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광재와 서갑원을 아웃시키면서 4.27재보선의 판이 커졌습니다. 광역단체장 1곳(강원),경기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 등 국회의원 3곳, 기초단체장 2곳(울산 중구,동구), 광역의원 3곳(울산광역시,충북,전북), 기초의원 5곳 등 전국적인 규모의 재보선이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언론은 이명박대통령의 레임덕과 손학규 대안론의 구도로 재보선을 읽고 있습니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손학규가 과연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차기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이 이긴다면 손학규가 야권의 대안임을 굳힐 수 있는 것이고, 진다면 손학규는 위기에 빠진다 뭐 이런거죠.


전국적으로 14개 선거구에서 선거가 이루어지지만, 중요한 곳은 강원도, 경남 김해 바로 이 2곳입니다.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던 곳인 동시에, 원래는 한나라당 텃밭인 지역이죠. 즉 민주당이 이기기 매우 어려운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한나라당에는 공천 희망자들이 줄을 서는데, 민주당은 낼 후보가 없다고 징징대는 것을 보면 할말 다 한 것이죠.

게다가 전남 순천은 민주당이 된다고 해서 그것을 승리라고 부르기 뭣한 곳이고, 분당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나 다름없기에 역시 이기기 어렵습니다.


어떤 계기가 없는 한, 무난하게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쪽으로 재보선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시민은 아주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강원도에 대해서는 별 언급없이(이광재가 친노였다는 것도 명분이고요), 노풍을 기대할 수 있는 김해와 민주당만 없으면 당선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순천을 양보하라고 주장합니다. 유시민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쥔 셈이죠.

야권이 가능성이 적은 재보선이기 때문에, 손학규가 주도한 민주당이 다른 야당에게 양보하지 않고 재보선을 치러서 진다면 손학규는 큰 타격을 받게 되므로 향후 대선후보 단일화에서 유시민이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고, 만약 민주당이 양보한다면 순천은 당선이 거의 확실하므로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이 되므로 좋고, 김해을은 져도 그만 이기면 대박인 상황이죠.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고도 재보선을 승리한다면, 손학규의 위상이 높아지겠지만, 사실 강원, 김해를 모두 이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데다가,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는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각종 공격(야권연대 소홀, 패권주의, 변하지 않는 민주당 등)을 하면서 유시민은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어차피 유시민은 지금 잃을 것이 없는 상황이므로, 민주당의 양보하지 않는 태도를 명분 삼아서 진보신당, 민노당을 확실히 자기 편으로 만드는데에 재보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유시민은 지난 지방선거때에도 그랬듯이,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승리, 혹은 야당의 승리를 크게 기원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심상정의 인터뷰에 기초한 판단).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해야 손학규가 상처받고, 민주당이 상처받고, 그래야 반한나라당 유권자들이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등이 아닌 유시민 자신을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마치 지난 지방선거 때에 민주당이 완패하고, 자신은 경기도에서 선전할 것을 예상하고 정계개편을 시도한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야권이 재보선에서 패배한다면, 그 여파는 분명 총선까지 미칠 것입니다. 민주당 주도의 재보선이 패배한다면 총선 때에 야권에서는 분명 민주당의 영향력이 줄어든 상태에서의 야권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겠죠. 유시민은 그 때 최대한 많은 지역구를 양보받아서 유시민 주도의 총선을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그 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든 지든 그것보다 중요한게 바로 그것이죠. 어차피 지금 0석이고, 민주당으로부터 꿀지역구 몇개를 양보받아서 무혈입성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생각하면 지금보다 의석수는 무조건 늘어날테니까요. 민주당의 체면은 말이 아니겠죠.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발 돌릴데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유시민을 대안으로 받아들일테고요.

그런데, 이건 야권의 상황일뿐이고, 전체를 본다면 어떨까요. 재보선을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그 여세를 몰아 총선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총선을 한나라당이 이긴다면? 다음 대선도 한나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더 높아지죠, 야권이 단일화를 하든말든...
그리고 야권이 재보선을 이긴다고 해도...총선,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과연 패배할까요? 과반수는 차지하지 못할 수 있지만, 설마 탄핵때보다 더 심하게 패배할 것 같지는 않고...현재로서는 대선도 한나라당이 진다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즉, 뭐가 되었든 한나라당이 총선과 대선을 가져갈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죠.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요.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보면, 대선승리와 정권교체보다는 민주당의 약화와 유시민 자신 혹은 제3정당의 성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시민으로 단일화 되어서 만약 유시민이 진다고 해도, 그로서는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죠. 대통령 선거에서 제1야당 민주당을 유시민이 대체해버린 것이니까요. 다음 대선을 져도, 유시민이 단일후보였다면, 차차기 대선까지 민주당은 큰 위기에 빠져서 엉망이 될테고, 그 빈자리를 유시민이 조금씩 가져가는, 유시민이 원하는 그런 정치지형이 만들어지는거죠. 유시민으로 단일화 안된다면? 그렇다면 민주당으로 단일화된 선거에서 민주당이 진 것이므로 민주당의 한계, 민주당의 패배, 불임정당 민주당이라는 주장이 유효하게 되는 것이니 좋은 일이죠. 민주당이 이기면? 뭐 그러면 그건 야권 단일화 덕분이고, 때문에 지분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고...이것도 괜찮죠.

과연 어떻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