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특히 아크로)상에서의 명예훼손/모욕의 특수문제와 ID/닉에 대한 보호

                                                                                       by 반칙왕  (a.k.a 위선자, 아니면 한의사 또는 그와 가까운 사람)


[1] 일반론

명예훼손죄, 모욕죄는 다 같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형법에 규정되었다.
다만 명예훼손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의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고,
모욕은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의하여 평가를 저하시키는 점이 다르다 (fact vs opinion).

한편, 명예훼손/모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명예훼손등을 당하는 사람이 누군인지를 제3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반드시 그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이 된다.


[2] 인터넷상의 특수문제

인터넷상에서 유명인의 실명(주로 정치인)이나 예명(주로 연예인)을 언급한 명예훼손/모욕의 경우는 위 일반론이 그대로 적용된다.
한편, 인터넷 게시판/포럼등의 ID나 닉에 대하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명에 연결되지 못하므로
위 일반론에 의한 명예훼손죄/모욕죄의 성립이 가능할까 궁금해진다.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인터넷 ID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인터넷 댓글로서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여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또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악의적 댓글을 단 행위자는 원칙적으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의 죄책을 면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에 의하여 모욕을 당한 피해자의 인터넷 아이디(ID)만을 알 수 있을 뿐 그 밖의 주위사정을 종합해보더라도 그와 같은 인터넷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청구인이라고 알아차릴 수 없는 경우에 있어서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청구인으로 특정된 경우로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인 청구인에 대한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상의 결정요지는 헌법재판관 8인의 다수의견이고, 한편 1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인터넷 아이디는 사이버 공간 밖에서 사용되는 성명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 안에서 그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을 특정지우는 기능을 하고, 인터넷 아이디와 그 사용자의 성명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관리자에게 등록되므로 인터넷 아이디를 알면 그 사용자가 누구인지 찾을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인격침해행위(명예훼손ㆍ모욕)를 규제할 필요성도 매우 크다. 이 사건에서 피고소인들이 작성한 댓글의 내용이 인터넷 아이디로 지칭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것이라면 그 피해자는 그 아이디를 고유명칭으로 사용하는 청구인으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각하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권리보호청구권을 무시한 것이고 인터넷 댓글의 난폭성과 그 피해의 심각성을 외면한 것이다.


[3] 아크로에서의 특수문제

그런데, 1인 재판관의 반대의견을 가만히 살펴보면,
"...인터넷 아이디와 그 사용자의 성명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관리자에게 등록되므로 인터넷 아이디를 알면 그 사용자가 누구인지 찾을 수 있다." 부분을 볼 수 있다.

즉, 반대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은 실명제를 전제로, ID에 대한 명예훼손/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아크로의 경우는 실명제 싸이트가 아니므로, 반대의견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아크로에서의 성명권과  ID/닉에 대한 보호

성명권이란, 인격권의 일종으로서 타인에 의하여 자신의 성명이 영리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권리, 부당하게 이용되지 않을 권리등을
내용으로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 등의 실명/예명에서 많이 문제된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9081002019922732054

그렇다면, 인터넷 게시판/포럼등의 ID나 닉에 대하여는 성명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보호가 인정될 수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아직 이에 관한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인터넷 ID에 대하여는 명예훼손/모욕이 인정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거나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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