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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전공이 전공인지라 제 주변 사람들은 거의 전부 법률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을 때 대부분 화를 냈습니다. 노무현을 막 욕했구요. 그런데 사법시험이라는 시험이 모든 사람을 붙여주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사시에 일찍 붙은 친구들을 빼면 상당히 많은 친구들이 로스쿨로 눈을 돌렸습니다.
로스쿨의 도입 취지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법률가의 양성입니다. 확실히 회계사, 의사같은 전문직 출신의 로스쿨 입학생이 몇명 보이기는 합니다. 사법시험체제였다면 법률가되려는 시도조차하지 않았을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이 변호사자격증을 가지고 활동하면 상당히 사회적으로도 그 사람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저런 전문직을 가진 사람은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3년이라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사람은 더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로스쿨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은 사법시험포기한 사시생(법대생 多), 사시도전안한 법대생, 그밖에 학부생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의 경우에는 어린나이(학부 졸업예정자)+고학점+고 리트점수+고학벌(SKY), 좋은영어성적 아니면 입학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스카이 로스쿨에 스카이 학부출신 아닌 사람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물론 회계사, 의사와같은 전문직을 가진 사람이나 정말 대단한 다른 스펙을 가진 사람은 나이가 30넘거나 비스카이출신이라도 스카이로스쿨에 입학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정말 소수입니다.
스카이로스쿨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로스쿨 대부분이 고학벌, 고 리트, 고학점, 어린나이를 요구한다는겁니다. 물론 이 모든걸 다 갖춘 사람은 별로 없어서, 스카이로스쿨을 제외하면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충분히 입학이 가능하죠. 그런데 어린나이, 고학벌, 영어성적 이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제 주변 사람들의 경우를 예로들면 일단 로스쿨을 목표로 한 사람중에 '원서질' 망한 케이스가 아니면 다들 로스쿨에 들어갔습니다. 리트가 아주 높지 않고 영어성적이 높지 않은 사람들은 지방쪽 로스쿨에 간 경우가 좀 있고, 영어성적 어느정도 받아놓고 리트를 어느정도 잘봤으면 스카이로스쿨은 못가도 그 밑의 로스쿨에는 거의 다 가더군요. 로스쿨가는 것이 그 자체로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물론 학벌이 괜찮다는 전제하에)
많은 사람들은 3년의 법공부로 제대로 변호사가 되겠느냐고 문제제기하는데 이런 문제는 제가 생각할 때 그렇게 중요한 문제같지는 않습니다. 3년이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 자격증 딴 후에 실무수습 잘 받고 후에 자신이 어떻게 자기 경쟁력을 키우느냐에 따라 그 변호사의 능력은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대륙법체계 이런 것도 부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위에 쓴대로 로스쿨 가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애초부터 그 로스쿨에 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먹고 사는데에 어려움 없는 집의 자제들이라는 것입니다. 상황이 어려운 친구들의 머릿 속에는 로스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3년간 학비포함 1억 이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장학금 받을 가능성만 믿고 로스쿨에 진학할 용기를 못내는거죠. 정말로 어느정도 사는 친구들이 로스쿨로 아주 쉽게 방향전환을 합니다.
누구는 말하기를 로스쿨, 법률가 양성 시스템을 말할 때에 계층이동같은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정량평가, 정성평가같은 평가 시스템을 두고 탁상공론을 하거나(웃긴 것은 거의 모든 로스쿨이 정량평가를 훨~씬 중시합니다. 정성평가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너무 현실을 모르는듯) 판덱텐체계, 판례법체계를 두고 싸우고, 3년으로 되겠어같은 것 가지고 싸우던데, 제가 살아오면서 같은 학벌,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오로지 집안 사정때문에 이렇게 극명하게 진로 설정이 달라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변호사 자격증 따서 출세하려는 사람들이 가는 전문대학원에 국가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것이고...드는 생각은 어서 더 경쟁 치열해지기 전에 나부터 살아야지...였습니다.
김대중의 의전도 삽질이지만 그래도 의대 폐지라는 방법을 쓰진 않고 점진적으로 가려다 실패라고 판명되어 쫑났죠. 그에 반해 노무현은 로스쿨을 거의 FTA수준으로 열의를 가지고 밀어붙였죠. 지금도 그 저의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미국식 개혁을 통해 사법시험식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내겠다는 발상이었는지 모르지만, 한국 현실상 주립대나 중위권의 대학을 다니다가 아이비리그 로스쿨에 가는 그런 현상이 한국에서 생길리 만무하죠.
굳이 로스쿨만이 아니라 수시의 대폭 확대나(내신중시라면 또 모르겠으나), 입학사정관 같은 제도도 한국 현실에선 거의 작동가능성이 없지요. 예전에 바이커라는 분 블로그를 가니 입학사정관제를 굉장히 옹호하시던데 그거야 미국 얘기고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죠.
입학단계에서의 평가가 양적이고 단순한 것이 아니게 될 수록 흔히 말하는 계층간 이동 가능성을 가장 크게 배제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로스쿨을 하려고 대학들이 퍼부은 돈이 얼마인데 로스쿨이 없어질리가 없죠...
개인적으론 어찌되었건 변호사의 숫자가 는다고 해서 로스쿨 도입을 원헀던 진보 시민단체의 바램 (변호사 들이 전부 한달에 300정도만 버는) 될리는 없다고 보고 전문직은 수요를 창출하기 나름이니 알아서 다 잘 살걸로 보입니다. 사실 그게 아니더래도 저같은 사람이 변호사 걱정하는게 웃기죠. 쪽방촌 노인네가 이건희 보고 걱정해주는 격이니...
누가 누구 자식이라는걸 면접관이 다 안다고는 하는데 그런 몇몇 케이스를 빼면 정량평가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로스쿨 1,2기에는 정성평가를 통해서 수치화된 점수를 뒤집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로스쿨이 정량평가를 우선시한다는군요. 그래서 학벌,리트점수,영어점수,학점이 중요한거죠. 스카이로스쿨은 거기에다가 어린나이를 중요시하고요. 어린나이에 학벌 좋고 학점 잘땄고 리트 좋고 영어 잘하는 학생의 실력을 높게 보는거죠. 그 외 대학은 학벌이 좋으면 학점이 펑크나도 다른걸로 메워서 갈 수 있다고 하고요. 성균관대같은 경우에는 스카이로스쿨처럼 모든 스펙을 중시한다더군요.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라는 책을 보면 다른 나이대에 비해 40대~60대가 종합판단능력, 통찰력, 어휘력, 귀납추리력 등이 최고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로스쿨)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처럼 무지막지하게 쏟아붓고 잊어버리기 전에 계속 쏟아붓는 식으로 공부합니다. 고도의 통찰력이나 종합판단능력보다는 단순 암기능력, 순발력이 크게 좌우하는 시험이죠. 순수하게 공부하는 시간만으로 하루 10시간을 2~3년정도 공부해야 합격을 하는데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잘 못합니다. 이렇게 체력도 떨어지고 암기력도 떨어집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나이가 어릴수록 사법시험공부나 로스쿨공부를 더 잘합니다. 로스쿨의 입장에서는 나이가 어리면 단순 암기 공부를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나이 많은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겠죠.
그리고 로스쿨에서 변호사 뿐만 아니라 판검사도 배출하는 시스템인데, 우리 나라의 경우 나이 차별(에이지즘)이 심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나이가 많으면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시험에 합격하는 나이가 30대 후반 쯤이면 판검사는 포기해야합니다. 판검사가 많이 배출될수록 그 로스쿨의 파워가 커지는데... 그 결과 당연히 로스쿨에서는 나이가 어린 학생일수록 점수를 더 주겠죠.
로스쿨이 나이가 많으면서 사회 경험 있고 이치도 잘 아는 사람들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법 이외의 다른 전문분야에서 경력을 쌓느라 나이가 많은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나이 많은 로스쿨 준비생들이 딱히 어떤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높게 보지 않는 것이죠.
대신에 어린 나이에 로스쿨이 요구하는 여러 조건(어학, 리트, 학점)을 충족했다면 그것 자체를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로스쿨에서 1,2기 학생들을 평가한 결과 나이 많은 학생보다 어린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하기에 어린 나이를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가 역시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죠.

리트성적, 어학성적, 대학성적이 1차 기준이고, 1차 성적과 논술, 면접, 서류심사가 2차 기준인데, 여기에 나이와 학벌이 노골적으로 작용한다면 문제가 심각하죠. 대학들이 어린 나이와 학벌을 중시하는 까닭은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나이 어린 자들을 선발해야 종국적으로 자기 대학 출신 판검사, 헌법재판관 등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더해 변호사시험 때문에 특성화교육도 부실해지는 것은 물론 법학전공자를 우대하는 결과를 낳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3조 (학생선발) ② 법학전문대학원은 지원자의 학사학위과정에서의 성적,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자질에 관한 적성을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하 "적성시험"이라 한다)의 결과 및 외국어능력을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하여야 하며, 그 밖에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에 대한 경력 등을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법학에 관한 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문화와 역사적 배경이 다른 나라의 제도를 무분별하게 그대로 도입하는 것도 문제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나 기득권의 생각이 꼬이게 만들지요
사실 문제는 로스쿨 정원을 만명선으로 확대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다른 전공학과 인원은 제한 하지 않으면서 왜 의사나 변호사 수는 제한을 하는지
뭐 의사는 실습할 병원의 수급문제도 있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자격시험으로 만들면 뭐 저렴한 학비로도 공부할 수 있고
능력대로 벌어먹고 살 수 있을거라 봅니다
"3년이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 자격증 딴 후에 실무수습 잘 받고 후에
자신이 어떻게 자기 경쟁력을 키우느냐에 따라 그 변호사의 능력은 엄청나게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 보면 ㅎㄷㄷ
변호사 자격증 딴 후에 실무수습 잘 받고 자기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의 의뢰인은 뭡니까?
그 변호사 능력쌓는 실험대상이 되는 건가요?
충분한 자격요건이 갖춰진 이후에야 자격증이 나오는 것이 순리이겠지요.
(S대 로스쿨에서조차 형사소송법이 전공필수가 아니라던데요,
형법각론이 전공필수가 아닌 로스쿨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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