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글을 씁니다. 물론 댓글을 몇번 달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글이라고는 볼 수 없으니 지금 올리는 글이 아크로에 처음 올리는 글이자 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되겠네요. 그동안 눈팅으로 게시판의 글들을 읽었는데, 참 세상에는 논객도 많고 지식인도 많다는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그런 분들 앞에 이런 글을 올린다는게 참으로 부끄럽지만 혹시라도 제 글을 읽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많은 비평 또한 부탁드립니다.


 최근 아크로 게시판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주제는 수크크를 둘러싼 논쟁일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면서 기독교에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기고 정치, 경제의 영역에서 논의되어야 할 수크크를 그저 종교 이기주의에 입각한 개신교의 오만함으로 그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이 많이 있다. 특히 기독교 내의 대형 교회의 목사들을 중심으로 수크크법이 통과되면 이슬람의 국내진입이 자유로워지고, '돈 있는 곳에 권력있다'는 명제가 곧바로 실현될 것이며, 결국에는 이슬람의 테러세력 또한 국내에 잡입할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듯하다.

 사실 이슬람에 대한 증오 내지 공포는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의 경우 이슬람 이민자에 대해 더이상 관용의 정책을 내세우지 않으며 다문화와의 공존에 대한 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 같다. 이슬람에 대한 원척적인 배제가 아니라 프랑스 문화를 하나의 기준이자 정통으로 삼아 그 속에 이슬람 문화를 융합하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히잡을 둘러싼 논쟁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더구나 알카에다로 대표되는 이슬람의 강성 이미지는 테러리스트로 대표되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헐리우드 영화의 단골 악당이기도 하다. '손에는 칼, 다른 한손에는 코란'으로 이미 왜곡된 이슬람의 이미지가 9.11이후 걷잡을 수 없이 테러의 아이콘이 되어버렸으니, 이제와서 사람들에게 이슬람의 평화의 종교이자 실은 여성을 우대하며 민주주의와도 충분히 융합할 수 있는 종교라고 강변해봤자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뜨리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현재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이슬람의 모습은 동남아 출신의 근로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중동지역의 이슬람교도의 경우 지리적 접근성에서 큰 괴리감이 날 뿐더러 오일머니로 대표되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유치해야할 하나의 부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기독교를 제외한 나머지 비기독교인 특히 경제계 인사들에게는 중동지역의 이슬람에 대해서는 약간의 호감이 혼재된 중립적 시각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문제는 동남아 출신의 근로자들 중에서도 파키스타,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건너온 이슬람 근로자들이 우리 사회의 최하층의 3D직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수크크를 반대하는 입장 중에서 기독교를 제외하고 일반인들 중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동남아시아 출신의 근로자, 특히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혐오가 더해지면서 이슬람은 악이요, 그들의 검은 돈이 들어오는 창구가 될 수크크법이 결코 통과되서는 안된다고 심정적을 동의하는 비기독교인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쯤에서 나의 이슬람에 대한 관점을 고백하자면, 참으로 복잡하다는 변명을 앞세울 수 밖에 없다. 가끔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명예살인, 여성에 대한 전근대적 억압, 그리고 서방의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만을 내세우는 제정일치의 정부행태는 이슬람이 아무리 종교라 하더라도 과연 최소한의 합리성을 담보로 하고 있는지 의심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반대로 거친 환경에서 생존을 목적으로 투쟁해온 사람들의 성향, 오랜기간 동안 서양 제국주의의 억압에 시달려왔다는 점, 그리고 전근대적인 군주의 독재정치 속에서 이를 타개하고 나름의 혁명을 이룩한 점은 이슬람 종교의 교리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외부의 자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경험한 이슬람이라고 해봤자 어머니가 일하시는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노동자들밖에는 없다. 어머니 또한 알라에 대한 기도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그들의 모습에 참으로 낯설다는 느낌이 앞섰다고 하셨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해야할 일을 등한시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하신다.

 이처럼 이슬람에 대한 나의 시선은 동정과 혐오가 혼재되어 있고, 이것이 나름 진보적 성향을 가졌다고 하는 내가 가진 한계일 것이다. 그들의 유입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가치가 붕괴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그들이 끝까지 융합을 거부하고 그들만의 독자적 문화를 고수하면서 또다른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 이것이 수크크법을 거부하는 기독교와 그에 동조하는 비종교인들의 근원적인 마음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만약 내 추론이 사실에 가깝다면 수크크법에 대한 반대를 단순히 종교이기주의 혹은 기독교가 종교분리의 원칙을 어기고 우리사회의 합리적 가치를 무너뜨린 비이성적 집단이라는 비판은 조금 완화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물론 개인적 입장에서는 수크크법은 종교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유연하게 해결해야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선진국의 과도한 국내 투자비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이슬람을 비롯한 제 3세계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유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게시판에서 행해지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에 선뜻 동조하기 어려운 것은 나 스스로가 이슬람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여전히 지니고 있으며 진보라고 자처하는 나 스스로도 전근대적 민족주의의 망령에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