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이곳에서 재미있는 글들 잘 읽고 있는 꼬꼬마 학생입니다. 글 쓰시며 활동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가 제법 드시고 사회활동을 하셔서 그런지 배우는게 많습니다.
저는 20대 중반(...)의 대학생입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가 엇그제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중고딩때는 "대학가서 뭐든 해야지" 이렇게 막연한 대학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오고, 한학기 한학기 수업을 듣다보니 어느새...곧 졸업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마냥 어린애 취급을 받았었는데 어느새 그런거 다 없어지고, 뭘 하고 먹고 살 건지 진지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법대를 다니고 있습니다. 아니...그냥 고시생이죠. 그런데 3년정도의 수험기간에 질리고, 이 시험은 아닌거 같아서(사실 시험이 안돼서) 이제 이 시험은 그만 접고 다른 길로 우회하려는 제 인생에서 나름 가장 큰 선택의 순간에 와있습니다. 중고딩때는 그냥 공부하고 대학와서는 남들 다 하는 시험준비하고 이렇게 살다가, 처음으로 어떤 포기와 선택을 하려니 참 외로운 느낌이 듭니다.
음...사실 그런데 그 선택이라는게 별건 아닙니다. 사시를 그만하고 로스쿨을 가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불안하고 초조하고 외롭고 그렇습니다. 내 인생이 나의 선택, 내가 사용하는 시간, 나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요.
지금 저의 친구들은 대부분 저처럼 인생의 격변기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에 별다른 좌절없이 산 애들이 대부분인데, 많이들 좌절하고 힘들어하죠.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설계하기에는 너무도 모든게 불투명해서 이 세상에서 낙오되기 전에, 한살이라도 더 어릴 때에 뭐라도 이루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가끔 20대 대학생들에 대해서 '한심하다'고 비판하는 글을 보면 그래서 가슴이 아픕니다. '정치가 너희의 삶을 결정한다, 그러니 투표를 하라' , '너희를 도와줄 진보정당에 투표하라' 이런 명령조의 주장도 공감이 잘 안됩니다. 나름대로 가장 고민많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20대 대학생들에게 정치, 진보정당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복지가 확대되면 지금의 고민, 불안이 완화될까요?? 경제가 성장하면 직업이 늘어나고, 좋은 직업도 늘어날 것이지만, 그런걸 기대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보단 그냥 지금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자리잡는게 현명하죠.
아크로에는 재미있는 정치글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치글을 아무리 봐도 20대 대학생들의 삶, 고민과 관련된 것은 없습니다. 아크로의 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 자체가 그렇죠.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 바꾸기는 하는데, 지금 내 삶과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남북관계 악화되어서 정말 전쟁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만 아니면 한나라당, 민주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아무 정당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복지가 확대되어봐야 그것도 나의 삶과는 당장 무슨 관련이 있지도 않고, 복지가 확대됨에 따라 혜택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관심 밖'이 되어버린 저, 그리고 20대 대학생들은 그래서 하루하루 외로움 속에서 꾸역꾸역 살고 있습니다. 더 어른이 되면 또 그 나름의 고민을 하면 꾸역꾸역 살게 될테죠.
저와는 사뭇 다른 20대를 보내시는 모양이군요. 아무 도움이 안 될지 모르지만 몇 말씀 드립니다.
밥을 먹는 것이라든지, 책을 읽는 것은 개인의 일이죠. 개인이 알아서 처리하면 되는 일이죠. 다른 사람은 굳이 참견할 필요도 없고, 그럴 권리도 없습니다. 마당을 청소한다든지 집안의 형광등을 갈아끼우는 일은 그 가족의 일이죠. 이런 건 조직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로라든지 국방이라든지 재판이라든지 하는 공공의 일이 있습니다. 대략 3개의 범주로 나누면 될 것 같군요. 저는 정치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정치란 공공의 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다'라고요.
흔히 우리는 '정치가 개판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정치인이 부정부패했는데, 그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둘째는 '공공의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어서' 그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공공의 일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그 영향이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재판이라는 공공의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재판 받을 일이 없을 때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본인이 재판을 받아야 할 때가 오면 올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받고 싶어질 겁니다. 분명히 내 일은 아닌데, 결국 내게도 영향이 올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어른이라면 공공의 일을 해결하는 활동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결국 자기 자신이 그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20대 대학생(+추가) 시절을 돌아볼 때 잘한 것, 못한 것, 기특했든 것, 그리고 심히 후회되는 것 몇 가지
잘한 것 지금 생각해봐도 기특했든 것
a. 강의 열심히 듣고, 숙제 열심히 함(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b. 욕심내서 다른 학과 과목까지 청강. 물론 중간고사 전까지가 대부분이였지만.
c. 연애하지 않은 것.
d. 담배를 배우지 않은 것.
e. 몇 기회주의자를 접하게 되어 그들을 삶의 타산지석으로 삼게 된 것
f. 부모님의 말씀을 거의 거스리지 않은 점.(이건 같이 후회도 되는 부분)
g. 종교의 굴레로 부터 일정정도 자유롭게 된 점.
h. 5-6살 많은 한참 늙은(^^) 선배들과 친하게 지나면서 많이 배우게 된 점.
잘못한 것 많이 후회되는 일
a. 외국어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 (중국어와 일본어, 특히 일본어...후회막급 ..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한다꼬... )
b. 술을 많이 마셔 내성을 키운 것
c. 여성에 대하여 과도한 망상을 가지게 됨. 또는 그 반대의 경멸감 역시
d. 가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하여 출세의 기회를 몇 번 놓친 것 ^^
e. 돈버는 방법에 대한 몰이해. 그에 따른 허위의식을 가지게 된 것. 경제, 자본가에 대한 오해와 망상(+추가)
f. 고민의 기록을 잘 정리하지 못한 점.
g. 철학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자습하지 못한 점.
(유행따라 이 책 저 책 장식용으로 읽은 것 포함)
h. 졸업식때 정말 눈물이 났으나 쪽팔려 울지못한 점.
기왕 법학을 하셨다면 로스쿨로 가시는 것이 낫겠지요
물론 경제적 부담 그리고 졸업후의 진로등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압니다
아마 로스쿨 1-3기정도는 희생타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솔직이 로스쿨 3년 실무위주의 교육 ( 그것도 가르치는 쪽도 아직 경험되지 않는 시스템을 가지고 해야 하니)
을 받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법조 현실에 과연 적응할 지 또 수요자인 법원이나 검찰, 로펌등에서 실력을 인정하고 등용할지등도 미지수라고 봐야지요
제생각에는 한동안 로스쿨 출신들의 고전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어느쪽으로 가나 안전한 길은 이미 사실상 없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공무원되어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아내와 애들하고 취미생활 하며 살려고 하지 않는 바에는
또한 변호사가 되던 회사원이 되던 사회적으로 출세를 하면 자기보다 아내나 애들이 더 좋은 경우가 많지요
본인은 죽어라 일만하는 경우가 뭐 노후때는 좀 더 윤택하게 보낼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인간 존재 자체가 고독합니다
결혼은 그 고독을 잠시 잊게 해주고 완화해 주지면 더 깊은 고둑으로 끌어들이기도 하지요
인간은 홀로서야 하고 홀로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하고 어떤 선택을 해도 그 결과에서 자유롭지 않지요
이미 실패를 경험한 상황에서 냉정하게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고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행복한 인생을 보장하는 지혜로운 일이지요
사람마다 기본 그릇이 있더군요
그 기본 그릇을 키우기도 하고 찌그러먹기도 하는데 그 기본 그릇의 크기를 알고 그 크기에 맞게 짐을 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젊거나 실패를 안했을때는 기본 그릇이 엄청 큰줄 압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그릇을 알게 되더군요
저의 경험으로는 무리한 짐을 질때 인생은 어그러지거나 실패하고 불만족스럽거나 몸을 망치게 됩니다
자신의 그릇에 맞는 책임이나 일을 선택하는 현명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나중에도 어떤 일을 해도 만족감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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