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정사건은 충격입니다. 공공기관에서 행패부리는 사람은 어딜가나 있습니다. 반드시 사악하고 예의없고 개념없는 사람들만 공공기관에서 행패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숙정사건은 여러가지 의미로 충격적입니다.

먼저, 그 패악의 정도가 너무 엽기적입니다. 피해자의 말에 의하면, "나 이숙정인데"라는 자신의 말을 잘 못알아들은 공무원에게 '빡쳐서', 관공서에 '직접' 찾아가서 종이를 던지고 뺨을 때렸다고 합니다. 절정은 '무릎을 꿇어라'죠. 보통 많은 사람들이 관공서나 식당같은 곳에서 항의할 때에, 직원들에게 소리를 치다가 마지막에 하는 말은 대개 "지배인 누구야", "사장 데려와", "책임자 불러"이지, 무릎을 꿇으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이숙정의 저런 행동과 발언은 너무 엽기적이고 생뚱맞았습니다. 이 점에서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확 끌었죠.

그리고 또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숙정의 사후대처방식입니다.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고, CCTV에 찍힌 자신의 행동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때문에 빡쳐있었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는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거기다가 최악은 "정치 안할래"라는 말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회적 약자 배려한다던 민노당이…" 이런 식으로 제목을 뽑으며, 진보파를 공격할 때 보수파가 흔히 사용하는 '진보의 표리부동', '입진보'를 꼬집고 있고, 많은 사람들도 '한나라당, 민주당한테 당한걸 왜 애꿎은 말단직원한테 푸느냐'고 비판합니다.


즉 이숙정이라는 개인의 엽기적인 행각, 정치인 이숙정이 속한 정당의 정체성과 매치되지 않는 이숙정의 행태, 이 두가지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데, 이런 가십적인 소재보다는 사실 민주당 이외의 진보야당이 야권연대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이 사건을 통해 단편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는 이숙정사건을 주목합니다.



이숙정은 '비민주당 야권단일후보'로서 수도권에 출마해서 당선된 사람입니다. 야권연대는 이명박정부들어 한나라당의 잇단 실정으로 인한 민심이반, 민주당의 허약함, 그리고 그것에 더해서 진보정치의 경험이 어느정도 쌓인 것을 토대로 주로 '비민주당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서 주장되고 있습니다. 야권연대의 핵심은 한나라당과 맞설 야권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적극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민주당이 군소야당에게 양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거의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1,2위를 다투고, 군소야당과 상당한 지지율격차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의 대의'를 위해 민주당이 지지율이 낮은 군소야당에게 선거구를 양보함으로써, 군소야당, 그 선거구의 유권자, 그리고 국민들에게 야권연대의 메세지와 야권연대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좀 더 진보적인 정치세력의 승리(민주당이 양보받는다면 그것을 이유로 진보정당은 민주당의 좌클릭을 요구, 진보정당이 양보받는다면 그 자체로 좌클릭 가능)를 이루어내겠다는 것이 바로 야권연대죠. 게다가 각 정당 내부의 반발, 지지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어떤 정당과 후보는 다른 어떤 정당과 후보에게 자신의 선거구를 양보했기 때문에, 양보받은 정당과 후보자에게는 그렇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했을 때보다 더 많은 정치적인 책임이 부여됩니다.

특히 군소야당이 양보받았다면, 그 군소야당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는 민주당이 '희생'한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정치적 책임감을 가져야합니다. 본래 군소야당이 5%를 득표할 수 있었다고 치면, 민주당이 양보함으로 인하여 그 군소야당은 못해도 30%이상, 더 나아가 당선까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즉 1:1구도가 아닐 때에는 꿈도 못꿀 지지율을 민주당의 양보를 통해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하여 자신의 정당을 홍보할 수 있게 되었고, 거기다 당선도 가능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이숙정사건을 보면, 이숙정 본인도 그렇고, 민노당도 별로 저런 면에 있어서는 어떤 책임의식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이숙정의 발언은 가관이죠. 한나라당은 그렇다쳐도, 자신에게 양보해준 민주당도 자기를 괴롭혔다고요? 민주당이 괴롭히니까 너무 빡쳐서 말단직원한테 무릎꿇으라고 행패를 부렸다는 것인가요? 거기다 정말 최악인 것은 그깟 정치 안하고 만다는 발언입니다. 이숙정 개인이 정치를 하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긴 합니다만, 앞서 말했듯이 이숙정은 무소속으로 혼자 출마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양보를 받고 민노당 소속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정치인입니다. 이숙정이 받은 표의 거의 대부분은 민주당을 찍는 유권자들의 표였을 것이고, 거기다가 당선까지 되었으니 야권단일후보로서 이숙정이 가지는 상징성은 매우 큰 것이죠. 그런데 수틀린다고 그깟 시의원직 안하고 만다고요? 이숙정이 단일후보가 되었기 때문에 그 선거구에서 출마하지 못한 다른 후보들의 기회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야권연대의 명분과 대의는 다 어디갔단 말입니까?

그런데 이숙정과 민노당, 이정희의원의 사후대처를 보면, 저런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향후 야권연대때 이숙정때문에 트집잡혀서 손해볼까 우려한다는 식의 한심한 소리나 하고 있죠. 즉 앞으로의 야권연대에서 손해보지 않으려는 말 그대로 정치적인 계산만 하고 있을뿐, 그 이름도 아름다운 '야권연대의 정신', '민주당 양보의 미덕', '연합정치의 실현'같은 것의 훼손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이숙정사건이 워낙에 엽기적이기 때문에, 이숙정 개인의 돌출행동에만 초점을 두고서 도대체 왜 민노당에게만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오는데, 그런 불만은 야권연대, 민주당의 양보, 더 큰 정당의 양보, 당선가능성보다 더 큰 무언가(?)에 대한 추구 등등 민주당에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하라는 비민주당 야권정치세력의 '명분'에 대해서 비민주당 야당뿐만 아니라, 그것을 정치권 바깥에서 추진한 시민사회, 그리고 야권연대, 기득권 버리라고 키워질한 진보네티즌들이 애초부터 관심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못해도 2위하는 곳 가져와서 2위자리라도 먹고보자는 식의 문자 그대로의 정치공학에 야권연대의 포장을 가져와서 생쇼했다는 것이죠.

유시민은 경기도에서 민주당 김진표의원과의 경선을 통해 야권단일후보가 되었죠. 거기다가 심상정의 사퇴까지 받아내며 김문수와 정말로 1:1대결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큰 표차로 패했죠. 그런데 유시민은 '야권단일후보', '민주당의 양보'를 통한 '단일후보'임에도 패배했다는 점에 대한 그 어떤 책임의식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지지자들은, 유시민의 나비효과 운운하거나, 유시민이었으니까 그정도로 졌지 김진표였으면 더 크게 졌을거라는 식의 적반하장을 보여줬죠. 유시민 또한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유시민은 여러 대학 강연을 다니면서 민주당을 여전히 비난하고 있고, 손학규 대표의 한나라당 전력을 비아냥대고 있죠. 대통령이 되려면 인생스토리가 필요한데, 자기는 최초의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서의 스토리가 있고, 손학규 대표는 다른 인생스토리가 있다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 최초의 철새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비아냥댔다던데...유시민 대단하죠.


지방선거때의 야권연대 이후, 야권연대는 여전히 민주당과 기타 정당들의 최대 관심사중의 하나입니다. 야권연대는 민주당 이외의 정치세력이 말한대로, 단순히 한나라당과 1:1구도를 만드는데에 그치지않고,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말을 하는 그 정치세력들은 야권연대를 굉장히 하찮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이런저런 구체적인 사정은 잘 알지 못해도, 정치인들 하는 꼬라지가 후진지 안후진지 정도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기득권의 양보'같은 구호도 한두번이어야 먹히지, 이숙정같은 케이스도 있으면서 계속 민주당 때리기로만 일관하고, 야권연대가 가지는 의미, 책임감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야권연대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