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가 박정희와 좀 닮은 이인제라는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키도 비슷한 모양이고, 전체적인 이미지가 비슷한 모양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88년 5공청문회의 2대 스타였다고 합니다. 저는 당시 청문회를 보지 않아서 노무현도 몰랐고, 이인제도 몰랐습니다.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는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고, 이회창의 두 아들의 병역문제가 불거지자 탈당 후 독자출마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인제가 얻은 표는 무려 500만 표였다고 기억합니다. 이회창이 얻은 표가 1천만 표 정도였고, 김대중이 얻은 표도 1천만 표 정도였습니다. 불과 몇십만 표 정도의 차이로 당선된 걸로 기억합니다. 이인제가 500만 표를 갉아먹어주지 않았더라면 정권교체 김대중후보 당선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인제는 김종필과 함께 대선 2대 공신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다 하느님이 보우하신 덕분이겠죠. 아니면 조상님들의 영혼이 나라 망하는 걸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이인제에게 영향을 끼치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회창이 경제에 대해서 뭘 압니까? 한평생 법원에서 왕노릇하던 인간인데요....

(김대중 후보의 득표수와 노무현 후보의 득표수와 정동영 후보의 득표수를 보면, 개혁을 지지하는 국민의 수가 대충 짐작됩니다.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의 수에 비해서 많이 적습니다. 김대중 후보의 당선과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그런 관점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봐도 별로 틀리지 않을 겁니다. 개혁진영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려면 부동층의 표를 확실히 끌어와야 한다는 추론이 나오죠.)

이인제가 민주당에 입당했고, 2002년 대선후보 대세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당내경선이 아니라 국민경선을 치르는 바람에 전세가 뒤집어져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고 맙니다. (딴지일보 대선후보 이너뷰를 보면, 노무현은 이인제가 대선후보가 되는 걸 저지하려는 마음에서 출마한 것 같기도 하고, 이인제를 대통령감으로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인제로서는 정말 황당한 노릇이었을 겁니다. 대세론은 흔들림이 없었고, 자신을 지지하는 민주당 국회의원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한 번의 전과가 있기 때문에 또 한 번 탈당 후 출마했다가는 낙인이 찍힐 것 같아서 차마 독자출마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이인제의 이너뷰를 본 적이 있고, 97년 대선 당시 토론회에서 이인제가 답변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인제에 대해서 내린 평가는 대충 이렇습니다. '이인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두리뭉실하게 답변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정견을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정견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가 나중에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여기까지는 이인제의 말에서 내린 평가이고, 그가 과거에 신한국당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은 그의 인성을 짐작케 해 주었으므로, '개혁진영의 대선후보 혹은 대통령으로는 부적합한 사람이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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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도 신한국당에서 김영삼 밑에서 일하던 인물이었습니다. 2007년 이전까지는 아마 14년간인가 한나라당과 그 전신인 당에 몸을 담은 사람이었을 겁니다. 저는 손학규의 인성을 짐작합니다. 개혁진영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입니다. 그래서 2012년에 손학규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못 찍겠다'라는 결론을 내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삽질마공의 대가인 이명박도 대통령으로 모시고 사는 판국인데, 하물며 손학규 같은 조무래기 사파인을 대통령으로 모시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비록 개혁적인 정책은 조금 밖에 못할지 몰라도, 어쨌거나 박근혜보다야 낫지 않겠냐 이겁니다. 최악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지요. 저는 당분간 천정배를 주시할 겁니다만, 2012년에 그가 대선후보가 되지 못하고 손학규가 대선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누구를 막론하고 개혁진영의 대선후보에게 투표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