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늑대다라는 표현은 남자의 머리 속이 온통 여자와 성교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으로 쓰일 때가 많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늑대가 온갖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 쓴 이유는 실제 늑대의 생태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20세기 이전에는 늑대의 생태에 대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 늑대가 인간과 가축에 해를 많이 끼쳤기 때문에 그런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 쓴 것 같다.

 

물론 남자의 머리 속에는 성교 말고도 온갖 것들이 들어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성교만 생각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널리 퍼진 이유는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기 때문인 것 같다. 남녀가 성교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일 때 성교를 하자고 하는 쪽은 대부분 남자다. 성매매 중 압도 다수가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성교를 더 원하는 쪽이 남자임을 뜻한다. 성희롱, 성추행, 강간의 대부분도 남자가 여자에게 가한다. 외간 남자가 여자 앞에서 홀딱 벗으면 여자가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외간 여자가 남자 앞에서 홀딱 벗으면 남자가 군침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성교를 노골적으로 다루는 포르노를 남자가 훨씬 더 많이 본다. 이런 남녀의 차이는 인류 보편적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와 반대되는 문화권이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연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진화 심리학적 설명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왜 여자에 비해 남자가 그렇게 성교를 하려고 안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럴 듯한 답이 제시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럴 듯한 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회학자나 인류학자가 해당 문화권에서 남자를 그렇게 키웠기 때문에라는 식으로 답하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별로 그럴 듯하지 않다. 그들은 왜 모든 문화권에서 남자를 그렇게 키우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설명하자고 마음을 먹는다면 세상 모든 것들을 다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냥 해당 문화권에서 그렇게 사회화시키기 때문에라는 말만 덧붙이면 된다. 이것은 그냥 신이 그렇게 창조했기 때문에를 덧붙이는 식의 설명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창조론자와 문화 결정론자들은 참 세상을 쉽게 살려고 하는 것 같다.

 

 

 

이제 진화 심리학자들의 설명을 아주 거칠게 제시해 보겠다. 인간은 유성 생식을 하는 동물이며 그 중에서도 포유류다. 포유류의 경우 암컷이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임신을 하고 수유를 한다. 자식이 제대로 자라기 바란다면 암컷은 최소한 임신 기간과 수유 기간 동안 자식에게 투자(investment)를 해야 한다. 반면 수컷은 달랑 정자만 제공해도 운이 좋으면 자식이 번식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다. 분유와 이유식이 발명된 이후로는 태어난 직후부터 남자만 있어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이것은 진화 역사라는 기준으로 볼 때에는 극히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포유류 암컷의 번식 능력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현대 과학으로 무장한 21세기 여자는 난자만 제공해도 운이 좋으면 수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사냥-채집 사회의 여자를 포함한 포유류 암컷은 임신과 수유의 순환 기간을 뛰어넘어서 더 많은 자식을 키울 수 없었다. 반면 수컷의 경우에는 그런 한계가 없다. 능력 있고 운 좋은 수컷은 심지어 자기 주변의 암컷이 몽땅 자신의 자식을 임신해서 키우도록 만들 수도 있다.

 

남자가 한 달 동안 10 명의 여자와 성교를 한다고 하자. 쌍둥이가 태어나는 것을 무시한다면 이 때 남자는 최대 열 명의 자식을 볼 수 있다. 여자가 한 달 동안 10 명의 남자와 성교를 한다고 하자. 이 때 여자는 최대 한 명의 자식을 볼 수 있다. 여자도 여러 명의 남자와 성교를 해서 자식의 숫자와 관련하여 얻는 것이 약간은 있다. 만약 한 명 하고만 성교를 하면 아예 임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한 명이 불임인 남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 확률을 약간 높이는 것과 몇 배 높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자연 선택은 번식 경쟁이다. 여자가 많은 남자와 성교를 해서 보는 이득에 비해 남자가 많은 여자와 성교를 해서 보는 이득이 훨씬 크다면 남자가 여자에 비해 더 많은 상대와 성교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여자는 남자의 성교 요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 남자가 원하면 그냥 해 주면 그만 아닌가? 여자가 아주 신중하게 성교 요구에 응한다는 점은 남자가 성교를 원할 때마다 응하면 뭔가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자는 어떤 손해를 보는 것일까?

 

첫째, 아무 남자하고나 성교를 하면 좋은 유전자(good gene)를 얻을 가능성이 작아진다. 여기서 좋은 유전자란 태어난 자식의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다. 힘 세고, 건강하고, 똑똑하고, 잘 생긴 남자와 성교를 해서 임신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힘 세고, 건강하고, 똑똑하고, 잘 생긴 자식이 태어날 가능성 더 크다. 따라서 그렇게 태어난 자식이 더 잘 번식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므로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남자를 골라서 성교를 하는 여자는 아무 남자하고나 성교를 하는 여자에 비해 더 잘 번식할 것이다.

 

어떤 여자 F1는 한 달 동안 아주 매력적인 남자와 열 번 성교를 하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남자와 열 번 성교를 했다고 하자. 다른 여자 F2는 한 달 동안 아주 매력적인 남자와 열 번 성교를 하고 전혀 매력적인 남자가 꼬실 때에는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고 하자. 누가 더 잘 번식하겠는가? 논의의 편의상 한 달에 열 번 정도 성교를 하면 100% 임신을 한다고 하자. F2는 매력적인 남자의 자식을 임신할 것이며 F1은 매력적인 남자의 자식을 임신할 확률이 50%이고 그렇지 않은 남자의 자식을 임신할 확률이 50%.

 

이번에는 남자의 경우를 따져보자. 어떤 남자 M1이 한달 동안 아주 매력적인 여자와 열 번 성교를 하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와 열 번 성교를 했다고 하자. 다른 남자 M2는 한달 동안 아주 매력적인 여자와 열 번 성교를 하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여자하고는 성교를 하지 않았다고 하자. 이번에도 열 번 정도 성교를 하면 100% 임신을 한다고 하자. 만약 남자가 성교를 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성교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M1은 두 명의 자식을 보게 되고 M2는 한 명의 자식을 보게 된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성교를 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둘째, 아무하고나 성교를 하면 결혼하기 어려워진다. 바람둥이는 결혼 상대로 인기가 떨어진다.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성교를 해서 임신을 한다면 결혼하기 더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남자는 임신한 여자 또는 애 딸린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남자의 경우에는 이런 부담이 없다. 왜냐하면 임신은 여자가 하기 때문이다.

 

이미 결혼한 상태인데 아무 남자하고나 성교를 한다면 남자가 이혼을 하려고 하거나 가족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남편이 바람을 많이 피운다면 여자가 이혼하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혼의 의미가 남녀에게 매우 다르다. 사냥-채집 사회에서 이혼을 한다면 배 속에 있거나 어린 자식은 아내가 키우게 될 것이다. 남자는 애 딸린 여자를 결혼 상대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혼한 남자에게는 그런 부담이 없다. 따라서 이혼이 여자의 번식에 더 치명적이 타격이 된다.

 

여자가 아무 남자하고나 성교를 한다면 미혼모 또는 애 딸린 이혼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미혼부 또는 애 딸린 이혼남이 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었다.

 

 

 

위에서 이야기한 요인들만 따져볼 때 여러 상대와 성교를 할 때 남자는 여자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며 여자는 남자보다 더 많은 것을 잃는다. 그러므로 남자가 여자에 비해 더 많은 상대와 성교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도 그에 부합한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성교 여부 결정과 관련된 남녀 차이의 원인에 대한 상당히 그럴 듯한 가설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 같다.

 

뭔가 아귀가 잘 들어 맞는 듯한 이런 그럴 듯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는 것은 진화 심리학 공부의 첫걸음으로는 아주 좋다. 하지만 그럴 듯한 이야기잘 입증된 이론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그럴 듯한 이야기를 잘 검증할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것은 아주 어렵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들려주는 그럴 듯한 이야기에 매혹될 때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1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