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아무개에 대해 검찰이 징역 x년을 구형했다. 라는 기사가 나오곤 합니다. 그런 기사들을 보면서 단지 '구형(求刑)일 뿐인데 왜 그렇게 비중있게 다루는지.. 좀 못마땅하곤 했지요.  물론 아무개라는 인물의 국민적 관심도가 크다보니 사태의 세세한 추이도 당연히 비중있게 다루는 것이다. 라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문제는 바로 검찰이 징역 x년을 구형했다. 라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헤드라인은 신문뿐만 아니라 티비에서도 대문짝만하게 다뤄지곤 하는데 때로는 검찰이라는 주어를 빼버리고 단지 아무개 징역 x년 구형이라는 제목만 뽑아내기도 하지요.

이를 접하는 국민들은 보통 아무개가 징역 x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구나. 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구형과 선고를 혼동하는 거지요. 포털 댓글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보통 구형은 좀 세게 부르기 마련입니다. 판사는 관례처럼 깎아내구요. 그러다보니 선고 형량과 구형을 혼동해서 '성폭행 한 놈은 2년(선고)인데 마약 먹은 놈은 4년(구형)씩이나 받아? 이 나라 법체계 개판이네~'  라는 댓글이 흔히 보이곤 하지요.  대부분의 일반인들의 인식이 이럴 겁니다. 아마 저렇게 기사를 뽑은 기자들도 일반인들의 인식이 어떤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고, 구형을 때린 검사들 역시 알고 있겠죠. 간단히 말해 일반인들이 오해하기 쉬운  법률 용어로 장난치면서 언론플레이 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죠. 특히나 그 아무개가 정치인이라면 더 그렇겠구요.

또한 검찰이 징역 x년을 구형했고 이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 됐으나 추후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는 경우에도 문제가 많겠죠.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간에는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년이 걸리곤 하니 사람들은 처음 구형에만 관심을 갖고 추후 선고에는 무관심하기 쉽죠. 특히 언론에서 구형보도는 대서특필했으나 선고보도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개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이 경우, 정치인은 좀 낫겠으나 일반인인 경우에는 그 피해가 결코 적지 않겠죠. 이런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서 법적으로 구제받을 길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소한 법률 용어 한두개 때문에 적잖은 피해가 발생하는 꼴이죠.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01&newsid=20100105155240940&p=sisain

구형(求刑)은 검찰, 선고(宣告)는 재판부의 몫이다. 실제 형량을 결정하는 선고와 달리 구형은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형식적 절차일 뿐이다. 하지만 종종 두 단어는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중략)

영어권 국가의 언론은 검찰 구형에 대해 보도 자체를 잘 하지 않을뿐더러 구형을 전할 때 쓰는 동사는 'ask' 'demand' 'request' 'call' 등이다. 보통 사람이 들었을 때 검찰이 재판부에 일방적으로 형을 요구하는 의미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선고 보도의 비중과 구형 보도의 비중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대중은 선고 형량만 기억할 뿐 검찰 구형량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중략)

12월21일 광우병의 잠재적 위험성을 보도했던 < pd수첩 > 제작진에 대해서 검찰이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이 뉴스는 주요 언론사 등에 ' < pd수첩 > 실형 구형' 등의 제목으로 크게 보도됐다. 인터넷에서 < pd수첩 > 보도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논쟁을 벌인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누리꾼 가운데는 < pd첩 > 제작진이 징역 선고를 받은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중략)

법학 교수들은 '징역 OO년 구형'이라는 표현을 '징역 OO년 요청''징역 OO년 요구' 등의 표현으로 바꾸어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징역 OO년 주장'이라는 표현도 가능해 보인다. 고려대 하태훈 교수는 "'징역 OO년을 청하다'라는 문장도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구형이라는 말이 학계나 법조계에 익숙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바꿔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법제처는 "순화시킬 법률 용어 가운데 '구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