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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달전 지방선거 당시 전면 무상급식이 선거판 이슈가 되었을 때, 제가 아크로에 붉그죽죽한 '무상'이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걸보니 무상함을 느낀다는 식의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복지대논쟁을 보고 있으려니, 당시의 감상어린 소회를 비웃으며 어지럽고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민들의 요구가 앞서나가고, 정치권이 마지못해 뒤따라오는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이슈들을 따라가기도 바쁠 지경입니다.
초창기 무상급식 이슈가 제기되었을 당시 '애들 밥먹이는거 갖고 뭘 그리 재고 따지는가' 수준의 조그만 논쟁을 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아 이거 커다란 뭔가가 있다는걸 본능적으로 느꼈던걸로 압니다. 그건 우리만 느꼈던게 아니고 저쪽에서도 익히 느꼈던 바죠. 오세훈이 '무너지는 둑 구멍을 몸으로라도 막겠다'면서 생뚱맞은 비장함을 선보이던 이유도 그런걸겁니다. 아뭏든 지방선거에서 복지 이슈의 파괴력을 목격했던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노선을 당의 강령으로 삼는 등 확실한 좌클릭을 하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박근혜는 본인이 맹비난하던 참여정부의 2030플랜을 고대로 배껴서 '한국식 맞춤형 복지'로 포장해 내놓았죠. 노무현은 좌파라서 안된다던 정동영이 조승수와 머리를 맞대며 부유세를 주장하고, 국회의원 당선되자마자 종부세 감면을 발의한 이혜훈이 복지의 전도사로 나서는 낯선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혜훈은 강남구민의 세금은 강남을 위해 써야한다고 주장하던 여인이십니다^^)
이번 복지대논쟁을 보면서 저는 역사 발전 과정의 합법칙성까지는 모르더라도, 최소한 큰 방향의 어딘가를 향해서 걸어간다는 제 생각이 맞다는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현실이 아무리 캄캄한 절벽같아도 국민들은 반드시 돌파구를 만들어내서 전진한다는거죠. 대선과 총선의 연이은 패배,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 천안함 피격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어떻게 해야 할지 절망스럽던 그 때에, 경기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급식 문제가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선거판을 휩쓸더니, 이제는 아예 정치 사회 영역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입니다.
현재 판세는 한나라당내에서 복지 반대를 외치는 정몽준 오세훈 VS 맞춤형 복지의 박근혜가 대립하고, 민주당은 증세를 하느냐 마느냐로 갈라져있고, 유시민은 틈새를 노리며 깔짝대고, 저작권자라 할 수 있는 진보정당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멍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황한 MB가 이 괴로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개헌이라는 짱돌도 던져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죠. 사실 누가 최종승리자가 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어찌되었든 이전보다는 나아질게 확실하니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은 즐거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각당이 자신들의 약속을 진정성있게 지킨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봅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민주당에서 보다 광범위한 소통과 준비를 통해 정밀하고 설득력있는 이슈 파이팅을 했으면 싶습니다. 무상의료 재원 문제같은 약한 고리를 만들어서 유시민같은 자들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는 건 더 이상 곤란하겠죠. 더불어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문제, 중소기업문제 같은 전통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현재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복지 담론에 진정성이 확보될 것입니다.
아뭏튼 저 개인적으로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 약간의 희망이나마 품게 되었습니다. 난장판 대한민국은 5년이면 충분하지 10년은 곤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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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무상급식 이슈가 제기되었을 당시 '애들 밥먹이는거 갖고 뭘 그리 재고 따지는가' 수준의 조그만 논쟁을 하면서도, 많은 분들이 아 이거 커다란 뭔가가 있다는걸 본능적으로 느꼈던걸로 압니다. 그건 우리만 느꼈던게 아니고 저쪽에서도 익히 느꼈던 바죠. 오세훈이 '무너지는 둑 구멍을 몸으로라도 막겠다'면서 생뚱맞은 비장함을 선보이던 이유도 그런걸겁니다. 아뭏든 지방선거에서 복지 이슈의 파괴력을 목격했던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노선을 당의 강령으로 삼는 등 확실한 좌클릭을 하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박근혜는 본인이 맹비난하던 참여정부의 2030플랜을 고대로 배껴서 '한국식 맞춤형 복지'로 포장해 내놓았죠. 노무현은 좌파라서 안된다던 정동영이 조승수와 머리를 맞대며 부유세를 주장하고, 국회의원 당선되자마자 종부세 감면을 발의한 이혜훈이 복지의 전도사로 나서는 낯선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혜훈은 강남구민의 세금은 강남을 위해 써야한다고 주장하던 여인이십니다^^)
이번 복지대논쟁을 보면서 저는 역사 발전 과정의 합법칙성까지는 모르더라도, 최소한 큰 방향의 어딘가를 향해서 걸어간다는 제 생각이 맞다는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현실이 아무리 캄캄한 절벽같아도 국민들은 반드시 돌파구를 만들어내서 전진한다는거죠. 대선과 총선의 연이은 패배,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 천안함 피격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어떻게 해야 할지 절망스럽던 그 때에, 경기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급식 문제가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선거판을 휩쓸더니, 이제는 아예 정치 사회 영역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입니다.
현재 판세는 한나라당내에서 복지 반대를 외치는 정몽준 오세훈 VS 맞춤형 복지의 박근혜가 대립하고, 민주당은 증세를 하느냐 마느냐로 갈라져있고, 유시민은 틈새를 노리며 깔짝대고, 저작권자라 할 수 있는 진보정당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멍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황한 MB가 이 괴로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개헌이라는 짱돌도 던져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죠. 사실 누가 최종승리자가 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어찌되었든 이전보다는 나아질게 확실하니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은 즐거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각당이 자신들의 약속을 진정성있게 지킨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봅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민주당에서 보다 광범위한 소통과 준비를 통해 정밀하고 설득력있는 이슈 파이팅을 했으면 싶습니다. 무상의료 재원 문제같은 약한 고리를 만들어서 유시민같은 자들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는 건 더 이상 곤란하겠죠. 더불어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문제, 중소기업문제 같은 전통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현재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복지 담론에 진정성이 확보될 것입니다.
아뭏튼 저 개인적으로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 약간의 희망이나마 품게 되었습니다. 난장판 대한민국은 5년이면 충분하지 10년은 곤란하니까요.
2011.02.16 06:57:56
이번 복지대논쟁을 보면서 저는 역사 발전 과정의 합법칙성까지는 모르더라도, 최소한 큰 방향의 어딘가를 향해서 걸어간다는 제 생각이 맞다는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현실이 아무리 캄캄한 절벽같아도 국민들은 반드시 돌파구를 만들어내서 전진한다는거죠. 대선과 총선의 연이은 패배,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 천안함 피격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진보개혁진영이 어떻게 해야 할지 절망스럽던 그 때에, 경기도 어느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급식 문제가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서 선거판을 휩쓸더니, 이제는 아예 정치 사회 영역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입니다
공감합니다. 대중은 어수룩해서 정치인들의 졸인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정치인들이 이용당하는 존잽니다. 잘 이용당하면 오래 살아남고 졸인 줄도 모르고 깝죽거리면 버림받죠.
공감합니다. 대중은 어수룩해서 정치인들의 졸인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정치인들이 이용당하는 존잽니다. 잘 이용당하면 오래 살아남고 졸인 줄도 모르고 깝죽거리면 버림받죠.
2011.02.16 07:42:17
저는 다르게 봅니다. 세계적 흐름은 선별복지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북유럽모델의 퇴조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민주당이 차별화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큰 방향을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은 그저 민주당의 이니셔티브에 휩쓸려가고 있을 뿐이고. 이 문제가 앞으로의 선거에서 민주당 및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을 것은 거의 명백합니다. 영리한 유시민이 괜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걔는 본능적으로 냄새를 맡은 것이죠.
2011.02.16 07:54:20
장기적으로는 님의 말씀이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현재 민주당이 쎄게 나오는걸 대충 따뜻한 실내에 있던 사람은 미지근한 차 한잔으로도 만족을 느끼지만, 추위에 떨던 사람은 뜨거운 커피를 더 선호한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렇게 나름 정치적 흥정을 하고 있다고 보고, 적절한 선에서 결정이 될거라고 봅니다. 어쨌든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니 더 많은 고민과 연구를 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가다가 방향을 수정하는것이 아예 주저앉아 있는거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최종적으로 내년 총선전에 공약으로 다듬어진걸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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