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아는 고사성어입니다. 네이버에 검색하니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자기의 사기나 협잡술 속에 빠뜨리는 행위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라 설명하고 있군요.

그럴까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저런 설명이 간과하는 건 저공과 원숭이의 처지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간단히 말해 저공은 주인이요, 원숭이는 노예죠. 저런 해석은 주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똑같은 7개를 아침 저녁 숫자만 바꿨더니 그 차이도 모른다며 다수인 노예들이 얼마나 우매하고 잘 속아 넘어가냐며 비웃죠. 

그렇지만 일방적으로 사육당하고 있는 원숭이의 입장에선 어떨까요?

사소하게는 경제적으로 이익입니다. 아침에 1개 더 받으면 그 만큼의 이자 소득이 발생합니다. 거기에 - 역시 사소하지만- 현찰을 조금 더 빨리 확보함으로 운용 범위도 커집니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둘의 권력관계를 보면 어떨까요?

원숭이들이 아침에 3개를 주든 4개를 주든 똑같으니 그냥 순응하겠다고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아마 그 뒤부턴 저공의 일방적인 발표만 있었을겁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혹은 "고칼로리 도토리가 개발되었으므로" 심지어 "적정 임금 수준을 위해"나 "구조조정상" 3개가 2개로, 다시 1개로 줄었을 지도 모르죠.

눈물겹다면 눈물겹지만 원숭이들은 아침 4개를 확보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주인인 저공을 견제하는 효과를 누렸던 겁니다.

아니라구요?

지금도 저런 류의 설명은 많습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루이의 목을 잘랐지만 돌아온건 보나파르트의 황제 등극이다. 바뀐건 없건만 피만 흘리는 우매한 민중"류의 설명은 지금도 넘치고 넘칩니다. 당장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매우 씁쓸하지만 저 고사성어는 냉혹한 현실의 어떤 면도 보여줍니다. 그건 다수 군중, 혹은 대중은 자신의 이해관계나 요구를 명료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진 못한다는 것입니다. 노예제 시대, 혁명을 하지 않는한 노예들의 '비굴한 저항'을 보는 것도 유쾌하진 않습니다. 

왜 갑자기 고사성어를 인용하는지 궁금하시겠지요. 예, 본론 들어가겠습니다.

백수광부님의 글들을 보다 문득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여론조사의 이율배반적인 측면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백수광부님은 증세에 대한 비판이 높다는 점을 들어 우리 사회에서 보다 잘 먹힐 수 있는 이슈는 복지보다 공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일단 이 주제 자체는 너무 포괄적이므로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여론조사만 갖고 이야기를 해보죠.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매우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봅니다. 가령 '우리 사회 가장 시급한 과제'를 놓고 여론조사하면 과거와 달리 '복지'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반면 '증세' 여부를 물으면 다시 반대 여론이 높습니다. 무상 급식의 경우 조사 주체나 기타 등등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론조사를 하면 어떨까요?

"이미 상당수 지자체가 무상급식을 실시 중이다. 반면 우리 구에선 - 대충 오세훈식 논리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구에서 무상급식을 하는 것에 찬성, 반대?"

물으나 마나 다수가 '찬성'할 겁니다. 왜냐면 자기만 손해볼 수는 없으니까!

무슨 이야기냐. 조삼모사의 원숭이처럼 다수 대중은 여론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논리'가 아니라 '욕망과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복지는 좋다, 그렇지만 복지 논리가 너무 일방적으로 관철될 경우 세금 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될까 두렵다"이죠.

쉽게 말해 복지는 대세입니다. 벌써 대중은 그 후유증을 두려워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아닐까요?

그렇다면 반문하죠. 지금처럼 복지 문제를 놓고 중앙언론과 한나라당이 들썩인 적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외국 사례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오는건 처음이죠.

전 오늘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보고 놀랐습니다. "재원 한도내 복지 or 증세 감수"를 묻는 결과에서 증세 감수 지지율이 무려 27프로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들어 백수광부님은 복지에 대한 열의 자체가 높지 않다, 그래서 선별 복지를 더 바라고 있다고 해석하시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왜냐면,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어느 시기든 '증세'를 지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당장 민주주의부터 세금문제에서 시작되엇으니까요. 그렇다면, 결국 복지는 증세없이 언제나 한정된 재원 안에서만 가능했을까요? 그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이 점 또한 서유럽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심지어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박정희 시대 의료보험, 지금이야 그나마 다행이라 그러지만 당시엔 지금 무상급식보다 훨씬 더 반발이 컸습니다.

이렇게 현실 자체가 모순적입니다. 그래서 선별 급식에 대한 지지가 꽤 높음에도 무상급식을 놓고 이념 어쩌구하는 오세훈으 보수 언론에서도 못 띄어주는 겁니다. 오세훈식 논리라면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부터 문제입니다. 보금자리 주택도 문제입니다. 무상 의무 교육 자체가 문제입니다. 아닙니까?

당장 보금자리 주택 볼까요? 최근 강남 세곡지구 사례에서 보이듯 지금 보금자리 주택 청약자 상당수는 도저히 집을 살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됨에도 불구하고 시세차익을 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SH나 LH의 막대한 부채에서 보이듯 그 시세차익을 위해 집없는 사람들의 세금도 투여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점을 들어 광부님은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고 말씀하시겠지만...전 일명 동의하는 한편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 절대적 의미의 신뢰라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습니다. 지난 정권 10년의 공이지요. 특히 정치권 개혁에 관한한 - 그 의도와 상관없이- 노무현 대통령의 공이 큽니다. 이건 제 일방적인 생각이 아니라 제 주변 누구에게 물어봐도 비슷합니다. 과거보단 훨씬 정치권이나 공무원이 깨끗해졌다고 말이죠.

아마 광부님도 비슷한 생각일 것 같은데 '공정'이란 단순히 정치인에 대한 불신 여부를 떠나 좀 더 포괄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바로 '자원의 합리적 분배'입니다. 여기서 '합리적'이란 논리를 떠나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이렇게 보면 보금자리나 노인 무임승차, 무상교육 모두 설명가능합니다. 논리적으로 어떻고를 떠나 그게 지금 우리 사회에선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다수의 반대가 없죠.

중앙일보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얼핏보면 증세없는 선별복지를 더 지지하는 듯 하지만 전 오히려 그 속에 숨은 메시지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원의 합리적인 재 분배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복지를 바란다. 그렇지만 피치 못할 경우라면 증세도 어쩔 수 없다"

제가 여론조사를 볼 때마다 놀라는 점 중에 하나는 개개인의 모순된 심리나 혼동을 퍼센티지로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솔직히 말해 증세 찬성 27프로는 제 심리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도 증세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보다 많은 복지를 원합니다. 이 둘이 함께 갈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바랍니다. 제가 정책 입안이나 집행 주체가 아니므로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론조사나 투표를 통해 정치인을 압박하는 것 뿐입니다. 저공의 원숭이보다는 훨씬 더 영향력이 커졌지만 그럼에도 집행자가 아니므로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지요. 여론조사 참여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결국 개개인의 모순된 욕망이 참여자의 퍼센티지로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복지 논쟁은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증세 반대, 무상복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음에도 현실의 복잡한 모순을 칼로 무자르듯 이념 어쩌구하자 오세훈의 인기는 하락하죠. 왜냐면 그런 태도로는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복지를 확대할 수 없거든요. 어차피 사람들의 요구는 모순이니까요! 또 박근혜의 난감함도 당연합니다. 복지 이야기 먼저 꺼냈다가 막상 복지 문제 자체가 확 이슈로 부각되자 '복지는 관심과 사랑의 문제'라고 뚱딴지 소리하는 거 보세요. 얼마전 조선일보 기사보다 한참 웃었습니다. 올해부터 월인정소득 400만원 이하 가정의 5세 미만 자녀 양육비 지원...그 기사 댓글 보니 비난 일색이더군요. 놀랍죠? 명박 정부의 정책이건만 5세후니 스타일로 맹렬히 비난하는 조선일보 보수 독자들... 예, 지금 박근혜가 처한 딜레마가 그겁니다. 자신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민주당의 복지 공세에 반발하여 더 보수화되어가니 선별 복지조차 꺼내기 쉽지 않죠.

다음 대선은 저도 어렵다고 봅니다. 주식에서 시원하게 바닥으로 내리 꽂힌 주가는 일시적인 급반등은 있을 지언정 원래 시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전 심지어 조만간 있을 재보궐 선거도 한나라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지난 지선에 대한 반작용으로 말입니다.

그런데...그러한 정파적 이해를 떠나 한국 사회의 미래나 개개인의 이해를 보면 어떨까요?

한국 사회는 굉장히 위험한 사회입니다. 서울 한 곳의 치안이나 안정이 무너지면 바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죠. 시위나 폭동이 일어나면 바로 사회 전체가 무너지기 딱 좋은 지정학적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LA에서 폭동이 벌어져도 국지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미국과 다릅니다.  그런 사회에서 복지를 소홀히 한다?

그래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출산율은 세계 바닥, 거기에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진 지금 복지 이슈가 떠오르는 거겠죠. 여론조사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을 모델로 제시하는 장하준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구요. (장하준이 주목받는 이유가 재밌습니다. 전 양극화에 대한 우려와 아울러 기존 진보 진영에 대한 실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 둘 키우고 소득이 높지 않은 저에게 이익입니다. 이 당연한 말을 하기 위해 참 오랫동안 글을 썻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