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개혁 진영은 결정적인 국면에서 원칙을 저버리고, 이념이나 가치관적 맥락이 결여된 정치공학적 계산에 몰두해서 오히려 자기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민주당을 꺠고 열린우리당을 만든게 대표적이죠. 호남의 지지를 자기 부정해서라도 영남의 지지를 확보해서 비대칭 구도를 극복해보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만은 결과는 호남 지지를 양분시키고 개혁 진영의 결속을 약화시키며 영남을 더 똘똘뭉치게 하는 결과만 낳았죠.

야권 연대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해도 안되니 야권이 그냥 다 뭉쳐서 mb를 무찌르자...는건데 유권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런 안티정서에 기초한 정치적 결속을 지지할 이유가 없죠.포지티브한 정책을 내놔도 찍을까 말까한데 대통령 개인이 미우니까 우리를 찍어주셈 하는 애원에 유권자가 호응할리가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개혁 진영이 만들어낸 반mb정서는 엉뚱하게 박근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진보 개혁 진영이 반mb라는 정치 공학을 거부하고 반한나라당 그리고 반극우라는 원칙으로 돌아갔다면 지금처럼 중도 진영조차 박근혜에 쏠리는 현상이 있었을까요.

이명박 정부 비판도 그렇습니다. 광우병 정국이 결론적으로 개혁 진영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까닭은 비과학적 선동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선동에 스스로 넘어가 진실로 그걸 믿었기 때문이죠. 보수 진영이 죄다 조갑제 같은 진정성 가득한 수꼴 원리주의자로 구성되었다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었을 겁니다. 처음부터 선동이 선동인것을 알고 영리하게 선동했다면 소위 "과학"을 기반에 둔 보수진영의 광우병 역풍에 대해 효과적으로 방어하며 출구전략을 꾀할수 있었을 겁니다.

상대방의 실수가 엄청난 패착으로 귀결될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이념적 맥락이 별로 없는 그때 그때의 이슈와 해프닝에 정치적 자산을 올인하는 이런 식의 소망적 정치, 정도령 정치가 횡행하는 까닭은, 진보 개혁 진영이 "좌파 색깔론" "반호남 인종주의" 같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보수적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싸울 용기와 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시절 한나라당의 서민 타령에 낚여 제대로 좌향좌 하지 못한것을 보면 알수 있죠. 150석과 행정권력을 가지고도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반좌파 이념 전쟁에 철저하게 발리며 끌려다녔습니다. 

당당하게 분배를 말하지 못했기 때문에, 좌향좌 못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멍청하지만 익숙한 선성장 후분배론이 엉뚱하게도 서민, 즉 한나라당의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서민에게 지지를 받는 모습을 목도했어야 한거죠. 유권자들은 지금 진보 개혁 진영이 한나라당의 트리클 다운론에 맞서 당당하게 분배를 말하기를 원합니다. 분배를 말하면 좌파로 매도당하는게 두렵고, 오히려 서민들이 거기에 동조한도고요? 성장담론과 색깔론에 세뇌당한 유권자들의 착각을 깨트리는것 역시 정치세력의 의무입니다. 국개론같은 허무주의적인 자살테제가 아니라요. 

그럼 민주 개혁 세력이 좌파가 되란 말이냐? 그게 아닙니다. 좌파든 뭐든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그 개발주의라는 철옹성을 깰만한 다른 이념과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라는 거죠. 불평등을 개선하고 분배를 실천하며 복지를 확장할수 있게 만드는 총체적인 정치경제적 블루 프린트, 이념적 골간을 만들어내야 하는 겁니다. 이건 반드시 사회주의, 반신자유주의여야 할 이유가 없죠. 지금 개혁 진영이 할일은 연대를 읊는게 아닙니다. 앞으로 50년은 써먹을 정치경제적 비전을 정립하는 일이죠. 이번 재보선 그리고 내년 총선, 대선이 중요한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