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도매 유통에 종사하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북한산 바지락이 최고 인기품목이라네요. 듣기로는 북한산 바지락이 국내산처럼 종패를 뿌리는 반양식이 아니라 청정 갯벌의 완전 자연산이고, 씨알도 크고 알차고 맛도 훨씬 좋답니다. 품질만 놓고보면 특A급 명품 바지락인거죠. 그래서인지 시장에 나오면 소매상인들 사이에 피튀기는 물량확보전이 벌어진다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아무리 구매 경쟁이 치열해도 가격은 늘 허접한(?) 국내산 바지락보다 상당히 낮게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지락이 휴전선따라 종자가 다를 수는 없을테고, 생산에 별다른 노하우가 필요하지도 않을텐데 조금 이상하더라구요. 보통 품질이 뛰어나고 수요가 많은 상품일수록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게 시장의 당연한 법칙인데, 그렇지 않은거죠. 그래서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1. 북한산이라는 저질 브랜드 때문이다? ==> 일반소비자들야 그럴 수 있겠지만, 수산시장의 소비자인 소매상인들은 난다긴다하는 바지락 전문가들입니다. 때문에 그들이 브랜드에 휘둘려서 품질이 낮은 국내산 바지락을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한다는건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죠. 게다가 공산품이라면 모르겠으나, 바지락같은 1차 천연 수산물이 국가 브랜드에 휘둘린다는것도 이상하구요. 그것도 저 먼 외국의 낯선 갯벌에서 캔 것도 아니고 같은 한반도의 신토불이 갯벌에서 캔 것들인데 말이죠.
 
2. 소매상인들의 담합때문이다? ==> 북한산 바지락을 확보하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고, 수십명이 구매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담합은 불가능하죠.

3. 반공의식 때문이다? ==> 장사꾼들이 이념적 소비를 한다? 정용진 이마트 사장이 화내실겁니다.

4. 생산단가가 워낙 싸기 때문이다? ==> 노동가치설을 신봉하고 효용가치설을 부정하는 좌파적 발상이 되겠습니다. 

5. 물량이 너무 작아서 시장지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품질이 높은 상품은 물량이 작을수록 가격은 더 올라간다가 경제학의 기본일겁니다.

6. 유통과정의 이윤을 최소화하는 수산물 특유의 경매 제도 때문이다? ==> 경매보다 시장경쟁의 원리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은 없습니다.

7. 북한과 거래하는 1차 도매 업체들의 담합때문이다? ==> 듣기로는 그런 것 같지 않더군요.여러 업체들이 북한산 바지락을 들여온다합니다.

8. 도매 업체들이 북한의 어민들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 북한이 어떤 나라인데 감히;;

9. 적대관계인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 그럴수도 있겠죠. 적대국의 상품 거래엔 정치적 규제가 가해질 수 있고, 따라서 정상적인 시장거래가 형성되지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과거 햇볕정책 할 때도 같은 현상이었답니다.

암튼 한참을 궁리를 했었는데, 아직 마땅한 답이 잘 안떠오르네요.

재작년부터인가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교역을 차단하는 바람에, 요즘은 북한산 바지락을 중국업체가 일괄 구매해서 한국의 상인들에게 넘기는 중계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다고하네요. 아무리 정부가 차단을 해도 이윤이 많은 상품은 어떻게든 국경을 뚫고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사례입니다. 결국 엉뚱하게 중국업체만 중간에서 이득을 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