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른바 케비어 좌파의 한국식 표현이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을것이 분명한 비싼 케비어를 씹으면서, 노동계급 혁명을 논하는 지적 유희를 즐기는 위선자들을 풍자하던 말이다. 공희준이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체게바라 티를 입고 강남의 스타벅스에 앉아서 우아한 커피를 마시는 족속들이 바로 강남 좌파인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그런 위선자들을 지칭하는 한국식 표현으로 강남 좌파는 최초가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먹물 좌파, 강단 좌파라는 표현이 있었고, 그런 개념의 원형은 바로 80년대의 이른바 '학출' 이 되겠다. 니들이 노동계급의 절박함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거 같아? 라는 노동자출신 활동가의 일갈에, 대학생출신 활동가들은 주눅이 들어야 했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최초의 학출은 다름 아닌 맑스였고, 최초의 케비어 좌파는 엥겔스였다는 것을.

요즘은 여기 저기서 조국 서울대교수를 강남 좌파의 우두머리로 삼아 공격하는 것이 대세인 모양이다. 김규항이 조국을 향해 중산층 엘리트 주제에 꼴사납게(?) 진보를 운운하지 말라고 일갈한 것이 그 예가 되겠다. 주장을 반대 주장으로 대항하지 않고 치사하게 출신 계급을 거론하는 저열함은 그렇다치고, 시민 따로 있고 민중 따로 있다는 19세기식 무식함에 할 말을 잃었다. 김규항에게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시민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나보다. 그러므로 나는 논쟁의 배경을 걷어내고 주장만을 살펴본다면, 딱지치기를 멈추라는 진중권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나는 김규항같은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 조국같은 중산층 엘리트가 그런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할까? 중산층 엘리트답게 진보니 뭐니에 관심 끄고 부동산 가격 변동 추이나 코스피 지수같은거에만 관심을 가지면 될까? 만약 조국교수가 그랬다면, 최소한 그런 비난을 받을 일은 없었을게다. 그럼 조국이 교수직 사표내고 어느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면 그런 비난을 멈출텐가? 그런데 본인도 못하는걸 왜 남한테 요구하는지? 강남 좌파들이 대오각성하여 체게바라 티가 아니라 조지부시 티를 입고 스타벅스 커피숍에 앉아 있으면 비아냥을 멈출텐가?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강남 좌파들이 자기 계급을 배반하고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을 지지하며 한표 찍어주는 것이 눈물나게 고맙다. 문제는 그들이 헤게모니를 쥐고서 자기 계급의 이해를 정책이나 노선에 반영하는 것이지, 중산층 엘리트라는 자기 계급을 배반하는 그 자체는 아니지 않는가? 그들의 지지를 진보를 구현하는 무기로 사용하지 못한 본인들의 무능을 탓해야지 왠 생뚱맞은 출신계급 타령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나 역시 조국처럼, 정치권 밖을 떠돌며 이런 저런 입바른 소리로 사회적 명망을 누리는 분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 분은 민주당 중심의 통합이나 연대를 주장한다면 민주당에, 그렇지 않으면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에 입당을 하는 것이 옳다. 정치적 발언권을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않는 태도는 정치 발전에 그리 좋은 방식이 아니다. 그게 싫으시다면 본인의 직업에 충실하다가 투표장에서 반한나라당 전선에 한표 동참하시든가, 아니면 나처럼 아크로에 익명으로 글이나 쓰시던가. 맑스는 학출이었지만 공산당에 가입했고, 케비어 좌파였던 엥겔스 역시 그랬다. 그리고 그들은 단 한번도 자신들이 속한 계급의 이해를 당의 노선에 반영한 적이 없었다. 이 지점이 바로 조국 교수에 대한 올바른 비판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