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 서점의 정치판 코너를 보니 하나의 일관된 경향이 보이더군요. 우선, 박정희를 추켜세우는 책들이 많아졌습니다. 박근혜를 띄우는 책이야 이전부터 많았지만 갑자기 박정희의 업적을 칭송하는 책이 늘어난것을 보니 박근혜 대선 캠페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것인지 약간 감이 잡히더군요.

그다음, 5.18을 비하하고 김대중을 비난하는 책이 유의미하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김대중을 겨냥한 책들이 쏟아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고, 특별히 호남 정치가 부각되지도 않는데 5.18을 폄하하는 것 역시 뜬금없는 감이 있지요. 인터넷의 반호남인종주의가 격렬해지는 것과 더불어 이런 현상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마지막으로 소위 "진보 개혁"쉐어에서는 현실 노선을 주창하는 진보 좌파 서적과, 노무현을 재조명하고 띄우는 책들이 많더군요.

김대중과 5.18 폄하, 노무현의 재평가와 대두, 박정희 애널 쉐킹, 반호남 인종주의의 대두... 좌/우 보수/진보의 대결에 호남이 불려나와 두들겨 맞는 양상인데, 이런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기반을 가진 이상 지역에 대한 상호 비방이나 거부감은 피할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진보 개혁 진영에서 경상도를 비토하는 심리는 보수 진영에서 호남을 증오하는 심리와 비교 불가능 하죠. 진보 개혁 진영은 영남을 구애와 공략의 대상으로 삼는 반면 보수 진영은 호남을 고립과 압살, 내부 결속을 위한 토벌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이건 단순히 반호남 인종주의로 설명하기는 부족한 감이 있죠. 그보다는, 각 정당의 지역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다른것이 원인입니다.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표를 얻는 것 만큼 충분히 이익으로 화답합니다. 한나라당 그 누구도 영남의 패권에 대해 토를 달지 못하죠. 반면 민주당은 호남에서 표를 받아먹고도, 호남의 주도권, 혹은 "호남색"그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호남의 이익이 문제되기 이전에, 즉 표 주는 호남에 대한 정당한 댓가가 문제되기 이전에, 아예 호남에 대해 충청이나 경기만도 못한 대접을 하는 거죠. 호남을 거부해야 할 대상, 분리해야 할 이물(異物)로 생각하는 경향이 다른데도 아닌 호남에서 표를 얻는 진영에 팽배한겁니다.

한나라당이 영남에 대해 철저하게 같은편의 논리, 진영의 논리를 가지고 의무(표)와 권리(패권)를 거래하는 반면, 민주당이 호남에 대해 표만 얻고 거리두기를 하는 원인은, 호남의 지지가 민주 개혁 진영의 정치적 기반인 동시에 영남에서 지지를 상실하는 원인이 되는 역설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남에 비해서 비교할수 없이 패권 추구가 미약한 호남에 대해, 다른데도 아니고 호남에서 표를 얻는 세력이 호남과의 분리를 당당히 천명하며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감이 있죠. 

즉, 문제는 "영남이 호남에 대해 갖는 거부감"입니다. 민주개혁 세력으로서는 호남은 싫다는 인종주의에 부응하지 않고는, 1200만의 표밭인 영남에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고, 결국 한나라당에 대해 항구적인 약세를 보일수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러니 민주 개혁 세력에서의 호남 축출론이, "호남의 부당한 패권을 거부하자"는 논리적 차원이 아니라, "호남 그 자체를 몰아내자는" 인종주의적 감성론을 띄는 겁니다. 호남에서 표는 받아쳐먹고 곧바로 탈호남론을 외친건 이때문이죠. 논리가 문제라면 유빠애들이 이명박의 상도 패권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80석짜리 민주당의 호남 주도권에 대해 시비거는걸 설명할수 없습니다.

민주 개혁 진영이 이렇게 호남에 거리두기를 하며 영남에 구애하니... 당연히 진보 개혁 진영에 대한 보수 진영의 비토와 공격이 호남에 집중되는것을 피할수 없습니다. 같은 편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호남이니, 수꼴들의 먹이가 될수 밖에 없죠. 2011년에 뜬금없이 5.18이 폄하를 당하고 죽은지 2년된 김대중이 씹히며 홍어 타령이 흥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민주 개혁 세력이 호남에 대해 일관된 같은편의 논리를 갖는 겁니다. 경기 충청 강원에서는 전혀 문제삼지 않는 호남 주도권, 호남색을 단지 경상도 눈치 봐가며 애써 자아비판해야 할 필요가 없죠. 경상도의 반호남 인종주의의 입맞에 맞게 그 자체로 너무나 정당한 호남 주도권을 지역주의로 포장해 스스로 까며 호남사람들 가슴에 비수 꽂는 패륜질은 그만두고, 당당하게 호남에 성의와 감사를 표하는 겁니다. 호남에게 성의 표해봤자 한나라당이 영남에 퍼주는 것과 비교하면 개미 눈꼽만큼도 안되죠.

민주당은 집권하면 상도것을 털어서 호남에 나눠준다는 것을 대명천지에 선포해야 합니다. 상도는 집권하면 호남것 털어서 해쳐먹지만 호남은 집권해도 상도것을 못 턴다면 시간이 갈수록 호남은 황폐해지고 상도는 부흥하겠죠. 이런 비대칭 관계를 청산하고 상도 역시 지면 좆된다는 것을 일깨워 줘야 합니다. 이게 지역주의에 지역주의로 맞서는 거라고요? 이미 존재하는 지역주의를 그럼 뭘로 맞설까요? 총칼 들고 쳐들어오는 적에게 같은 총칼로 맞서지 말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이나 "주 하나님은 나의 방패"같은 찬송가로 대항해야 속들이 시원하실까요?

그리고 또하나의 길... 호남이 스스로 개혁 세력과 바이바이 하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이기도 하죠. 더이상 진보애들이랑 엮여서 연평도 사건같은때에 두들겨 맞을 이유가 없습니다. 도데체 호남을 홍어 좆으로 아는 놈들을 위해 눈물 흘려주고 표 줘야 할 이유 없습니다. 노무현을 위해 호남이 눈물 흘린 결과는, "호남때문에 유시민 떨어졌다"는 소리로 돌아왔습니다. 호남 표만 받을줄 알지 호남을 위해 뭘 해줄 생각이 없는 새끼들과는 이제 헤어져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