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가는 대개 오래전에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라는 케인즈의 명언이 있다. 한국 정치를 지켜봤을때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수 없다.

정치가 보여지는 무대라면 이론은 뒤편의 감독이다. 이론간의 다툼이 진짜다. 정치가 기준선을 좌우로 넘나드는 싸움이라면 경제학은 기준선의 위치를 결정한다. 2차대전 이후의 서구 자본주의의 정치는 케인즈가 그어놓은 선을 넘나들었고, 70년대 오일쇼크 이후의 정치는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가 그어놓은 선을 왔다 갔다 했다. 공화당의 닉슨과 민주당의 클린턴중 어디가 더 왼쪽이었을까? 소득세율과 시장 자유주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닉슨은 스웨덴에 가까웠고 클린턴은 대처에 더 가까웠다는 것이 진실이다.

한국 정치는 약 30여년간 발전주의로 견인되어 오다  신자유주의에 바통을 넘겨주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는 자유시장 만능론이라는, 시대정신으로 포장된 경제학적 이론의 틀을 벗어날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군화발 성장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동시에 외치는 이데올로그를 배경에 두고 있다. 자유시장을 찬양하다가 갑자기 애플을 비난하는 경제 신문의 기사는 이명박 시대의 시대정신을 웅변한다.

민주당의 복지 논쟁이 공허한 까닭은 경제 철학의 바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지를 증진하자는데서 그치는 파편적인 담론은 지식 시장은 물론 정치 시장에서도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김대중이 imf가 강요하는 시장 만능주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경제 업적을 남긴 까닭은, 박헌채의 민족 경제론을 시작으로 여러번 업데이트를 거쳐온 나름의 경제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민주당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