씨는 꽤 오랫동안 진보정당 활동을 하면서 이런 선거연합을 반대해왔는데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하긴 그는 몇달 전 나와 진보정당의 정체성에 관한 논쟁 뒤에 진보신당을 탈당하며 “다시는 좌파니 진보니 안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렇게 말한 것처럼 진중권과 같이 진보좌파세력중에 선거연합 등을 찬성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과거에는 그것을 격하게 반대해왔고, 과거에 그래왔던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이 왜 지금은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나 성찰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진중권은 고작해야 "현재 진보정당은 집권 전망도, 수권
능력도 없다. 이것이 철인좌파마저 모자 눌러쓰고 진보정당을 외면해온 바람에 생긴 빌어먹을 현실이다." 라고 변명하는데, 어이없게도 원래 진보좌파에 대한 이런 비판은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주장입니다. 진중권은 과거에 이런 주장을 하면서 진보좌파와 개혁세력간의 연대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일갈하며 키워질을 했었는데, 그때와 지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몰라도 어떤 설명하나 없이 자신의 태도를 확 바꾸는 것에 대해서 김규항이나 (묻지마) 연합, 연대 반대론자들이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그런 연합, 연대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배경 등에 어떤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이 그들이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하는데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면 그 공통점에 대해서 공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요.




ps1)이 논쟁과는 별도로, 저는 정말 진중권이 정치적인 면에서 찐따같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그가 정치적으로 수준낮은 생각을 하고 있다거나 하는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중권은 어떤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에 맞추어서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와 정치성향을 바꾸고 있다는데에 있습니다. 각종 토론프로그램에 유시민과 진중권이 함께 나오면 진중권은 유시민 좋아서 어쩔줄 몰라라 하는게 자주 보였습니다. 이명박 정권 이후 노대통령 사망 전 어떤 토론회에서 심지어 진중권은 유시민에게 '스킨쉽'까지 했죠. 대단한 스킨쉽은 아니고 그저 허허 웃으며 팔을 한번 만진 것이긴 한데, 토론프로그램에서 그런 스킨쉽 처음봤습니다. 그리고 진중권은 유시민에 대해 항상 애정어린 농담과 비판, 충고를 하고, 내(진중권)가 진짜 좌파인데 쟤(유시민)같은 진짜 자유주의자때문에 나(진중권)까지 욕먹는다 하하하 이러면서, 유시민을 자기와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합리적 자유주의적 진보주의자(??)라고 평가하는 것 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물론 유시민을 '합리적 자유주의적 진보주의자'로 보는 진중권은 민주당에 대해서는 호남토호정당, 그냥보수정당, 호남토호무능보수짝퉁진보정당 등등 아주 원초적인 혐오감을 드러내죠.

아마 진중권은 노무현도 유시민만큼 좋아했을테지만, 노무현이 민주당에 있었기에 차마 연합, 연대, 통합같은 주문을 진보좌파에게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시민이 민주당 외부에 있으면서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으니 진중권 입장에서는 매우 기분 좋은 일이죠. 자기가 인정하는 정치인에게, 조금은 자기와 다르더라도 서로 합리적으로 대화, 양보해가면서 아름다운 연합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세상은 그렇게 달라진 것이 없고, 오히려 진보적인 흉내라도 냈던 노무현과 다르게 아예 '난 진보 아냐, 진보 니들이 나를 따르라'고 말하는 유시민과 진중권이 함께 할 수 있다고 하는거죠.

그래서 정치적으로 진중권은 찐따라는겁니다. 조금만 진중권의 행보를 지켜보면 누구나 "어 뭐야 진중권 저거 왜 저렇게 일관성이 없어" 라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집권을 노무현이 막기 위해 민노당이 노무현과 연합하는 것은 반대하고, 이명박이 서울시장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 김민석과 민노당이 연합하는 것은 죽어라 반대했으면서, 그때와 지금이 뭐가 얼마나 더 달라졌다고 갑자기 이제는 유시민과 함게 할 수 있다고 진중권은 생각하는 것일까요? 어이없지 않나요? 신자유주의의 원흉 김대중과 노무현을 계승발전(?!)하겠다는 사회투자국가, 통상대국론자 유시민에게 진중권은 무슨 기대를 하는 것일까요? 예전에 이회창, 이명박이 되는 것보다 노무현, 정동영이 되는게 차라리 나으니까 제발 노무현, 정동영을 도우라는 주장에 대해 '웃기고 있네 그게 그거야,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이회창이나 노무현이나, 이회창이나 김대중이나, 정동영이나 이명박이나 그게 그거지...'라면서 조롱하던 진중권과 같은 진짜좌파들...예전에 그렇게 세상을 보던 그들의 생각은 언제 이렇게 갑자기 교정되어서 묻지마 연대를 외치는 유시민을 따르게 되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해서 그런건가요? 굶어 죽고 자살하고 분신하는 노동자들때문이 아니라...노무현 대통령때문에? 거 참...


ps2)저는 그래서 위와같은 이유로 김규항과 진중권의 논쟁으로 시작된 '강남좌파'논쟁, 그리고 기존의 '강남좌파'논쟁에서, 강남에 사느냐, 돈이 많냐, 좌파냐 아니냐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강남좌파'를 '강남좌파'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비일관성'과 그들이 그럴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회경제적인 백그라운드를 지적하는 것이지, 강남에 살면서 왜 좌파행세하냐는 식의 시비거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러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최근 이 논쟁의 현실적인 의미는 백그라운드보다는 역시 '비일관성'에 놓여있겠죠. 왜 말이 자꾸 바뀌나, 이랬다 저랬다 하지마라...이거죠. 주어진 현실과 주어진 이론은 별로 바뀐 것이 없는데 행동은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 말이 나오는겁니다. 무슨 변명도 설명도 없고 그냥 나를 따르라죠...웃긴 것은 누구도 이것을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