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늦은 시간에 오래된 친구를 만났습니다. 술을 마시고 요즘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그런데 이 친구, 공격적이더군요.

전부터 그런 경향은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 비꼬기 좋아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죠. 사실 똑똑하고 신념도 강하고 또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선 철저한 면도 잇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 대학 강의 외에 일을 한 적이 별로 없어요. 특히 많은 사람과 어울려서 일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니라...없죠.

실력도 있는데 왜 같이 일한 경험이 없냐. 전 그 이유를 압니다. 같이 일을 해봤으니까요. 제가 '갑' 그 친구가 '을'. 그래서 실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왜 남들이 같이 일을 하지 않는지도 압니다.

쉽게 말해 '을'이 아니라 '선생' 노릇해서 그래요.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자부심이 너무 강한 나머지 상대가 하는 말이 조금만 맘에 안들면 혼자 10분 동안 소리를 질러댑니다. 내가 제일 잘 아니 찍소리도 하지 말라, 이 거죠. 거기에 상대 사정이 마음에 안들면 바로 조롱을 해대요.

오랜 친구고 실력도 인정하지만 그때 일 한번 하고 나서 바로 '다시는 너와 안한다. 한번 더 했다간 친구 관계도 끝나겠다'했죠.

그런데 금요일, 이 친구 제대로 발동을 걸더군요. 제가 하는 일을 묻길래 '갑'도 '을'도 '병'도 아니고 '정'이다. 설명했더니 바로 '왜 그렇게 살아?' 비꼬고 '야, 애들 우유값이라도 벌어야지' 했더니 '그러게 누가 싸질르래?'(참고로 이 친구는 미혼)

부글 부글 끓는걸 참았습니다. 그냥 너와 다른 생각이나 삶도 있을 수 있으니 더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죠.

그때 튀어 나온 말, "그러면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거야? 지금 나보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동석했던 초면의 남자가 중재해서 겨우 자리를 무마했습니다. 저도 그런 모습 한두번 본게 아니고 저또한 그 친구와 비슷한 시절을 보냈던 지라 대충 끝냈죠.

예. 사실 그 친구의 여러 장점을 아는지라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조금만 지 성질 죽이면 나름대로 재능을 발휘할 텐데(저도 이런 소리 듣고 사는 사람이긴합니다.) 계속 세상에 대한 불만만 쌓고 있는 상황이 안스러웠지요.

자리를 옮겨 한잔 더하기로 하고 거리를 걷는데...이 친구, 갑자기 사람이 버글버글한 포장마차에 들어가자 그러더군요. 보아하니 자리 나기를 기다려야 할 형편이라 다른 곳 가자 그러는데 막무가내예요.그래서 기다리라 하고 전 잠시 화장실 다녀 왔습니다. 동석했던 다른 분은 잠시 길이 엇갈려 다른 곳에 있었고...

화장실 다녀오니 포장마차에 있던 젊은 친구들하고 시비가 붙었더군요. 이야기 들어보니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대충 어깨 부딪히고 뭐 그러다가 험한 말 오가고...

동석했던 분과 저, 둘 다 말리느라 힘들었죠. 심지어 길에 두번 나동그라지기도 했어요. 겨우 겨우 수습해서 포장마차에 들어갔는데...시비 오가던 와중에 엉뚱하게 부딪힌 다른 젊은 일행과 원래 시비 붙었던 젊은 친구들 사이에 주먹다짐이 벌어진 겁니다. (이래서 술 취하면 남자들은...쯔쯔.)

최초 시비 유발자였던 제 친구, 말린다고 나서고 도리없이 저와 동석자도 말리고... 정말 코미디 같은 상황이죠.그런데 길 지나던 젊은 애들은 7명, 그에 맞선 최초 젊은이는 2명... 2명이 일방적으로 맞았죠. 결국 경찰차가 출동하고 두들겨패던 7명중 6명은 튀고 결국 남은 한명과 맞은 2명은 경찰서로 연행. 얼결에 저희 셋도 목격자 자격으로 같이 갔는데...

경찰들은 간략하게 상황 이야기 듣더니 저희보곤 가라고 하더군요. 도움이 안된다고. 그런데 이 친구 오버하는 겁니다. 시비 당사자인 젊은이들 앞에 앉아 '너가 잘못했고 어쩌구 저쩌구'하며 열심히 판정하고 있더군요. 경험 있는 분들 아시겠지만 판정이 됩니까? 오히려 목격자 증언에 신경 날카로와져있는 최초 시비 젊은이들 눈초리가 점점 더 험악해지더군요. 급기야 저희들까지 폭행에 가담했다, 한패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에 이르렀어요.

보고 보고 또 보다 못 참겠더군요. 그 친구를 끌어내 경찰서 앞에서 설득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나설 때 아니다. 판단은 경찰이 한다. 지금 너가 말하는게 무슨 도움이 되냐?" 이 친구, 흥분해서 화를 내더군요. "경찰들이 제대로 조사하는줄 아냐. 잘못하면 멍청하게 혼자 온 저 젊은애 인생 꼬인다. 그걸 그냥 보란 말이냐."

동석자와 제가 계속 설득햇죠. "너 맘은 안다. 그런데 너가 지금 나서봐야 상황만 악화시킨다. 넌 지금 처음 시비 붙엇던 애들보고 자꾸 뭐라 그래서 그 애들이 어떻게 나오는 줄 못봤냐"

그 말에 움찔하더군요. 자기도 폭력 가담자로 꼬이는 상황은 두려웠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고집은 여전하더군요.

"왜 젊은애들 인생 꼬이는걸 막으려는 날 방해하냐?"
"니 맘은 아는데 그래서 지금 어떤 해결책이 있다는 거냐?"

같은 말 반복되다 급기야 저한테 주먹까지 쓰려고 나서더군요. 동석자가 말리고 말려 그런 상황은 막았습니다만.

집에 돌아와 마누라한테 박살나고... 사정은 말도 못하고....

그날 이후 지금까지 우울합니다. 오랫동안 정도 들었고 재능도 있는 친구고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도 많은데...더 못견디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다 득되는 것 없이 내 인생까지 꼬이겠다 싶고.

그래서 오늘 이후론 만나지 말까, 그래도 아까운 친구인데 한번 만나 진지하게 충고할까 고민중입니다. 아무튼 이래저래 우울하네요.

ps - 그 친구가 혹시 -거의 가능성은 없지만 - 이 글을 보게 될까 한마디 남깁니다. 너 잘생각해봐라. 난 너에게 준 피해도 없고 자극하지도 않았어. 너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으면 미안한 맘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겠니? 처음 시비 붙었을 때 말리느라 길에 나동그라지기까지 했는데 '누가 그러래? 왜 그러고 살아?'하는 거, 그때 감정상 욱해서 그랬다고 이해하지만 나중에라도 사과하는게 사람 사는 도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