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네오경제에 대해서 궁리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네오경제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동안의 생각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글을 올리겠다고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므로 먼저 이 글을 올리고, 오늘 내일 중으로 일부분을 수정할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오경제란 무엇인가?

 

1. 화폐교환경제는 화폐가 있고, 화폐를 통해서 교환이 일어난다. 네오경제는 화폐가 없고, 교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네오경제는 화폐교환경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2. 화폐교환경제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물자를 생산하고, 물자를 교환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이익이 생산, 유통, 판매, 소비 모든 면에서 경제활동을 조정한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다. 물자는 장기간 보존하기 어렵지만, 물자를 화폐로 바꾸면 물자를 축적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화폐가 가진, 부를 축적하는 기능이다. 사람들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3. 네오경제에서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한다.

 

모든 생산자는 물자를 생산하여 운송업자에게 무료로 넘긴다. 모든 운송업자는 생산자에게서 받은 물자를 도매업자에게 무료로 운송한다. 모든 도매업자는 운송업자에게 받은 물자를 소매업자에게 무료로 넘긴다. 모든 소매업자는 도매업자에게 받은 물자를 소비자에게 무료로 넘긴다.

 

네오경제에서 모든 재화와 용역은 무료다. 노동자는 임금을 받지 않는 대신 무료로 물자를 소비한다. 노동자가 아닌 다른 생산자도, 운송업자도, 도매업자도, 소매업자도, 소비자도 모두 무료로 물자를 소비한다.

 

물자는 유한하게 생산된다. 따라서 개개인에게 무한정한 소비를 허락할 수는 없다. 생산량에 따라서 개인당 소비한도를 정해야 한다. 네오경제 집단들(국가들) 사이에도 생산량에 따라 소비한도가 서로 다를 것이다. 생산량이 소비한도를 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게으른 사람은 소비한도가 줄어들 것이고, 3D업종은 소비한도가 늘어날 것이다.

 

생산-운송-유통-소비의 통계와 통제를 위해서 POS 시스템을 도입한다. POS 시스템은 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부가적으로 개인의 소비한도에 맞추어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게으른 사람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 것이다.

 

생산량이 모자랄 때는 기업을 더 설립해서 생산량을 늘린다. 생산량이 적정한 양보다 훨씬 많을 때는 기업을 청산할 수도 있고, 생산된 물자를 다른 나라에 보낼 수도 있다. 다른 나라의 요청에 따라 생산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국가들 사이의 물자 이동은 물물교환도 가능하고, 화폐-물자 교환방식도 가능하다.

 

소비된 물자는 각 개인의 집에 또 기업(자영업, 회사, 공장, 작업장 등)에 보관될 것이다. 이 물자에 대해서는 각자의 소유권이 보장된다. 개인의 집에 있는 소유물은  그 개인의 소유물이며, 다른 사람이 허가 없이 사용하거나 훔쳐갈 수 없다. 기업의 소유물은 그 기업이 청산될 때까지 소유권이 존재하고, 기업이 청산되면 그 해의 생산물(중고 생산물)에 포함되어 소비될 것이다.

 

4. 화폐교환경제는 개인의 이익을 동력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 네오경제는 화폐가 없고 교환이 없으므로, 개인의 이익을 동력으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네오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첫째는 생산량에 따른 소비한도라는 '공통의 이익'이 네오경제 경제활동의 동력이 될 것 같다. 개미의 생활을 보면, 먹이를 저장할 때 개별적으로 저장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저장하고 소비한다. 네오경제는 공동으로 생산하고, 전체 생산량에 따라 개인의 소비한도가 정해진다. 전체적으로 더 많이 생산할수록 각 개인의 소비한도가 늘어난다. 개인적이고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이익보다는 동기부여가 약하지만, 공통의 이익도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는 풍요한 물자생활이 동력이 될 것 같다. 화폐교환경제에서는 소비자가 보기에 대부분의 물자가 그림의 떡과 같다. 하지만 네오경제에서는 그것이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떡이 된다. 그러므로 소비자는 화폐교환경제보다 훨씬 더 풍요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갯수, 종류)적인 측면에서만 풍요한 것이 아니다. 네오경제 내에서 기업이 보유한 기술은 무료로 공유될 것이기 때문에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질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더 풍요한 생활을 누리게 된다.

 

셋째는 안정된 물자생활이 동력이 될 것 같다. 네오경제에서는 전체 생산량이 감소하지 않는 이상 개인은 빈곤(부족한 물자생활)을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경기불황도 없고, 외환위기도 없고, 공황도 없다. 사고나 질병이나 노후를 위한 보험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실업도 종종 겪을 테지만, 그 때문에 생활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넷째는 노동에 대한 평가에 따라서 소비한도를 정하는 것이 동력이 될 것 같다. 네오경제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경제전체의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무임승차를 줄이도록 소비한도에 차등을 두는 것이 적절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5. 화폐교환경제에서 네오경제로 이행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더 궁리해야 할까?

 

첫째로 자원, 기술, 자본, 계획, 지원자를 확보하는 문제를 궁리해야 한다. 네오경제는 주로 국가단위로 존재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것을 전제로 생각해 보면, 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자원을 구매하기 위해서 생산물의 일부를 무역을 통해서 팔고, 그 돈으로 자원을 구매하게 된다. 기술이 부족하면, 그 기술을 수입하기 위해서 생산물의 일부를 무역을 통해서 팔아야 한다. 최초의 자본이 없으면 생산시설을 지을 수 없고, 원료를 구매할 수 없다. 면밀한 계획이 없으면 네오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고, 지연될 수도 있다. 지원자가 없으면, 네오경제는 탁상공론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자본과 지원자가 필요할지 계산해 봐야 하는데,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다.

 

둘째로 생산/운송/도매/소매에 관련된 조정 시스템을 궁리해 봐야 한다. 과거 소련은 중앙정부가 계획경제를 통해서 조정했다. 계획경제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러므로 계획경제가 아니면서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POS 시스템의 피드백이 존재하므로 조정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산업 간의 원료 배분 조정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닐 것 같다. 또 주택처럼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기 힘들거나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서 자원배정을 조정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셋째로 네오경제가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지를 모든 각도(직업/산업/심리학 등)에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 검토를 위해서 항목을 나누어 선정하고, 항목별로 검토해야 한다. 얼치기 찬성론자가 되어서 무리하게 시도해 보는 것은 안 된다. 공산주의혁명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서 섣부른 찬성론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일 좋은 해결책은 실험집단을 만들어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이다. 이 실험을 위해서 몇 가지 실험모델을 궁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도시, 대학도시를 검토해 보고 있는 중인데, 아직 별 진척이 없는 상태다.

 

넷째로 네오경제와 화폐교환경제의 공존에 대해서 궁리해 보아야 한다. 화폐교환경제에 익숙한 사람이라든지 부자인 사람은 네오경제에 대해서 별 의욕이 없을 수도 있다. 그 반대로 실업자나 빈곤층은 네오경제에 대해서 열렬한 지지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하나의 기업을 설립해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네오경제를 구현해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화폐교환경제 내에 네오경제가 존재하는 셈인데, 이 둘이 공존할 수 있는지, 어떻게 공존하면 좋은지 검토해야 한다.

 

다섯째로 자원과 기술과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가간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석유자원과 석유자본을 갖고 있는 중동국가가 있다. 지하자원과 농축산자원을 갖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있다. 한국은 기술과 자본과 노동력을 갖고 있다. 각국이 가진 자원과 자본과 기술과 노동력을 어떻게 결합시키면 네오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까? 언젠가 이 문제도 궁리를 해 봐야 한다.

 

여섯째로 네오경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전문가를 참여하도록 해서 논의가 지상병담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아마추어들이 의논하는 자리를 만들고, 전문가들이 논의하는 자리를 따로 또 같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천천히 진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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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로 토론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를 더 생각해 냈습니다. 

첫째로, 개인당 소비한도를 정하면 모든 품목이 잘 될 것 같았는데,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식재료는 개인당 소비한도를 정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네오경제에도 음식점이 있을 겁니다. 이 음식점의 메뉴를 생각해 보니,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처럼 사람들이 선호하는 식재료에 대해서는 개인당 소비한도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네오경제는 화폐도 없고, 교환도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네오경제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당 소비한도에 해당하는 물자를 전부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가진 물자와 교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청바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개인당 소비한도 이상으로 청바지를 갖고 싶어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자신에게 불필요하지만 개인당 소비한도까지 물자를 소비해서 집에 갖다 놓은 다음 다른 사람과 청바지를 교환하게 되겠지요. 교환을 하다 보면 교환의 편리를 위해서 화폐가 나타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서로 판매경쟁(교환경쟁)을 벌이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이건 네오경제의 기본 원칙이 곧바로 무너지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화폐가 존재하면 부의 축적이 시도될 것이고, 결국 빈부격차는 또 벌어지게 되겠습니다. (화폐교환경제와 비교해서 그래도 두 가지 차이점-장점은 남아 있군요. 풍요한 물자 생활, 안정된 물자생활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궁리했는데, 여기서 확 무너져 내리네요... 아아, 이걸 어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