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3당 합당을 안하고 노무현 같은 사람이 없는게 3당 합당을 해서 노무현 같은 사람을 만드는것보다 훨씬 위대한 일입니다.  3당 합당이라는 이벤트를 벌여서 노무현 같은 정치인의 이탈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김대중 처럼 애초에 정치 세력 자체가 3당 합당을 집단으로 거부하는게 여러모로 지혜롭고 합리적이죠.

그래서 3당 합당 이탈세력이 김영삼은 물론이고 김대중에 대해서도 도덕적 우위를 주장하는게 웃기다는 겁니다. 왜 3당 합당을 거부한 개인이 3당 합당을 거부한 정치 세력 보다 대단하다는 건가요. 김대중 밑에서 편하게 정치한 호남 정치인, 동교동계 어쩌고 떠드는데. 아니 그럼 호남 정치인이 어떻게 하면 "안 편"할수 있었는지 좀 알려주기 바랍니다. 김대중도 김영삼 따라 3당 합당을 추종하여 남겨진 이탈세력을 억지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겁니까. 호남판 노무현?

그들이 지역주의라는 명목으로 김대중과 김영삼을 싸잡아 욕하는 것도 웃깁니다. 그려려먼 87년부터 따로 정치를 했어야죠. 자기들도 지역 맹주인 김영삼 밑에서 정치했지 않았습니까. 왜 3당 합당 전에는 문제가 안되던 지역기반이 자기들이 축출되고 난뒤에는 갑자기 문제가 됩니까. 

3당 합당을 추종하지 않은 세력이 고생한 이유는 영남 정치인과 영남 유권자때문이지 김대중이나 호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아무 잘못 없는 호남과 김대중을 겨냥한 까닭은 3당 합당 체제를 뚫고 영남에서 기반을 마련하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3당 합당을 거부하는 도덕적 포지션을 가지고는, 그 3당 합당을 선택한 영남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할수 밖에 없었고, 3당 합당 비토를 철회하고 김영삼 밑으로 들어가기에는 이미 버스가 떠난 뒤였죠.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건 민주당의 약한 고리인 반호남 지역주의를 교묘히 이용해 민주당을 접수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지나치게 호남색이 강한 지역주의 정당이라는 것이었죠. 김대중이 3당 합당을 거부한 결과 나타난 개혁 세력에서의 호남 다수성(majority)이 갑자기 부정적 의미의 지역주의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통민당에 있을때 통민당이 경남 정당이라는 자기 비판을 한적 없습니다. 호남 지역주의 타령이 실은 단순한 반호남 정서에 기초한 마타도어인 이유죠.

민주당이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느니, 호남이 과잉 대표되고 있다느니 하는 것도 이런 밥그릇 논리의 연장선상입니다. 3당 합당을 거부했다가 쪽박찬 영남 정치인들이 민주당에서 한자리 하기 위해 동원한 국물 논리가 어느새 정설처럼 굳어진겁니다. 민주당의 문호 개방이라는 것은 자기들에게 한 자리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호남의 과잉 대표라는 것은 호남 정치인들 물러나고 내가 그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거죠. 

자칭 영남 개혁 세력이 이런 야비한 밥그릇 논리를 계속 고수한다면 결국 선택지는 두개밖에 없습니다. 영남 개혁 세력이 전멸하거나 민주당이 그들에게 접수당하거나. 영남에서는 안되니까 찍소리도 못하고 만만한 호남에 와서 협박성 구걸(?)을 할수록 온건한 호남 유권자들은 서서히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07년까지 노무현, 유시민 지지자였다가 지금은 격렬한 안티 유시민으로 돌변한 저같은 사람이 대표적이죠.

차라리 제가 영남 표는 끌어모을수 있으니까 좀 대접해주세요. 라는 영남 후보론이 훨씬 낫습니다만... 거짓 논리로 도덕적 우위를 확실하게 점한뒤 상대방을 궤멸시키는 쾌감을 포기하기는 힘들겁니다. 도덕적 우위가 있으면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지만 영남 후보론은 상대에게 선택권이 있거든요. 노무현이 성공한 이유는 호남과 민주당의 선택권을 존중했기 때문이고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이유는 본인들이 선택권을 가지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유시민은 아예 초장부터 선택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호남 유권자를 죄다 안티로 돌릴수 밖에 없는 이 무지막지한 전략의 귀결은 어떤 유빠 말마따나 "호남 버리고 영남과 수도권에서 어필하는것"이 될거고, 그건 실현 불가능 하죠. 유시민의 박근혜 행이 유력한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