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음 두 편의 글을 보기 전까지는 이문원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다.

 

<지적인 남자와 길숙이들..그리고 문화 비평>

http://theacro.com/zbxe/341604

 

<우리 나라 30대 여성들의 지적인 남자 컴플렉스..>

http://theacro.com/zbxe/free/341245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내 눈에 띄었기 때문에 간략하게 비판해 보겠다. 먼저 다음 글을 읽어 보시라.

 

<현빈, 어쩌다 30대 여성들을 빠순이로 만들었나>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110220080314667&p=newsis

 

 

 

그리고 여성의 마조히즘과 모성본능을 동시에 자극하는 까칠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문원은 매저키즘(masochism)적 성향을 보이는 여자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 같다. 동물의 고통 기제(mechanism)가 포괄 적합도(inclusive fitness)가 감소하는 것을 가리키도록 진화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런 가정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이상해 보인다. 고통 자체를 즐기도록 설계된 동물이 잘 번식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이 손상되었을 때, 자신의 자식이 곤란에 빠졌을 때, 자신의 지위가 추락했을 때 느끼는 고통 자체를 즐기면 자신의 몸이 더 손상되도록, 자식이 더 곤란에 빠지도록, 자신의 지위가 더 추락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번식 경쟁에서 탈락하기가 더 쉽다.

 

이문원은 또한 여자의 모성 본능이 짝짓기 상대를 선택할 때에도 발휘된다고 가정하는 것 같다. 이것 역시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이상해 보인다. 동물의 각 기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계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체로 그런 목적과 관련하여 작동한다. 예컨대 맛과 관련된 기제는 음식을 선택할 때 사용되는 경향이 있으며, 짝짓기 상대를 선택할 때 실제로 맛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성과 관련된 기제가 짝짓기할 때 발휘되면 대체로 번식에 이롭지 않다. 심지어 모성 기제가 자신의 자식이 아닌 다른 자식에게 발휘될 때에도 대체로 번식에 해롭다. 아기처럼 무기력한 남자를 짝짓기 상대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여자는 제대로 번식할 수 없다.

 

인간이 대체로 고통을 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짝짓기 대상을 선택할 때에는 모성 기제와는 매우 다른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게 매저키즘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모성 기제가 짝짓기 상대 선택에도 광범위하게 작동한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 근거를 대 보시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문원의 주장을 말장난 이상으로 대접해 줄 수 없다.

 

 

 

먼저 10~20대 여성층, 이른바 '귀여니 세대' '무뇌아 왕자님' 설정은 이유가 분명했다. 1997 IMF 외환위기 이후 사춘기를 맞이한 세대, 이른바 '경제 불황 세대'의 특성이 드러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에게 '지성'이란 적어도 이성적 매력의 핵심 요소는 아니다. 그보다는 현실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능력', '재력'이 매력의 중심이 된다. 그러다보니 지적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취업이나 급여와 직결되는 학벌, 학업성취도 등이 됐고, 그나마도 집이 원래 부자여서 취업할 필요도 없고 연봉계약 따위 생각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마련되면 무의미한 것이 돼버렸다. 한 마디로 왕자님의 기본조건인 미남 설정에 집이 부자라는 설정이 더 붙어버리면, 그 외에는 딱히 더 바랄게 없는 셈이다.

 

오히려 머리까지 좋으면 더 문제가 됐다. 미남에 이성적 매력이 있으면 다른 여성의 유혹이 끊이지 않고, 선택의 여지도 많아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재벌가라는 계급적 코드가 붙다보니 계급 갈등의 공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새롭게 추가된 코드가 바로 '무뇌아'라는 것이다. 그래야 여성이 '브레인'이 돼 남성을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도 여성이 '역할'할 수 있는 여지가 남게 된다. 가진 게 워낙 많아 불안하지만 어차피 내 손 안에 있고 내가 없으면 단순한 바보에 불과하니 안심, 이라는 코드다.

 

지적 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학벌과 학업 성취라고? 한국처럼 수능 제도가 상당히 공정한 나라에서는 지적 능력이 떨어지면 학벌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다른 조건이 같다면 더 머리 좋은 사람이 서울대에 합격한다.

 

재벌 자식에게는 좋은 머리가 무의미한 것이 돼버렸다고? 물론 재벌 자식은 머리가 아주 나빠도 돈이 많다. 하지만 여자들이 다른 조건이 같다면 머리가 더 좋은 남자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엄청난 증거들이 있다. 나는 이문원이 말하는 한국 10~20대 여자들이 예외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를 하나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실험 등을 해도 다른 조건이 같다면 머리가 더 좋은 남자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오히려 머리가 좋으면 더 문제라고? 물론 미남에 돈도 많은데 머리까지 좋으면 다른 여자에게 인기가 많다. 즉 경쟁자가 생겨서 문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돈도 많고 머리가 좋은데 미남이기까지 하면 다른 여자에게 인기가 많기 때문에 여자는 미남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또는 미남에 머리가 좋은데 돈까지 많으면 다른 여자에게 인기가 많기 때문에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미남, 부유함, 지능, 착함, 싸움 잘함, 건강함 등은 여자의 인기를 끄는 남자의 특징이다. 여기에서 왜 지능만 단지 경쟁 상대가 많이 생긴다는 이유로 예외가 된단 말인가?

 

나는 드라마나 한국 영화를 별로 보지 않아서 무뇌아인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사례에 대해 잘 모른다. 이문원의 말대로 무뇌아 남자 주인공들이 인기를 끌었다고 치자. 하지만 나는 그 이유는 그 남자 주인공들이 미남이거나, 돈이 많거나, 착하거나, 싸움을 잘 하기 때문이지 무뇌아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무뇌아였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기보다는 무뇌아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었던 것이다.

 

머리가 나쁘면 조종하기 쉬우니까 여자가 무뇌아를 선호한다고? 물론 머리가 나쁜 사람은 조종 당하기 쉽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어떤 여자가 머리 나쁜 남자를 짝짓기 상대로 선호하거나 자식 중에서 머리 나쁜 아이를 선호한다면 더 잘 번식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번식 경쟁에서는 남편을 얼마나 잘 조종할 수 있는가 말고도 아주 많은 요인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머리 나쁜 남편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게 조종될 수 있기 때문에 가족에 해를 끼친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머리가 나쁘면 대체로 지위가 낮다. 머리 나쁜 남편은 자식을 제대로 교육하기 힘들다. 이런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단지 조종하기 쉽다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문원은 자기 멋대로 거친 사변(wild speculation)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표현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이유가 분명했다는 식으로 확신에 차서 이야기한다. 이에 반해 진화 심리학자들은 상당한 증거를 모았을 때에도 심지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약간 짜증이 날 정도로 그런 것 같다(may, might, likely, probably)는 식의 표현으로 논문이나 책을 가득 채운다.

 

사변, 추측, 짐작에서 시작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심지어 당대에는 황당해 보였던 가설이 잘 입증되어서 이론의 지위를 얻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가설과 이론을 구분하지 않고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는데도 잘 검증된 이론이나 되는 것처럼 확신에 차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많은 인문학자들이 아예 검증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과학의 교권에서 놀려면 과학의 교권의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설명은 과학의 교권에서 하는 일이다.

 

 

 

이문원의 주장들은 진화론적 논리로 볼 때 터무니 없을 뿐 아니라 기존의 증거들로 볼 때에도 말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문원은 그런 주장을 확신에 차서 하고 있다. 이런 한심한 글을 실어주다니 <뉴시스>라는 곳은 참 지면도 많은가 보다. 아니면 이런 글이 가치가 있다고 믿을 만큼 <뉴시스> 편집부는 지독한 무뇌아인 것일까?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