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민주당이 올바른 노선의 진보정당이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듯, 호남은 늘 타 지역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정리된 설명이나 이론은 잘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알기 쉬운 대답이 호남은 지역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가 될텐데,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보인다. 그렇다면 왜 호남은 지역적인 차별을 받았을까? 라는 추가적인 의문이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가령 청춘남녀는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일상적이고 당연해보이는 현상에도 막상 왜 그런가라는 의문부호가 붙으면 그때부터 진화론 등장하고 진화심리학 인류학 기타 등등 인간을 설명하는 난해한 이론들이 동원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나는 그럴만한 능력이 전혀 없으므로, 이 글에서 그런 전문적인 대답을 기대하면 낭패일 것이다. 그저 그럴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약간이나마 힌트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내 나름의 구라를 풀어보려고 한다.
 
인간이 각자 흩어져 채집과 수렵으로 자급자족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노동력을 끌어모아 생산을 조직하는 어떤 힘이 필요하게 된다. 그 힘은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텐데, 자발적인 협동도 있고 족장의 권위나 왕의 권력이 그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노동이 화폐로 전환되어 축적된 자본이 생산을 조직하는 힘의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이 구체적인 형태로 외화된 것이 바로 기업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재화를 생산하는 본래의 활동이외에 생산의 전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기여도를 측정하고, 그 기여도에 따라 생산된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권리(화폐)를 분배하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분배된 각자의 소비 권리를 행사하는 장소가 바로 시장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재화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장의 정보는 다시 기업에 제공되어 생산에 반영되고, 생산참여자의 기여도도 재조정되는 연속적인 순환과 피드백의 과정을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생산참여자 각자의 기여도는 정확하게 측정되어 분배되고 있는가이다. 그러나 그렇기는 쉽지 않다. 시장의 복잡성, 교환 과정의 정보비대칭, 자본과 노동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우열, 기업의 운영이 자본 소유자의 사적 이윤에 종속되는 경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비효율적인 정치 사회 시스템등의 이유로 인해 늘 왜곡되고 불공평이 발생하게 된다. 즉 누군가는 본래의 자기기여도보다 더 많은 소비 권리를 얻고, 누군가는 더 적게 얻는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 과정이 누적된 결과 사회적 불평등과 여러가지 갈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진보의 역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기여도 측정의 왜곡을 시정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을 통해서 자본과 노동사이 힘의 우열을 조정하고, 소비자운동을 통해서 정보비대칭 차이를 조정하고, 각종 정책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공익에도 기여하기를 요구하고, 시스템의 개혁을 통해 낭비를 줄이는 등의 활동들이 바로 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면 각종 복지제도를 통한 추가적인 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결국 진보적인 운동의 기본 목적은 이렇게 생산참여자들의 소비 권리를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정확히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만 잘 돌아가면 생산과 소비 영역에서의 진보의 역할은 임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한가지가 더 남아 있다. 아예 생산에 참여할 기회 자체가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문제, 즉 차별의 문제가 남아있는것이다. 바로 남녀차별 인종차별 지역차별등이 그것이다. 여기까지 범위가 넓어져야 비로소 정치경제적 측면의 진보의 역할이 완성된다. 즉 지역차별은 생산과 소비 영역의 기여도 측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진보의 과제가 된다는 말씀이다. 
 
여기까지 진행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노동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포기할 수 없는 진보의 주제이듯이, 지역 차별 또한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왜 호남이 진보적인 정책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있다. 또한 지역 차별의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노동이나 민족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커다란 구멍이 뚤린 기존의 진보정당들이 왜 광범위한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도 될 것이다.
 
남녀차별 인종차별에 무심한 정당이 진보정당일 수 없듯이, 지역 차별에 무심한 정당은 결코 진보정당일 수 없다. 그들이 좋아하는 맑스주의식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 사회는 계급모순 민족모순에 더하여 지역모순까지 중첩되어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런 모순에 대응하는 노동문제와 민족문제 지역문제까지 망라하는 정당은 민주당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경우에 진보적인 선택을 하는 호남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이고, 민주당이야말로 올바른 노선의 진보정당이라 할 것이다.

PS - 이 글은 묘익천님이 발제하신 진보 개혁 진영의 자가 당착 글의 주제를 받아서 제 나름의 릴레이 글쓰기로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