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의 재롱에 즐거워하는게 더 어울리는 늘그막의 노동자 노인들이 생존의 벼랑에서 머리에 붉은 띠를 둘렀습니다. 유난히 춥던 올겨울 49일간의 파업투쟁으로 월75만원 식대300원이 월93만원 식대2,000원으로 인상되었습니다.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의 연대와 지원, 유래가 없는 고령자들의 장기간 파업의 댓가치고는 허무한 결과입니다. 그마저도 아직 원청인 홍익대학교와 합의한 것은 아닙니다. 용역업체가 자신들의 커미션을 양보한 것이지 홍익대학교가 양보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므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아마도 해당 용역업체가 홍대사업장에서 손해본만큼, 다른 사업장의 또 다른 노인들이 그 손해를 부담해야 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그 분들의 처우가 개선이 되었다니 이번 파업에 관심을 갖던 많은 분들이 환영하고 기뻐하는 듯 합니다. 언론에서는 트위터의 힘이니 연대의 힘이니라는 해설기사들을 싣고 있네요. 그런데 저는 하나도 기쁘지 않고 우울모드입니다.

지난 90년대 현실 사회주의 진영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때, 자본주의 진영은 자신들의 높은 생산력을 자랑했었죠. 사회주의를 건설하면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거라는 맑스의 주장은 개뻥이었다면서 승리의 찬가를 불렀죠. 맞습니다. 어쩌면 자본주의는 생산력이 너무 높아 주체를 못해서 문제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대단한 체제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주의는 사실 황혼에 접어든 노인들조차 부양할 능력이 없고, 그 분들의 마지막 남은 노동력까지 쥐어짜야 유지되는 빈약한 생산력에 불과했음이 이번 홍대 청소노동자 파업투쟁으로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인생을 정리해야 하는 늘그막에 청소노동이라도 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형편없는 나라였음이 드러난거죠 도대체 그 높다는 생산력은 모두 어디로 증발해 버렸을까요? 혹시 강남의 재벌가 후손들, 그 재벌가 후손들을 시중드는 화이트칼라들, 부동산 투기꾼들, 금융과 주식기술자들, 불로소득자들 부양하느라 다 써버렸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그 선명한 좌파성을 자랑하시는 진보정당들은 이런 부분은 꿀먹은 벙어리군요. 맑스 책 읽어 본지 하도 오래되서 다 까먹은 것입니까?)

민주당은 정말 좆잡고 반성 많이 해야 합니다. 이번 홍대 파업의 비극은 역대 민주당 정권의 책임이 90%입니다. 뭐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국민의 피땀으로 일구어낸 자본의 생산력을 적재 적소에 재분배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소홀히 한 죄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제서야 국민의 요구가 뭔지 깨닫고 부산하게 움직이니 다행인데, 엄중한 책임감으로 무장하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입니다. 괜히 요즘 복지가 이슈로 뜨니까 정말 유시민 말처럼 선거에 좀 이용해볼까 라는 마인드라면 애초에 그만 두시길 바랍니다. 민주당을 향한 호남과 서민들의 지지는 그저 어깨에 훈장처럼 달고 폼재라고 있는거 아닙니다. 정말 이 길 아니면 당을 해산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그거 못하겠거든 정치 포기하고 좌파정당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이로울 것입니다.

이제 한국도 평생을 노동에 시달렸던 노인들이 손주들 재롱속에 편안한 여생을 즐기는,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폼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아와 축구 16강을 자랑할 게 아니라 이제 그런 걸 자랑하는 나라가 되어보자는 말씀이죠. 그런데 그런 것은 고사하고 늘그막의 노인들이 생존을 위해 파업에 나서야 하는 쪽팔리는 나라라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