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정의 난동


설연휴기간 동안 이숙정 민노당 성남시 의원의 난동사건이 핫이슈가 되었더군요. 이 acro에서도 상반된 시각으로 공방이 오가고 있고, 어떤 쪽은 야권연대에, 안철수/박경철까지 도마에 올리고, 어떤 분은 보수/진보 모두에 공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공정”의 개념을 졸지에 재정립하게 만들고 있군요.

저는 양비론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 만큼은 양쪽 모두의 주장을 수용하기 힘드네요.


이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피해자인 비정규직 여성 공무원이 자신의 딸이었다고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그 공무원이 제 딸이었다면 저는 이숙정 의원을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제 딸이 시의원의 이름을 몰랐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머리채를 잡히고 하이힐로 찍힐 위험에 처한 상황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폭력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해서 법적 처리를 요구했을 것입니다. 물론 저와 다른 처신을 하실 분도 계시리라 봅니다만, 이것이 제가 이 사건을 보는 관점이자, 이숙정과 민노당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즉각 사과하고 엄정한 처리를 약속했고, 같은 당 소속은 아니지만 진보진영의 문제로 인식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도 국민들에게 사죄했습니다. 두 분 모두 참 잘하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자기가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고 단순한 유감 표명만 하고, 그 여성 공무원이 자기에게 사과를 했느니, 사건의 발단은 동사무소의 선물(멸치셋트) 때문이었다고 주절거리는 이숙정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스스로 출당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와중에 이 사건을 두고 여론의 뭇매가 가혹하다며 진보에도 똑같은 잣대를 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응석을 부리는 사람도 있군요. 노정권의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양정철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은 매를 스스로 부르는 것이고, 여론을 더욱 악화시켜 진보진영을 더욱 궁지에 모는 것입니다. 그 동안의 보수(한나라당, 선진당)가 저지른 유사한 사례를 들면서 이숙정 건도 그와 동일한 잣대와 대응을 요구해야 하는데 민노당 소속(진보진영)이라는 이유 때문에 지금 같은 가혹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거품을 물고 있습니다. 이명박이 “공정” 운운할 때도 참 좋은 말이 누구의 입에서 나오니 고생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명색이 진보적이라는 인사의 입에서 나온 “공정”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진보진영에 몸담았거나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은 대중들이 자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주길 원하셨습니까? 부패에 찌들고, 비정규직엔 관심 없고, 사람 차별이 공공연한 사회와 이를 조장하는 (꼴통)보수와 같은 취급을 하면 좋겠습니까? 대중에게는 자신들의 도덕과 진보성을 강변하면서 막상 (꼴통)보수들과 같은 짓거리를 한 경우에는 보수들에게 적용한 잣대로 그들을 비난한 만큼만 해야 한다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요? 지금부터 자신들의 도덕과 진보성을 내려놓으십시오. 그리고 보수들에게 한 만큼만 나에게도 비난하라고 요구하십시오. (꼴통)보수들의 꼴통 짓도 님들이 이숙정 건에서 대중에게 요구한 딱 그 수준에서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15살 남학생과 여선생 간의 섹스 사건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그 때 주변의 반응에 아연 실색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선생들을 시쳇말로 개떡같이 여기던 사람들이 그 사건에서는 선생은 도덕군자여야 한다는 기준으로 그 여선생을 매도하더군요. 평소의 행실은 개차반에 가깝고 남에게 피해까지 주던 사람들이 그 여선생을 비난할 때, 비난받는 당사자보다 비난하는 사람이 더 추해 보이더군요. 저는 그 여선생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 여선생을 크게 비난하고 싶지 않았고 무덤덤했습니다. 저는 선생에 대한 평가나 기대치가 평소에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에 딱 그 수준에서 그 사건을 바라보았습니다.

진보진영에 있다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대중으로부터 받고자 하는 위상과 대중과 사회에 요구한 수준이 있다면, 그 수준보다 더한 잣대를 자기에게 들여대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요? 요구하거나 받고자 하는 수준과 자기에게 적용할 잣대가 다를 경우가 공정하지 못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양정철도 문제지만 공희준도 이번에는 좀 오버하는 것 같습니다.

이숙정 난동 사건을 야권연대의 잘못으로까지 비약하는 것은 좀 무리다 싶고, 더구나 안철수와 박경철을 진보진영의 명망가가 띄우는 사람들로 몰아 그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은 번지를 잘못 찾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난동 사건은 이숙정과 민노당이 책임져야 할 일이지, 야권연대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야권연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민노당의 공천과 내부 시스템의 잘못이지요. 난동 사건을 야권연대에까지 거슬러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인과관계가 매우 느슨해 억지 연결짓기입니다.  이숙정이 야권연대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 민노당 독자 후보로 나와 당선된 경우에는 야권연대를 걸고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성남지역에서 야권연대가 합의되지 않았더라면 이숙정은 그래도 민노당 후보로 나왔을 것입니다. 물론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숙정은 야권연대든 민노당이든 후보로서 성남시의원 선거에 입후보했을 것이라고 보지요. 즉, 이숙정을 후보로 뽑은 것은 민노당이고, 자질이 없는 후보를 내세운 것은 민노당의 내부 시스템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엉뚱한 야권연대에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안철수와 박경철은 자기 나름의 노력과 열정으로 오늘의 위상을 스스로 구축한 것입니다. 진보진영의 명망가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든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정치색이 강한 인물들이 오히려 이들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남들이 이루어 놓은 성취와 그 결과물들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죠. 안철수와 박경철이 왜 이숙정 난동에 엉뚱하게 구설수에 오르내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그들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잇습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들 괴롭히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