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인데 강남 좌파를 사전 그대로 해석하면 이런 사람은 1%도 안 될 것 같습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건 사민주의건 말입니다.  게다가 좌파라는게 태생적으로 노동계급과 멀잖습니까. 맑스가 변호사 아들로 태어나 편하게 살았고 앵겔스 덕에 방탕한 생활도 가능했다는 점은 알 사람은 다 아는 딱히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강남좌파라는 호명은 전형적인 좌파를 의미한다기 보다는 강남에 살면서 리버럴적 경향을 가진 인물들을 지칭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어딘가 좀 우습다는게 문제 같습니다.

가장 흔한 부류로는 한국과 해외를 구분하는 부류들이 있을 겁니다. 흑인이나 동성애자 얘기가 나오면 미국 민주당 열성 지지자라도 된 양 열변을 토하면서도 전라도 사람 얘기가 나오면 자신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준 TK출신 관료 아버지가 말하는 레퍼토리를 그대로 반복하는 겁니다. (좌우를 살펴보며) "그런데 전라도 사람들 좀 그런 것 같아요. 사상적으로도 경도되고 너무 극단적인 것 같지 않아요?"

이들은 사람보다는 다른 대상에 더 동정심을 갖고는 하는데 유기견 얘기가 나오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난리 부르스를 치는 양반들이, 88만원 세대 얘기에는  "저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긴 한거냐?",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에서 탈락하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 라고 태도를 바꿉니다. 

모피 얘기가 나오면 분노를 머금고 인간의 잔인함을 역설하면서도 고기는 잘도 먹고 악어 가죽은 잘만 씁니다. 굶어죽은 독거노인이요? 관심도 없어요. "안 됐네"  이거 하나면 끝. 돈이 많아서 외국에는 다녀왔겠다 잘난 척 좀 하고 싶다는 건데 이런 이들을 제대로 간파한게 조선일보의 문화면일 겁니다. 최보식 같은 이들이 그런 이들을 잘 타깃으로 삼고 있지요. 유기농이니 하는 것들도 대개 이런 양반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봐야죠.

다음으론 과거의 유산만 가지고 유세를 늘어놓는 이들인데 대표적으로 강남 386이 그럴 겁니다. SKY출신으로 시위 좀 해보고 나중에 취직도 잘 해서 지금 잘 나가고 있고 친구들 몇몇은 국회의원, 차관, 청와대 비서관도 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민주화의 유산에는 관심이 많지만 그 유산을 챙길 수도 없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습니다. 똑같이 시위하고 끌려갔지만 386 논공행상엔 끼지도 못한 지방대 운동권들 얘기만 해도 바로 외면 할 겁니다. 노무현의 진정성이니, 20대가 개새X니 뭐니 민주화를 추억하며 온갖 얘기들을 늘어놓겠지만 이 양반들에겐 현실과의 갈등이 언제나 자리잡고 있고 대개는 현실을 택하는 법이라 그들은 부동산 때문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버렸습니다. 본인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들이 시위를 할 때 꼰대이던 이들의 나이와 현재 자신의 나이가 엇비슷하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일 겁니다.

그 외에는 악세사리파, 공부도 그럭저럭 잘 했고 집안도 잘 살지만 1등은 못 했습니다. 형이 의대가고 동생은 법대에 갔는데 자기는 두세단계 낮은 대학의 인문대에 진학을 했거나 그랬습니다. 언제나 강남 1등이 아니라 3등이나 5등이었으니 열등감으로 인한 과한 자의식이 생기긴 마련입니다. 게다가 부모님이라는 절대 만땅 ATM이 있으니 돈 걱정 같은 건 해본 일도 없을 뿐더러 중산층 집안 답게 온갖 새로운 문화는 다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위성방송으로 서민 애들 따위는 알 수도 없는 일본 음악을 즐길 수 있고, 힙합이나 락도 세련되게 최신의 것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한물 간 메탈이야 듣지도 않았습니다. (신해철의 메탈 강남 진출 계획은 어찌됐으려나?) 자의식이 발달하던 10대 시절 그들은 명문대에 보내려고 악을 쓰는 부모, 대기업에 취직하려는 대학생들이 전부 병신같은 세상의 허접한 톱니바퀴나 되려고 환장하는 머저리처럼 보였을 겁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유학이다 연수다 하며 외국에 나가보기라도 한다면, 그 때 본 외국은 정말 세련되고 잘난 것 같은 겁니다. 그것에 취해 그냥 눌러살면 한국하고는 인연이 슬슬 끊어지지만 열등감이 해소가 안되면 자기가 홍세화라도 된 양 파리나 뉴욕의 쿨하고 세련되고 남다른 면을 소개하느라 여념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을 씹을 수만 있다면 뭐든 좋습니다. 한국에 살지도 않으면서 황우석이나 심형래 같은 소재가 나오면, 아주 물 만난 물고기처럼 춤을 추는 것이죠. 귀국했어도 마찬가지 그 때는 돌아온 코스모폴리탄 답게 후진 한국을 영리하고 영악하게 요리하며 재미를 맛 보걸 겁니다. 이들에게는 진보적인 의견이라는게 절실해서가 아니라 안티 테제니까 중요할 겁니다. 유럽에서 살아보니 거기 사람들은 명문대 가려고 난리 안치고 부동산 따위에 환장하지도 않더라 한국 사람들 '촌스럽게' 왜 저러나 모르겠다고 일갈하지만 그래도 자기는 부모님이 주신 강남 오피스텔에서 편히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국 사람들의 절박함에 대해선 10대 시절 느낀 인식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대기업이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 따위가 없는 것 같고, 특별한 학벌도 재능도 없으니 노력만으로 가능한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야 하는 일반인들의 정서같은 건 알고 싶지가 않은거죠. 왜냐? 세련되고 잘나지도 않았고 폼잡을 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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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제가 보기엔 대중들을 강남 좌파를 이런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있을 겁니다. 일정 부분은 상당히 정확하게 맞기도 하고 그렇다고 봅니다.

다만 화제가 되는 조국의 경우엔 두 번째 부류지만  나름 실천도 잘 하고 치장도 잘한 사람이라는 생각 정도가 들고 말입니다. 적어도 그는 누가 공격이라도 할까봐 글마다 누누히 자기는 강남에서 살고 잘 살기에 내 말이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며 최대한 이러한 지점을 배려하며 얘기하는 편이죠.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조국이나 이정희만 뜨는 걸 보면 이 나라에 진보나 좌파의 비중은 매우 작거나 컬트화 되고 있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