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6 혹은 중1일 때 직접 눈으로 본 일이다. 교사가 학생들 둘이 소곤거리면서 딴 짓 하는 것을 보고 교실 앞으로 불러냈다. 교사는 둘을 서로 마주보게 한 다음 서로 차례로 뺨을 5대를 때리게 했다. 처음에는 툭 대는 정도였는데, 교사가 더 세게 때리라고 소리치자 한 학생이 전보다 조금 힘을 더 넣었나 보다. 그리고는 뺨 때리기는 바로 에스컬레이트되었다. 마지막에는 있는 힘껏 때리는 모양새가 마치 둘이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뺨 때리기를 그만둔 뒤에 두 학생의 눈에는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사건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이 사건 뒤에도 여러 사건을 보면서 나는 분노라는 게 서로 얽히면서 아주 쉽게 에스컬레이트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에스컬레이트가 분쟁을 별 것 아닌 것에서 매우 심각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경험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오늘 bonafider 님의 본글에 미투라고라 님이 댓글을 달았다가 서로 에스컬레이트되는 것을 보았다. 몇몇 단어가 바로 이런 에스컬레이트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순식간에 격화되어 수습 불가능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며칠 전에는 흐르는 강물 님이 '박멸'이라는  섹시한 단어를 넣어서 글을 올렸다. 나는 그 글을 보고 뚜껑이 열렸다. 흐르는 강물 님 이하 반노&난닝구들은 이 단어가 나를 돌아버리게 만들었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반노&난닝구들이 정녕 그렇게 생각한다면, 거꾸로 노빠들이 반노&난닝구들을 박멸해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의사표시를 요구한 뒤, 서프라이즈에 가서 글을 올렸다. 노빠들을 박멸하자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리고 그 글은 곧장 해우소로 처박혔다.

그 다음에는 이숙정의 행위를 난동이라고 제목을 단 것이 내 신경을 거슬렸다. 행패나 폭행이라고 표현했더라면 아무 견해차이가 없었을 텐데, 난동이라는 단어가 내 신경을 거슬린 것이다. 난동이라는 말을 쓴 당사자들은 아직도 좀처럼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은 나더러 언어 감각이 특이하단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경상도의 집단정신병환자가 5.18광주시민의 행위를 두고 '폭동'이라고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아크로의 여러분들이 그 말을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있을까? 난동이 그냥 넘어갈 만한 단어라면, 폭동도 그냥 넘어갈 만한 단어일 것 같다. 그럼 폭동을 일으킨 5.18 광주시민은 뭐가 될까? '폭도' 되시겠다. 내 말을 오해하지 마시라. 이건 내가 그렇게 주장한다는 게 아니라, 폭동이라는 말 때문에 자동적으로 폭도가 된다는 거다. 

말이 서로 에스컬레이트되다가 결국 게시판의 분위기가 칙칙해진다. 내가 스켑렙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코지토 님과 말 님이 싸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말 님이 용산사건의 희생자들을 향해서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떠나고 싶었다. 아크로가 생기자, 미련 없이 스켑렙을 떠났다.

말은 참 무섭다. 기쁨을 주기도 하고, 끈끈한 정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등돌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자나깨나 말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