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명박으로 야권이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서프라이즈에 들어오니 게시판이 발칵 뒤집힌 모양이다. 적지않은 서프앙들이 게시판의 변화에 당혹스러워하고 있고 운영자 독고탁도 연속되는 글을 통해 진땀 흘리며 해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략 방향성이 '反이명박을 기치에 내건 민주개혁진영의 승리'로 모아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게 논란의 본질을 빗겨가고 있는 것 같아 몇가지 짚고 넘어가려 한다.


기억을 더듬어 1997년 대선국면으로 넘어가보자. 노동법 날치기 처리, 종금사 부도, 김현철 스캔들, 한보 비리, 기아자동차 파업, IMF 외환위기... 그야말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숨이 헉헉 넘어갈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 1년간 계속되었고 YS와 한나라당이 국가를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로 몰아갔음에도 불구하고 12월 대선을 6개월 앞둔 1997년 여름까지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던 인물은 김대중이 아닌 이회창과 이인제였다. 정치에 있어서 만약이라는 전제는 없지만 당시 우리가 IMF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그냥 대충 넘어갔다면 아마도 김대중이 아닌 이회창이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로 국가와 민생이 도탄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DJ와 이회창의 득표율차는 1%에 불과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적어도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만큼은 정당이 아닌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회창을 김영삼의 후계자로 보기 보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인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회창은 YS와의 연관성을 지우기 위해 YS를 한나라당으로부터 출당시켰고 YS인형 화형식까지 벌였다. 뿐만 아니라 이인제의 독자출마에 대해 도리어 반기는 부분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인제가 YS의 후계자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 도리어 본인의 대선전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DJP 연합 성사 이전까지는 이회창의 예측이 상당부분 먹혀들어갔다.)


이곳에서 상당수 서프앙들은 국민들 대다수가 MB정권 4년차에 이명박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하늘을 찌르기 때문에 '反이명박'의 기치로 야권을 하나로 모으기만 하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그 열쇠는 과연 박근혜를 국민들이 이명박의 후계자로 지목할 것이냐 아니냐인데 1997년 이회창의 사례를 보면 상당수 국민들은 박근혜를 이명박의 후계자가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인물로 볼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2002년 DJ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음에도 민주당 소속 노무현 지지율이 치솟았던건 그를 DJ의 후계자가 아닌 새로운 인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反이명박'은 답이 아니다.


야권을 분열시킨 김대중과 야권을 하나로 모은 노무현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대중을 야권통합의 상징인물로 보고 노무현과 유시민을 야권분열의 상징인물로 본다. 그런데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1997년의 김대중은 야권 분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2002년의 노무현은 야권 통합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다시 말해 김대중은 정계에 복귀하면서 이기택-노무현-조순-김정길 등과 함께 만들었던 통합민주당을 깨고 새정치국민회의라는 독자정당을 만들어 집권했고, 노무현은 유시민-김원웅의 개혁당과 연대했고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까지 이뤄내면서 실질적으로 야권을 통합시켜 집권했다.


왜 이토록 김대중의 길과 노무현의 길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일까? 그 열쇠는 세력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7년 당시 김대중의 동교동계는 야권내 최대 세력이자 주류 세력이었고, 2002년 당시 노무현의 친노세력은 야권의 소수세력이자 비주류 세력이었다. 바로 이같은 세력의 차이 때문에 김대중은 과감하게 분열과 독자세력화로 승부수를 던졌고, 노무현은 통합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본인의 의지적 측면 이외에 현실에 대한 냉혹한 분석이 이같은 상반된 행보로 나타났다고 보아야 한다. 분열의 길을 걸은 사람, 통합의 길을 걸은 사람  둘 다 집권에 성공했으니 분열은 무조건 악이고 통합은 무조건 선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해답이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어떠할까? 동교동계-호남세력과 친노 비호남세력 중 어느 쪽의 세력이 더 클까? 이런 질문 자체가 사실은 우스꽝스럽다. 왜냐하면 민주당 85개 의석 중 호남(전남/전북/광주)과 비례대표를 합한 숫자가 44석이고, 수도권과 충청권 상당수 의원이 범동교동계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현재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의 비율은 20%도 안된다. 따라서 1997년 김대중과 2002년 노무현만 갖고 분석하자면 아무래도 2002년 노무현의 길이 정답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서프 운영자인 독고탁도 2002년 노무현의 길 쪽으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정답일까?


유시민을 위한 변명...그리고 유시민의 길

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명분'을 앞세우는 종합예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리'를 점하기 위한 권모술수와 몸부림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명분론에 함몰되면 혹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더라도 일장춘몽으로 끝나게 되고, 지나치게 실리에만 집착하면 이회창, 이인제, 정몽준, 김민석 등 당위와 명분을 모두 잃어버리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아 끝내 노회하고 무능한 퇴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그 길은 명분과 실리의 양 극단 중간 어딘가에 있다.


다소 끔찍한 예상이기는 하지만 만일 2002년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노무현이 아닌 이인제가 승리를 거두고 12월 대선에서 이회창에게 패배했다면 아마도 민주당 당권은 온전히 노무현과 친노세력이 잡았을 것이고 당을 완전히 쇄신한 상태에서 5년을 준비하여 2007년 대선을 맞이했더라면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명박이 아닌 노무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5년을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은 2002~2007 5년간 했던 일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를 국민과 역사에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2년 전 불행한 일도 없었을 거다.


유시민이 노무현의 길과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참여정부의 좌절과 실패를 지근거리에서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2002년의 노무현은 집권 그 자체에 목적이 있었지만 2012년의 유시민은 집권 뿐만 아니라 집권 후 민주개혁진영의 업그레이드와 세력 확대까지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높아질대로 높아진 국민들의 기대수준과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유시민 입장에서는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통합이라는 구호와 분열이라는 행보를 함께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있다. 적어도 그의 문제의식 속에는 통합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 그 자체가 지고지선의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 고뇌를 충분 이해한다.


야권단일후보 손학규? 정동영? 정말 그게 최선입니까?

글 첫머리에서도 언급했듯이 총선에 임하는 국민들의 마음가짐과 대선에 임하는 국민들의 마음가짐은 확연히 다르다. 총선은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대선은 정당보다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후보 박근혜와 민주당 후보 손학규(혹은 정동영) 중 누가 더 참신하고 개혁적이냐에 관한 부분이다. 물론, 이곳 서프앙들이야 당연히 박근혜보다는 손학규가 낫다고 말하겠지만 그 범위를 대한민국 국민 전체로 확대하면 반드시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다.


만일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접수하여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당연히 한나라당은 친이계로부터 친박계로의 대대적 변화와 혁신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수구정당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박근혜는 졸지에 참신한 인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민주당은 어떠한 변화도 혁신도 없이 현재의 세력판도가 내년까지 그대로 이어져 손학규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면 상대적으로 그의 참신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도 왠지 한나라당이 참신해보이고 후보도 왠지 박근혜가 참신해보이는 어이없는 착시현상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유시민의 행보는 야권대통합의 불안요소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권교체의 유일한 희망요소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가 없다면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2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세론을 구가했던 이회창이 노무현에게 어이없이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민주당과 노무현이 국민들에게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었던 역동성이었다. 유시민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현실은 지금 이 시점에서 유시민이야말로 야권에서 유일하게 역동성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와같은 역동성을 가진 유시민이야말로 대선 후보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는 카드다. 그래서 지금은 그를 감싸안아야 한다.


어차피 서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유시민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그가 갖고있는 정치적 가치와 자산에 대해서만큼은 객관적으로 평가했으면 한다. 그래야 비로소 2012년 정권교체의 해답이 보일 것이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236770&table=seoprise_12







거기에 대한 반박글(예. 제가 썼습니다.)



유시민이 분열주의라는 공격을 받자 통합만이 지고지선이 아니라는 논리로 유시민을 두둔하고 있다. 그래서 분열과 선명성 강화를 통해 대권을 쟁취했던 김대중의 예를 든다. 그리고 박근혜에 맞설수 있는 대중성과 신선도를 가진 정치인은 유시민임을 강조하며 유시민 대권론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왜냐하면 노무현이 통합으로 대통령이 되거나 김대중이 분열과 선명성 강화로 대통령이 된게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노풍으로 대표되는 선명성을 바탕으로 "후보 단일화'라는 현실적 정치 책략을 통해 대통령이 된것이고 김대중은 호남과 충청 연합이라는 지역등권론으로 집권한것이다. 결코 분열이냐 통합이냐 하는 것만으로 집권 요인을 말할수 없다.


분열이나 통합 모두 하나의 방법론에 불과하다. 대권 가도를 위해 더 중요한것은 지지기반의 확대다. 지지기반의 확대를 위해 분열과 통합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유시민이 안되는 이유는 통합론으로 확보된 잠재적 지지를 분열적 행태로 잃고 있기 때문이다. 반한나라당 후보라면 누구라도 찍어줄 지지자마저 안티로 만드는 행태로는 절대로 대통령이 될수 없다. 김대중의 분열과 선명성은 지지기반에 상처가 없는 정치 공학이었지만 유시민의 분열은 지지기반 자체를 축소시키는 자멸적 행위다.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지기반을 다지고 확대해야 한다. 이건 진짜 충고니까 새겨 듣길 바란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유시민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인정하는 것이 있다. 지금 처럼 유시민 지지자들 간에 반민주당 정서가 팽배하다면 절대로 통합 후보가 될수 없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236849&table=seoprise_12







제가 굳이 글을 이렇게 올린 이유는...

흑수돌씨의 글을 보고 제가 느낀 웬지 껄쩍지근한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그 감정이 어디서 온건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그 껄적지근한것때문에 반박글까지 올렸으니 감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