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당연히 정치를 통해 이루어지길 바라고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거겠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제가 이따금 영양가도 없고 뜬구름 잡는 고공 담론 구라를 즐기지만. 사실 제가 정치에 기대하는 것들은 굉장히 단순 무식합니다.

가장 첫째가 사회적 약자들이 좀 더 인간답게 살았으면 좋겠다는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제가 일하는 건물의 청소 할머니들이 휴게실도 없이 비상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새벽부터 이어지는 청소 노동에 지친 몸을 달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그 분들의 노동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저는 사실 그 분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진보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믿습니다. 그 분들의 삶과 노동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겠다는거죠. 아주 단순 무식한 제 방식이니 결코 따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부산 해운대 아파트 화재도 휴게실이 없는 청소원들이 배관점검실을 휴게공간으로 사용했고, 당연히 그 곳은 냉난방은 물론 화재감지시설도 없었고... 그래서 다른 곳에서 전기 끌어쓰다가 발생한거라죠?)

두번째가 바로 제가 사는 동네의 박스 줍는 노인분들입니다. 부지런히 몸 놀리시면 하루에 5천원쯤 번다고 하시네요. 평생을 노동하며 고생하다가, 삶의 마지막 끝자락을 길 위에서 보내시는 그 분들의 고단한 삶을 볼 때마다 슬픔과 분노가 회오리 칩니다. 물론 그 분들 역시 한국 정치의 리트머스 시험지이며, 그 분들이 존재하는 한, 저는 결단코 정치에 대한 관심과 비판과 욕질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제가  이명박 정부는 말할 나위도 없고,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도 결코 합격점을 주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굉장한 휴머니스트라서, 순정파 이타주의자라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반대로 저는 아주 단순무식한 친족 이기주의자이거든요. 왜냐하면 저를 포함해 제 가족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결코 없기 때문이죠. 아주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럴 확률은 한국의 최고 잘나간다는 이건희 회장 일족에게도 존재합니다. 한때 한반도를 지배했던 고종 황제의 후손들이 불과 3대만에 완벽하게 몰락해서 빈곤층이 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물며 서울의 일개 시민인 제 가족들에게 그 분들의 존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거겠죠.

대한민국의 가장 약한 여성에 노인에 비정규직에 저학력에 호남사투리까지 걸죽하신 우리 건물 청소 할머니가 살만한 세상이 되면, 저절로 제 가족을 포함 모두가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 어제 술먹고 일찍 뻗었더니, 새벽에 하릴없이 아크로와 인터넷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아.. 속이 많이 쓰리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