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위해서는 분배 시스템의 정비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즉, 서민에게 유리한 복지를 위해서는 부자가 더 내고 서민이 덜내는 식의 공정, 공평 구조가 정착이 되어야 합니다. 재분배 시스템의 조정 없는 복지는 돌려막기 밖에 안되죠. 민주당의 복지 아젠다가 울림이 적은 까닭은 분배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복지가 없어서 서민들이 힘들까요? 서민들이 정말 먹을게 없어서, 애 키울 돈이 없어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일까요?

그보다는, 모두가 대학 입시에 올인하면서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시스템, 저환율에 따른 이득을 소수 대기업이 보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서민이 독박쓰는 시스템, 죽어라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이 학문이나 취업 준비 어느것도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서 4년동안 수천만원만 뜯어가놓고는 나몰라라 하는 시스템, 이렇게 가진자를 위해 짜여진, 배배꼬인 야바위 같은 시스템때문에 서민이 힘든 겁니다. 정말 국가 도움이 없이는 못사는 사람은 극소수죠.

공정 시스템도 정비 못하면서 복지를 말한다? 납득이 안됩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가진자 위주의 시스템 고착화에 기여해온 민주당이 말하는 복지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겁니다.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피력하며 자아비판을 한뒤에 복지를 말해도 늦지 않습니다.

불공정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복지는 빚내서 하는 복지 혹은 돌려막기 복지 밖에 안됩니다. 국민들이 복지에는 찬성하면서 증세에는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불공정 시스템의 개선없는 증세를 통한 복지를 반대하는 거죠. 중산층에서 걷어서 서민에게 푸는 복지, 서민에게 걷어서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복지를 거부하는 겁니다. 재정 확대 없이 특권층이 누리는 부당한 지대, 특혜, 불로소득만 회수해도 복지를 누릴수 있다는게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 논쟁은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로 밖에 안들리죠. 너무 많이 가져서 배가 터져 죽는 놈들한테 뜯어내는게 급선무지, 국민들끼리 다같이 걷어서 다같이 나누느냐 혹은 다같이 걷어서 없는 사람 몰아주느냐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복지 아젠다가 울림은 적지만 파급효과는 있는 까닭은 그동안 민주당이 한일이 워낙 없어서죠. 그래서 진정성 없는 복지 타령에나마 국민들이 기대를 갖고 지켜 보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스템에 대한 반성이 결여된 복지 담론만 되풀이 하다가는 박근혜식 복지, 한나라당식 복지와 차별성을 얻는데 실패할겁니다. 재분배 담론에서 한나라당과 차별화에 실패하면 국가 성장 담론에서 한나라당에게 확실히 열위인 민주당은 무조건 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민주당이 질것 같군요.

노무현 정부시절 한나라당의 서민 타령에 맞서 당당하게 재분배를 주장하지 못하던 때부터 중도 개혁 진영의 운명은 결정된 겁니다. 그때 좌파라는 욕 먹을 각오 하고 가진 놈들에게 걷어서 서민에게 나누어 주자는 주장을 용감하게 했으면 아마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거나 혹은 괴멸적으로 패배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무튼 한국의 중도 개혁파는 사회, 정치 분야에서는 쓸데없이 진보적이면서 정작 진보적이어야할 경제 영역에서는 쓸데없이 보수적이에요. 물론 진보 좌파들은 모든 영역에서 너무나 심하게 좌경적이고. 좌파들 게시판 들어가 보면 아직도 맑스 신봉하는 애들이 많습니다. 미국 경제학 박사들이 맨큐 경제학 신봉하듯이 맑스 자본론을 경전으로 모시고 있더군요. 아무튼 한국은 원조집 보다 더 원조 레시피에 충실한 나라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