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쩌다보니 서프라이스를 자주 들여다보는데 흥미롭군요. 일부 유빠의 표현을 빌리면 '난' 혹은 '쿠데타'가 벌어졌습니다.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내용은 별 거 없습니다. '마이너스 점수를 못준다, 해우소로 못보낸다, 어떻게 유시민 비판글이 대문에 오르냐, 이거 쿠데타닷!' ㅎㅎ

격분하여 난동을 일으킨 일부 유빠들은 차단까지 당한 모양입니다. 덕분에 무본이 대박 났습니다. 불만 품은 유빠들이 무본으로 대거 이동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살짝 무본에 가봤습니다. 그나마 제가 개념있다 말한 김찬식이 최근 일어난 친노의 혼란상을 설명하더군요. 읽으면서 실실 쪼갰습니다.

김찬식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강금원이나 이기명이나 오랫동안 노무현과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껴들어온 유시민이 더 유명해지니까 인간적으로 고까와 그런거다, 그리고 서프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건 총선때 한몫 잡으려고 저러는 거다.'

서프가 총선 대목 때문에 그런지, 안그런지는 제 관심사 밖이니 제쳐두렵니다. 그런데 강금원, 이기명이 개인 감정 때문에 그런거다?

이 논리 많이 봤지요. 노무현 비판하면 '고졸이라 깔봐서 그런거다.'라고 깔아뭉개던거. 공적 사안에 대한 개인의 입장을 감정으로 몰아 덧칠하기. 참 저 버릇 못고치네요.

자, 세상 사물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태도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입니다. 최대한 자신의 감정, 혹은 타인의 감정을 배제하고 겉으로 드러난 행위와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는게 우선입니다.

최근 친노의 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벌어진 일을 바라봐야 합니다.

1) 국참은 일찌기 이봉수를 공천했다.
2) 민주당은 민주당 안팎의 친노-한명숙(민주당).이해찬(민주당 탈당) 강금원(애시당초 무소속)에게 김해을 공천을 일임했다.
3) 국참당은 '은평을 선거때 후보 못낸당에게 다음 보궐 선거 후보를 우선 배정한다는 약속'을 명분 삼아 민주당에게 후보를 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4) 친노 진영은 이봉수는 도저히 감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김경수를 설득했다. 민주당으로 공천하되 필요시 무소속도 감수하려 했다.
5) 국참당은 김경수에게 불출마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6) 김경수는 결국 불출마를 결정했다.
7) 이봉수를 고집하는 국참당의 태도에 분격한 일부 친노 원노들이 유시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예, 이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입니다. 다 지나고나서 '사실 우리는 김경수 공천시 이봉수 철회하려했다'는 식의 속마음은 아닌 말로 - 니 속을 내가 어떻게 믿어?-가 되는 겁니다.  안그렇습니까?

그런데, 사실 있는 그대로 보기란 어렵습니다. 아마 유시민 지지자 중에는 위의 있는 그대로의 사실부터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판단을 최대한 끌어냅니다.  

그 중에 하나는 상대 입장에서 바라보기입니다. 그런데 이 것도 어렵습니다. 상대 입장에서 바라보다 보면 '이해'는 할 수 있어도 '판단'은 할 수 없거든요. 결국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자신의 판단 기준을 중심으로 상대를 이해하기'죠. 이때 유용한 방법이 '역지사지' 혹은 '사안을 반대로 적용하여 바라보기'입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안을 역으로 적용해보면 어떤 사건이나 사물의 핵심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간단히 말해 개인의 가치 기준 - 역지사지 - 개인의 판단이란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 있는 그대로의 사물에 대한 개인의 판단을 이뤄내는 거죠.

자.... 예시 들어갑니다.

1) 국참당이 '김경수'를 일찍 공천했다 칩시다. 그러면 과연 친노들이 지금처럼 혼란스러워하거나 유시민에게 볼멘소리할까요?
어려울 겁니다. 최소한 명분 찾기가 쉽지 않겠죠. 그리고 이 경우 국참당이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강하게 주장해도 민주당이 반박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간단히 말해 친노들은 국참당의 결정을 환영하거나 최소한 비판하긴 어려웠겠죠.

2)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이봉수'를 조기 공천한 뒤 뻗댔다 칩시다. 그리고 국참이 친노들과 조율을 거친 뒤 '김경수'를 공천했다 칩시다. 이 뒷 상황은 상상이...잘 되시죠? 아마도 민주당내 친노를 포함하여 친노의 절대 다수가 민주당을 맹렬히 공격했을 겁니다. 하다못해 저같은 사람조차 민주당을 비판했겠죠. 이 곳의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도 민주당을 변호할 지언정, 이봉수가 최선이라고 주장하진 못했을 겁니다. 

'이봉수'란 단어만 바꾸면 상황이 확 바뀌죠? 예. 지금 친노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분열상을 보이는 핵심은 바로 '이봉수'라는 겁니다. 고로 이봉수란 키워드가 없는 김찬식의 설명은 쉽게 말해 '헛소리'죠. 본인도 내세울 논리가 없으니 증명이 불가능한 '강금원과 이기명의 감정'을 딴엔 설명이랍시고 내놓는 겁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다시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잘 보입니다. 서프든, 무본이든, 심지어 국참당 게시판이든 친노들에 대한 공격이 있을 뿐, '이봉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유빠를 자처하는 이들도 본능적으로 이봉수가 핵심적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죠. 그걸 애써 부정하려고 드니 더 맹렬히 공격적으로 나오는 겁니다.

자...그러면 이 대목에서 또 한가지 의문이 떠오를 겁니다. 그러면 왜 유시민과 국참은 이봉수를 고집했는가?

역지사지해보면 됩니다. 아마 이봉수를 고집하지 않고 친노 원노들과의 협의를 거쳐 김경수나 문용욱 등을 공천했으면 '국참당'으로선 이익이었을 겁니다. 심지어 범 개혁 진영으로서도 그래요. (이 경우 저같은, 혹은 민주당 지지자들도 반박 논리 내세우기가 어려웠을 것이라 보는게 이런 점이죠.) 그렇지만... 국참당이란 조직이 이익이라는 것과 그 구성원이 이익이라는 건 다릅니다. 아닌 말로 국참당에서 최초로 의원 하나 배출하는 경사가 있어도 손해를 보는 사람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보죠. 친노의 상징적 인물이 김해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게 유시민에게 정치적으로 이익일까요, 아닐까요?

그래서 입장보다 포지션이 중요합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노무현만 떠올려봐도 되요. 노무현이 영삼계, 그 다음 꼬마 민주당, 마지막으로 민주당 소속이란 포지션 각각을 비교해보세요. 셋둘 모두 '지역주의타파'란 입장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웠지만 포지션이 달랐기에 전자는 '와이에스계', '틈새시장 공략'으로, 후자는 '진정성'으로, 또 전자는 '저러다 말겠지'로, 후자는 '보상해줘야 한다'란 여론이 일어났던 겁니다. 

ps - 김경수나 문용욱 둘 다 깊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인연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둘이 정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전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순수한 친구들입니다. '순수'가 꼭 좋은 단어가 아니라는 것 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소한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참여정부 당시 골수 노빠 후배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그 후배가 '노짱님 비서관 출신들, 정말 좋은 사람들입니다. 노짱님 비판은 감수하지만 그 분들은 정말 드물게 좋은 사람들이란건 인정하세요.'라 했던 말이 기억나는군요.

그 다음, 호불호를 떠나 노무현이 내세웠던 가치, 그거 정치 영역과는 거의 맞지 않습니다. 제가 노무현이 대통령이 아니라 재야 인사나 국회의원이었으면 좋아했을 것이라 이야기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노무현 자신도 연구소나 재야 인사하는게 더 좋았을 것이라 후회하기도 했죠. 왜 그런지는 조만간 기회있을 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