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 인터뷰를 보면서 제가 품어왔던 의문이 많이 풀리더군요. 왜 노무현은 그럴 수 밖에 없었나란 안타까움이 든다고 할까요?

언제 기회되면 이 주제로 꽤 긴 소설을 쓰고 싶은데 아무튼 지금 언뜻 떠오르는대로 요약하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노무현은 지지기반이란 문제를 해결해야 했죠. 보수진영은 물론 구민주당 세력에 포위되어 있다는 인식하에서 그는 독자적 지지기반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저라도 그랬을 것이고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래서, 노사모와 개혁당에 눈을 돌렸겠죠. 나름대로 민주당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조직으로요. 이 시점에서 분당 문제가 튀어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초반부터 노무현이 분당에 적극적이었던 것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안정적 국정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측면에서 주저했죠.

다만, 분당 명분엔 노무현도 공감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최고 권력의 불안감과 공감, 둘 모두를 캐치하여 자신들의 이해를 구현하려는 그룹들이 나타나죠. 바로 천신정 그룹 및 유시민입니다. 지지기반이 뚜렷치 않다는 불안을 떨칠 수 없었던 노무현은 그나마 친노무현이라할 양 대 세력 모두 분당을 기정사실화하자 도리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왕 그리된 것, 적극적으로 후원하게 되죠. 여기서 한가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만약 천신정 그룹이 분당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면, 특히 천신정에서도 가장 세력이 컸던 정동영이 없었다면 사실 노무현 입장에선 분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유시민의 영향력으로 보건대 유시민 혼자서 민주당 분당을 일으킬 수 있다는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렇지만 유시민의 입장을 달랐죠. 그는 민주당의 분당을 끌어내지 않으면 정치적 미래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민주당 낙선운동'이란 극한발언까지 구사하며 분당을 적극적으로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서서히 노무현이 분당으로 마음이 기울면서...그 뒷 이야기는 잘 아실 테고,

노무현이 유시민을 그리 신뢰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는 정동영을 축으로한 민주당내 정치인 그룹(김근태도 포함)과 유시민을 양축으로 활용하여 국정 및 정치적 장악력을 확보하려 했죠. 사실 대개의 최고권력자들이 애용하는 방법입니다. 확실한 2인자 그룹을 두지 않는 것.

그래서인지, 노무현과 가장 친하다고 할 친노 그룹들은 정동영과 기타 호남 출신 정치인들에게 각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명계남의 경우 정동영과 가까이 지내기도했죠. (이는 이후 명계남이 일부 극렬 친노들에게 공격당하는 빌미가 됩니다.) 그렇지만 권력 주변엔 언제나 자기 이해를 관철하려는 움직임이 격렬하죠.

분기점은 전당대회였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배신자" 발언 아실 겁니다. 그 발언은 단순히 정동영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노무현의 권력 운용 구상을 엉크러트리는 단초였죠. 쉽게 말해 '정동영과 나, 둘 중 하나 선택하라'는 암시였죠.

노무현이 그 상황을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공개적으로 유시민을 야단치기도 했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기용하며 '전에는 안그랬는데'라고 공개적으로 야단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런 비판은 대통령이란 직위를 생각할 때 대단히 이례적이죠. 그때까지 노무현이 장관이나 정치인을 직접 대놓고 비판한 적은 제 기억에 없습니다. (물론 그 뒤에는...) 어찌보면 노무현으로선- 유시민을 축으로 정동영과 각을 세우고 있던 상황에서, 특히 참여정부의 청와대에 대거 참여한 친유시민계의 정동영 비판이 격렬해지던 시점에서 - 나름대로 정동영을 배려한다고 했을 겁니다.

즉, 노무현으로선 자신의 양대 지지기반 - 친노 및 호남- 둘 다 잃지 않으려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거죠.

그러므로 열우당이 해체된 시점에서 노무현으로선 정동영에게 대단히 섭섭할 수 있었을 겁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자신은 유시민의 발호에도 나름대로 정동영을 배려해왔는데 이럴 수 있냐는 거죠. 그 즈음부터 노무현의 조울증은 격해집니다. 하야까지 고려햇다는 증언이 많죠.

여기까지 돌이켜보니 노무현이 정말 안스럽군요. 어찌보면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에게 애증을 갖고 있는 이유도 비슷하겠죠. 더 쓰고 싶은데 회사에서 눈치가 보여 이만,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