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소개된 그만님의 글이나 오돌또기님의 글들이 좋은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에... 하지만 뭔가..." 하는 생각이 드신 분들을 위한 몇가지 논지들입니다. 자꾸 제 관심 이슈 하나에 대해서만 셀프펌 연타를 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만, 아마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야말로 가장 유용하게 활용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미디어법 관련 토론, 간단 도우미

2009. 07. 26. 3:34 pm

!@#… H당의 날치기 강행 덕분에, 지난 반년간 떠들어대도 별반 관심을 끌지 못했던 미디어법 이슈(클릭) 가 나름 사람들의 관심을 끌락말락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여러 공간에서 토론이 붙을 때 이 사안을 적당히 묻어버리고자 하는 분들이 뻔하게 꺼내는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다. 그런 것에 굳이 말려들지 말라는 의미로, 친절봉사 간단 도우미. 개별 토론장의 맥락에 따라서 필요한 만큼씩 관련자료로 살을 더해야 하겠으나, 뼈대가 될만한 핵심논지 모음이다.

Q1. 원래부터도 방송은 민중을 외면했는데 뭐.
A1. 유사품은 “노무현 정권 때 열린우리당도 추진했다”. 노무현을 욕하면서, 욕하는 그 측면들을 더욱 강하게 구현한 2MB 정권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해준(클릭) 바보스러운 사고방식이 미디어법 정국에서도 울려퍼지는 셈. 민중을 외면하는 것에도 ‘레벨’이 있는 법이고, 더 나빠질 여지는 항상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신문지면에서 보여온 조중동의 세계관이나, 사회정의에 대해서 한국의 재벌들이 종종 보여온 자세로 미루어 볼 때, 현재의 방송뉴스 상황보다도 몇 레벨쯤 더 막강하리라 예상해보는 것이다. 나아가 그런 식으로 해서 장사까지 잘 되면 전체 판이 영향을 받고. 지금이 bad라고 해서 일부러 worse를 지향할 필요는 없겠지.

Q2. 기성 거인들끼리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A2. 유사품은 “KBS 봐라, 정권의 품에 안긴 KBS조차 파업에 뛰어들었잖아”. 그런데, 섬유노동자 전태일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라는 ‘밥그릇’을 위해 싸웠다. 싸움에 뛰어든 어떤 이들이 밥그릇을 위해 싸우든 어쩌든, 그렇게 싸우는 사안이 바로 내가 사는 이 사회 환경에 어떤 함의를 지니며 각 주체들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하도록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한 번 생각해보라. 그 ‘밥그릇’ 입장이, 최근 1-2년 동안 MBC라는 방송사로 하여금 무려 시민사회에 힘을 실어주도록 만들었다.

Q3. 5공 때 언론장악하려고 만든 규제를 없애는거라잖아.
A3. 유사품, “규제 전봇대를 뽑아야”. 그럼 3S 정책 일환으로 시작한 프로야구도 없애자고 해야 할까. 정책의 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현재다. 즉 지금의 뉴스 환경에 있어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중 계속 키워내야할 부분이 무엇이 있는가 같은 것들. 정권의 입맛을 반영하려고 규제를 했더니 자본권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방어가 되었던 것이라면, 적어도 자본권력으로부터 방어가 되는 부분은 상당부분 보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Q4. 설마 일부 소유지분 정도로 보도논조를 크게 좌우하겠나.
A4. 사주의 보도 개입에 대해서 과소평가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은, 시사in이 왜 만들어졌는지 한번 거슬러 올라가보시면 되겠다. 먹이를 주는 손은 강하고, 종종 연쇄적으로 물려있기까지 하다.

Q5. 어차피 뉴미디어가 대세, 시민들은 닥치고 세뇌당하는 것이 아니다.
A5. 분산된 담론환경, 새 저널리즘판을 이야기하는 가장 스마트한 분들이 오히려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이미 노무현 대선 당시 큰 성장을 이룬 인터넷 담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1년 반 전에 2MB+H당 정권이 압도적 지지 속에 들어선 것은 편의적으로 망각하고 말이다. SF적 완전 세뇌는 확실히 아닌데다가 다원화된 담론소스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들을 타진하는 것은 무척 필요한 일이지만, 여전히 전통적 매스미디어가 사회적 떡밥세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는 점을 무시하는 이상주의는 곤란하다. (그 방향으로 더 가다보면 나오는 바닥치고반등론™에 대해서는 이전 글 참조)

Q6. 미디어 산업이 성장한다잖아!
A6. 유사품, “국제 경쟁 환경에서 세계적 미디어 기업 어쩌고저쩌고…” 뭐, 미디어 산업 성장시키는 건 장려해서 나쁠 것 없지. 다만 보도기능은 산업적 지분은 미미하고 사회적 역할이 강하기에, 사회적 역할의 차원에서 따지자는 이야기다. 그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 민주당의 접근방식이었는데(클릭), H당은 “원래 핵심은 조중동에 방송보도 안겨주는거에염”하고 커밍아웃. 게다가 많이들 벌써 잊어버린 듯 한데, 미디어산업 성장론의 근거인 KISDI 보고서는 구라(클릭).

Q7. 채널이 더 많아지면 선택권이 늘어나니 다양성이 늘어나지 않나.
A7. 유사품, “기성 방송국들의 여론 독과점을 넘어 진정한 언론 다양성을 위해”. 방송 채널이야 늘어나겠지만, 보도논조라는 측면에서 미디어 담론 환경 전체를 놓고 볼 때, 이미 신문의 방식으 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들이 방송을 발판으로 더욱 강력해지는 것이 그다지 ‘다양성’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다양성을 논조의 균형에서 찾고 싶은 것이라면… 재벌+수구기득권세력 친화적 논조 진영에 이미 정권의 의지에 따라서 사장을 바꾼 뒤 급 망가지고 있는 KBS까지 새로 합류한 마당에, 더욱 강력한 플레이어들까지 수혈해주는데 아놔 균형.

Q8. 수정된 H당 미디어법도 규제가 많지 않나.
A8. 그렇게 쌩난리를 쳐서 가까스로 겨우 논의라는게 막판에 조금 진행되어, 박근혜 및 자유선진당 측 안을 다소 반영하여 걸어놓은 것이다. 즉 난리가 없었으면 그나마도 전혀 반영안했을 것이라는 걸 좀 기억하자. 그리고 규제는 아무리 강하게 나와있다 한들 규제 대상이 있어야 작동하는데,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갈 구멍 투성이며 세부내역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서 뭐 브레이크가 없다. 10%고 20%고 소유지분 제한을 해도, 각각 10% 20%씩 먹어서 힘을 합치면 된다(신문사나 대기업 전체의 소유비율 제한이 아니라, 각 기업의 소유비율 제한이다). 기업 내부사정이라서 그들끼리 힘을 합친다 한들 공정위가 담합 금지를 요구할수도 없고 말이지. 이게 바로 ‘연대’의 힘이다… 약자들이라도 연대하면 강력한 힘이 생긴다고 희망을 가지곤 하지? 그런데 강자들이 연대하면 어떻게 될까.

Q9. 다수결이다 씨바. 꼬우면 다음 선거에서 H당 뽑지마.
A9. 민주주의에 대한 초등교육이 수십년간 잘못되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바로,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명제로 세뇌된 사람들을 볼 때다(특히 그런 이들이 사회의 고위직에 있을 수록 더욱). 민주주의라는 권력소유 원칙과 다수결이라는 의사결정 도구는 별개다. 의견 수렴과 최선의 방책을 위한 전문적 정책 개발 과정을 무시한 다수결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를 위해서도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다 – 고개를 들어 북한을 보라. 그래도 결론지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다수결 아니냐! 라는 질문은, 급하게 결론 지을 필요가 없었는데 밀어붙였잖아! 로 대답하겠다. 당장의 민생과 직결된 것도 아니다, 법안 내용도 다 모른다… 그런데 급해 죽겠다니. “정파 투쟁과 국회마비가 너무나 가슴 아파서” 그냥 H당 마음대로 법을 초월해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분들의 사고방식이야 뭐 어차피 “나는 (내가 권력을 쥐었을 때는) 독재가 좋아요!”라는 본심의 츤데레식 발현에 불과하고. 까놓고 이야기해서, 정말로 국회의 다수결이 핵심이라면 이미 수년 전에 국보법도 마침내 좀 무력화되었을 것이고 사학재단들도 민주화를 강요당했을 것이고 신행정수도 사업이 팍팍 진행되었어야 했겠지.

!@#… 사실 합리적 이치가 통용되는 사회였다면, 민주당의 안인 “보도부문 이외의 진출을 허용한다”라는 점진적 시장 개방안에 진보진영이 “보도 말고 교양, 오락도 담론 생성 기능이 강력하다! 조중동/재벌의 방송소유는 역시 절대 안됨!”이라고 저항하여 토론 대결이 붙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론학자 및 기타 현업 전문가들은 당장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할 것 없이, 저널리즘이라는 내용물이 더욱 새롭게 융합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형식 속에서도 계속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더 큰 차원에서 여러 실험적 프로젝트들에 대한 지원 정책들을 고안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 이치와는 뭔가 다른 사고방식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는 이들이 국회과반에 정권까지 쥐고 있는 세상에서는, 그것 참 요원한 일이다. 그저, 개개인들의 사고에까지 그 부조리가 스며들어 그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도록 조금씩이나마 재료를 공급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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