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정부하에서 살아간다는게 점점 견디기 힘든 것임이 드러나면서, 이 상태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러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소한 단일 후보, 가능하면 야4당 통합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문성근이 백만 민란운동을 벌이면서 야당들의 전면적인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상황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 이르게된 이유는 2008년 경제위기로 인한 시장주의에 대한 의심, 이명박정부의 친기업 반서민 정책에 의한 고통 증가,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전쟁분위기등이 있겠죠. 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지난 지자체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 전술로 수도권에서 사실상 승리했던 자신감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런 흐름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민주당의 좌향좌 움직임입니다. 아마도 무상급식 이슈가 먹혀들면서 한국에서 좌파 정책이 과연 통할까라는 의구심이 많이 해소되었기 때문이겠죠. 급기야 당의 강령에 보편적 복지 개념을 삽입하고 (저는 사실 그것을 남한의 전통적 야당 세력이 루비콘 강을 건넌 일대 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세간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죠) 급기야 좌파 정당의 상징과도 같은 부유세와 무상의료까지 이야기하는 상황입니다. (불과 몇년전 민주노동당이 그 두가지를 제기했다가 여론의 맹폭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은거죠)

    사실 야당들의 색깔이 제각기 다르지만, 각당의 강령이 지향하는 것들은 큰 틀에서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경제 민주화, 사회 문화적 자유 보장이겠죠.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강령에서 자본주의 극복을 역설하는등 이념적 구호들을 나열하고 있지만, 그것은 진보정당임을 내세우기 위한 상징적 표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은 본인들도 알고 남들도 다 아는 것입니다. 이미 의회를 통한 선거 전술을 채택하고, 국민적 대중정당을 표방하는 순간에 잘해봐야 유럽식 사민주의, 순결(?)을 지켜 가장 왼쪽으로 가봐야 멘셰비키 정도가 그 끝이라는건 그 쪽 방면 선수들이라면 익히 잘 알고 있는거죠. 심지어 이념적으로 가장 왼쪽이라는 진보신당조차 강령에서 비정규직 즉각 철폐를 주장하지 못합니다. 기껏 정당한 사유없이 비정규직을 둘 수 없으며 과도하게 늘어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간다 정도에 그치고 있죠. 현실적으로 실천적으로 야4당간의 차이가 그다지 없다는 것은, 이미 후보 단일화 논의 테이블에 앉았던 그들 스스로가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는 것이죠. 정말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면, 애초에 그런 것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당이 충청권 승리를 위한 후보단일화를 논할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현재 야4당간의 대립관계는 과거와 많이 다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참여당이 비슷하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비슷한 급으로 묶이던 상황이었죠. 그러나 복지 이슈가 전면화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참여당이 유시민의 맞춤형 복지로 보편적 복지론을 주장하는 타 야당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정서적으로는 민노당과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유빠들 사이에서 이정희 대표의 인기가 최고라지요) 반면에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보편적 복지 그룹으로 묶이면서 많이 친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일부지만 진보신당 당원들 사이에 "주사파와도 동거했는데 민주당은 왜 안되나"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고 들었습니다.

    바야흐로 더 이상 분열로 망할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물밑에서 흐르고 있는데, 쉽사리 전격적으로 통합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의 밀물같은 요구에 휩쓸려 강제로 통합되던지, 끝까지 버티다가 정당 자체가 사라지던가하는 과정을 겪겠지요. 그러나 만약 그들이 현명하게도 내년 총선전 합당과 같은 극적인 합의를 끌어내기위해 나선다면 선결과제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먼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참여당은 주제 파악을 해야 합니다. 이념적 선명성과 진성당원제 당내 민주화 다 좋지만, 그 것들 역시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무언가를 이루기위한 수단에 불과하겠죠. 물론 목적은 늘 당연히 국민의 행복한 삶이라하면 입만 아플 뿐입니다. 공통적인 가치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차이나는 부분은 여건이 마련될때마다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거쳐 천천히 해소해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소수파들의 당내 활동을 적극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한나라당에 정권뺏겨 야당으로 지내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수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권 통합 정당은 정말 어렵겠지만, 어떤 경우든 누가 되었든 국민의 고통 해소를 정치활동의 최상위로 두고, 대의앞에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마냥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대표 박지원, 대선후보 노회찬, 원내대표 이정희, 정책위의장 심상정, 대변인 유시민을 보는 것은  어쩌면 이루지 못할 망상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치인의 입신양명이, 정당의 자존심이 하루 하루 더해가는 국민들의 고통보다 더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87년 양김씨를 향해 무조건 단일화를 했어야 한다고 아주 쉽게 질타하던 그 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PS) 사실 글은 이렇게 손발 오그라들게 썼지만, 참여당은 왠만하면 소멸하고 찌그러져야 한다는게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이 솔직한 속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