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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썸찟한 구석이 있다능. 당시 토론회 상황을 기억못하는 분들께 말씀드리면 '정치인이 검사에게 전화하는 것'에 대해 홍준표와 유시민은 '그럴 수도 있다. 검사가 안들으면 된다'고 했던 반면 한나라당 측에서 나온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색하며 '그런거 용납한다면서 어떻게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논하냐'고 반박했어요. 그러다가...유시민씨 왈 ' 지금 중요한건 검사들의 반성이다'라고 소리쳤지요.




법률가 일반을 좋아하지 않았던 화가 루오는 그들을 흉칙한 몰골로 그려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곤 했다. 한때 그의 그림에 열광했던 나는 이 글을 쓰며 정말 아이러니컬함을 느낀다. 루오의 영향을 넘어서 나는 개인적으로 검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재수없게 마주쳐야했던 검사들의 고압적인 태도에 상처받은 경험도 갖고 있다. 뿐이랴. 한때 학생운동 같이 했던 친구들이 사시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경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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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한때, 그리고 지금도 노무현 지지자이며 이른바 개혁진영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평검사들의 토론 태도를 보며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검사들에게 더 욕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 오히려 개혁 지지자인 내가 평검사들을 변호하는게 영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평검사 비난 열풍을 보며, 그리고 그 열풍에 개혁 진영의 대표논객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노무현을 지지하고 그리고 개혁세력의 확대를 위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개혁을 위기로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경향이 숨어있다고 나는 판단한다. 얼핏보면 검사들을 욕하는 분위기가 대세인 지금 더더욱.

먼저, 불필요한 논의를 줄이기 위해 토론에 대한 나의 평을 먼저 쓰고자 한다. 나는 우선 토론을 주최한 노무현을 높이 평가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스스로 검찰 개혁의 배수진을 쳤다는 점이다. 이제 그는 과거처럼 검찰 길들이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위원회를 공언함으로서 스스로 밀실인사를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버렸다. 만약 과거의 관행으로 돌아간다면 그는 지금 검사들을 욕하는 분위기 이상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 정도를 짐작못할 그가 아니었기에 나는 그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평검사와 노무현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나는 노무현 자신의 마지막 발언에서 이 토론의 의미를 찾는다. '이렇게 만나 이야기해보니 우리가 왜 성명서까지 낼 일은 아니었는데...라는 생각도 들 것 같고 저도...' 전술했듯 노무현은 인사위원회 설치에 대해 공언함으로서 '평'검사들의 주장을 수용했고 평검사들도 '정치검사들은 저희도 찝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힘으로서 노무현의 검찰 인사에 대해 명분을 부여했다. 넓게 본다면-물론 그들의 속마음은 내가 알 수 없으나-노무현은 검찰 상층부 교체의 명분을, 그리고 평검사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담보할 인사 위원회를 보장받음으로서 윈윈게임을 했다. 이후 검찰 인사에 대해 상층부와 하층부의 견해 차이가 나타난다든지, 평검사 협의회가 더 이상의 집단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면 내 평가가 그리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아울러 검사들 주장에 대한 변호는 오마이뉴스에 실린 곽도술기자의 글을 참조하라.)

지금 검사들에게 비난의 봇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해못할 것은 아니다. 그동안 쌓여왔던 검찰에 대한 불신이 이를 계기로 공론화되고 폭발했을 것이다. 앞에 밝혔듯 나 또한 욕하고 싶다. 넓게보면 이는 한번쯤 거쳐야할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흔쾌히 그 대열에 동참하기 두렵다. 그 이유는 개혁진영, 특히 그중에서도 노무현 지지자들 사이의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객들의 위험한 경향 때문이다.

여러 논객들이 검사들에게 비판을 넘어서 비난을 가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이 컸다고 보여지는 유시민씨의 글과 오늘 있었던 100분 토론에서 그가 한 발언들만 대상으로 삼겠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내가 이를 문제삼는 것은 하나의 전형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시민씨보다 더 문제시될 논객이나 노무현 지지자들의 글은 수도 없이 많았다. 아울러, 나는 유시민씨의 항소 이유서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지금도 유시민씨가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먼저 나는 유시민씨의 글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유시민씨의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엠비씨 100분 토론을 보며 내가 놀란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유시민씨의 주장에 알맹이가 없다. 글과 토론회 모두 검사에 대한 비난만 있을 뿐, 검찰 개혁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없었다. 유시민씨는 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률가들에게 '검사들의 잘못을 왜 이야기 하지 않느냐.'는 식의 엉뚱한 항변 이외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검찰 개혁은 검사들이 *잡고 반성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그러면, 유시민씨에게 묻겠다. 정치개혁은 정치인들이 *잡고 반성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 유시민씨는 정당구조를 바꾸고 정치 관련법을 바꾸겠다고 그리 뛰어다니는가? 그냥 정치인들 욕하면 되지 않은가? 구체적으로 정치개혁을 주제로 오늘 같은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유시민씨가 말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책들이 많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돈을 내는 진성당원제부터 줄줄이. 그런데, 나같은 정치 문외한이 갑자기 얼굴이 벌개지며 '도대체 참여정치가 안되서 정치개혁이 안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아주 중요한게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당원들이 참여하든 안하든 제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정치했으면 지금처럼 정치인들이 불신받는 상황은 없었을 거란 말입니다. 왜 이런 반성은 안하고 무슨 진성당원제니, 정치관련법 개정이니 헛소리하는 겁니까?'라고 반박하면 유시민씨는 뭐라고 할까? 토론회 내내 정치인들 잘못했어요, 저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신인이고 국회의원신분도 아니니 '평'정치인쯤 되겠다.) 땅을 치며 반성합니다. 소리만 할까?

난 이런 아이러니를 이른바 '외압 타령'에 대한 유시민씨의 태도에서 본다. 손석희가 웃으며 '홍준표의원님과 유시민위원께서 모처럼 의견이 통일되셨군요.'한 그 대목이 나는 걸린다. 조금 지나치다고 반박할 분들이 있겠지만 까놓고 이야기하겠다. 홍준표와 유시민씨의 공통점은? 둘 다 정치인이다.(변호사 두 사람의 논쟁은 법률적이었다) 보통 사람의 지나친 상상을 좀 참고 들어보시라. 검사도 정치인도 다 나쁜 놈이다. 그런데 정치인 두 사람은 외압이 있어도 검사만 정신 차리면 된단다. 검사 출신 변호사 한명은 절대로 외압이 있어서는 안된단다. 좀 더 심한 상상을 해보겠다. '역시 정치인 자식들은 곧 죽어도 검사에게 전화하겠구만. 전화하는 새끼들이나 그거 듣고 쪼는 놈들이나 다 개*끼들이지.'  나같은 서민은 검사에게 전화걸 엄두도 못낸다. 그저 전화걸 일만 없기를 바라고 살 뿐이다.

내가 아는 유시민씨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반 검사 분위기에 편승할 욕심이 있었다면 큰 오산이다. 오늘 유시민씨가 검사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며 박수칠 사람이 많을 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씨가 제도에 대해서는 아무 대안이 없다는 걸 보며 '역시 개혁세력이란 애들은 목소리만 커'라고 느낀다.(이런 점에서 우매한 듯 보이는 대중은 사실 매우 무서운 존재이다.) 난 솔직히 오늘 유시민씨가 백분토론에 참석한 것은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 사전 선거운동이란 비난까지 있었으니 더더욱 말이다. 오히려 개혁당의 법률가를 내보내는게 유시민씨를 위해서나 개혁당을 위해서나 좋았을 것이다.

토론회 참석이야 유시민씨와 개혁당이 평가하면 되겠지만 내가 정말 심각하게 느낀 부분이 있다. 유시민씨의 글중 마지막 대목, 이른바 검사들의 무례함을 지적한 대목이다. 그리고,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이른바 개혁세력이 지금 매우 위험한 증상에 빠져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유시민씨는 무례했다고 지적하며 든 사례는 소위 386이야기와 대통령과 친인척의 과거사 이야기다. 유시민씨 에도 그 이야기를 지적한 이른바 개혁세력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우선 유시민씨의 글 자체를 보면 도대체 왜 무례한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게 왜 무례의 예가 되어야 하나? 시간낭비라는 비난은 타당하지만 무례의 예로는 부적절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먼저 밝히겠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386이란 단어를 매우 싫어한다. 내가 감옥에 두번 갔다 올 만큼 학생운동을 했음에도 그렇다. 도대체 그 시절에 학생운동한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었다고 386이란 이름으로 특권화하나? 그 당시 학생운동하지 않았던 대학생은 지금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 숫제 대학을 가지 않았던 사람은 또 뭐가 되는가? 그런 점에서 나는 그 검사의 83학번 운운을 비판한다. 그러나, 386세대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안갖고는 개인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검사의 말은 엄격히 말해 노무현과 코드가 맞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야기한 '오버'였다. 조금 비아냥거린다면 노무현에게 아양떨기 위해 한 말이었다는 거다. 그게 왜 무례의 예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그 검사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얼떨리우스 하나 나왔군'했다. 그렇지만 그 발언을 놓고 벌어지는 지금의 분위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

다음으로 대통령과 친인척의 과거사를 지적한 이야기들을 살펴보자. 자, 그 예는 무례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묻겠다. 도대체 권위주의적 대통령이 싫다고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이 왜 '무례'하다는 표현을 쓰는가? 역설적이지만 이회창을 지지했던 층에서도 그 무례를 많이 지적한다. 나는 그들의 성향상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왜 하필 노무현 지지자들이 그 이야기를 하는지 나는 의아하다. 더 나아가 슬프기까지 하다.

한가지 예를 들겠다. 블레어가 반전 여성 모임과 가졌던 토론회 장면이다. 한 여성이 블레어에게 '부시의 푸들이란 별명 들을 때 기분이 어떠세요?' 물었다. 그 물음은 무례한가, 그렇지 않은가? 토론이 끝나자 방청객들은 야유의 의미에서 아주 느린 박수를 보냈다. 그 방청객들은 무례한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이런 티브이 토론을 보기 위해 지금까지 민주화를 요구했고 노무현을 지지했던 것 아닌가? 기왕 말 나온 김에 더 까놓고 묻겠다. 티브이 토론에서 노무현은 이회창에게 '운전면허 없으시죠?'라고 물었다. 그건 무례한가, 그렇지 않은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이제 짐작할 것이다. 검사들이 이야기했던 것은, 이른바 아직도 외압이 있을 수 있다는 예로 든 것이다. 여기서 유시민씨가 '정치인이 검사에게 전화를 해도 괜찮습니다.'라고 주장하는건 자유이다. (그러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검사들이 이를 주장하기 위해 든 예를 놓고 '무례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내가 슬펐던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모든 권력은 보수로 바뀐다"는 명제를 끌어올 생각은 없다. 다만 예를 하나 들겠다. 내가 아는 어느 노무현 지지자는 이회창 지지자들이 검사들이 무례하다고 화를 낸다며 좋아했다. 내가 보기에 그 지지자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상당수 이회창 지지자들은 속으로 '거봐. 니들도 권력잡으니 권위적이고 싶지? 우리는 대놓고 그걸 인정했지만 니들은 겉으로는 아니라고 우겼던 위선자들이야'라고 비웃지 않았을까? 아니 그런 비웃음을 이회창 지지자만 갖게 되었을까?

내가 보기에 유시민씨야 말로 무례했다. 유시민씨는 강금실 장관의 전력을 이야기하며 "법무장관 자격에 시비를 걸 권리를 가질 검사는 없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내가 잘못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토론회에서 법무장관 자격에 시비를 건 검사는 한명도 없었다. 내가 들은 표현은 '우리 평검사들끼리 아주 훌륭한 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뿐이다. 점령군이란 표현은 강금실장관 입에서 나왔다. 자, 유시민씨의 글은 결국 '난 강금실 장관의 말은 믿지만 너희 검사들은 안믿어' 밖에 남는게 없다. 나도 강금실 장관을 믿지만 이건 아니다.

유시민씨는 평검사들이 검찰 인사를 문제삼은게 괘씸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평검사들이 문제 삼은건 제도와 절차였지, 강금실 장관 개인이 아니었다. 그걸 유시민씨는 개인의 문제로 치환한 것이다. 난 상대의 말을 왜곡시켰다는 점에서 신문보도와 사실을 이야기한 평검사보다 유시민씨가 더 무례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또 평검사들의 속마음이 어떻다는 식으로 반론할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지 말자. 타인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결국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타인의 속마음을 놓고 할 수 있는건 진흙탕 개싸움밖에 없다.)

말 나온 김에 또 슬펐던 이야기를 해야겠다. 늘 유시민씨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만있다가 왜 하필 지금입니까?' 난 그 말을 들으며 정말 슬펐다. 솔직히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다. 평검사들의 입장에 대해 비판하는건 유시민씨 자유다. 그러나, 평검사들이 나름대로 의견을 표출하고 더 나아가 집단행동까지 하는건 그들의 자유이다. 지금이건, 언제건 말이다. 거꾸로 물어보자. 지금까지 가만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가만 있으라는 말인가? 아닐 것이다. 그러면 결국 남는건 하나밖에 없다. 한나라당 집권할땐 들고 일어서고 노무현 대통령 밑에선 가만 있으세요. 조금 낯간지럽지 않은가?

이번에 조금 들고 일어난건 그 정도에서 이해하자. 나중에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해서(난 이런 일이 절대로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검찰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할 때에도 검사들이 가만 있는다면 그때가서 비판해도 늦지 않다. 농담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바라는 건 결국 내가 바라는 개혁 정권 내에서 검사들이 아주 가끔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아예 프랑스 식으로 검사 노조 만드는 것도 좋다.) 그러나 '노무현 밑에선 들고 일어서지마' 하다간 정말로 내가 바라지 않는 정권 하에서 검사들이 들고 일어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건 농담 아니다. 왜냐하면 '노무현 밑에선 들고 일어나지마'는-그 의도를 떠나서-한 집단 전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고 이는 곧 개혁을 독점하겠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어떠한 가치의 독점은 바로 몰락의 증후이다. 특히, 그 독점이 배제를 동반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개혁을 독점하려는 경향은 별게 아니다. 글자 그대로 우리 개혁파외에 누구도 개혁을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믿는 신념이다. 혹은 개혁을 이야기한다해도 그 진의는 다른데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게 지금 현실에서 조금 더 진화하면 노무현을 찬성하면 개혁이요, 그렇지 않으면 반개혁의 등식으로 나타난다. 설마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건 매우 빠져들기 쉬운 함정이다.

왜 그런가? 이른바 정치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동원 이데올로기'가 있다. 모든 정당이나 정치세력은 타 집단과 차별화하는 동원 이데올로기를 갖는다. 노무현 지지세력은 '개혁'이란 기치를 들고 한나라당 지지 세력은 '합리적 보수'란 기치를 든다. 민노당은 물론 '진보'다.이러한 동원 이데올로기는 정치세력의 정체성을 위한 필요악이기도 하다.

가치의 독점 현상은 이 필요악이 절대시될 때 나타난다. 말이 쉬워 그렇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나는 이 독점의 징표를 이른바 '배제'에서 찾는다. 자신들이 내건 슬로건의 정당성을 '배제'로서 나타내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지난 대선때 민노당을 비판하면서 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은 '민노당이 진보란 가치를 독점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 또한 십분 공감한다. 가령, 노무현의 지역정치 타파는  진보성을 갖고 있음에도 민노당은 이를 보수정당이란 울타리로 묶음으로서 진보에서 배제시켰다. 사실, 당시 민노당은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알리지도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한 독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비록 그 불가피성이 현실 정치에서의 무능을 대가로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현실정치에서 나름대로 역량을 갖고 있는 정당의 경우는 어떠한가? 아주 좋은 예가 바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보수를 독점했다. 어찌보면 아주 간단한 생각에서 그러한 독점이 출발했을 수 있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고 한나라당이 보기에도 국민의 다수는 보수다. 그러므로 보수만 독점하면 선거에서 이긴다. 그런데, 놀랍게도-나는 놀라지 않았지만-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란 가치를 배제를 통해 독점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수적인 김대중의 대북 정책에 대해 우습게도 색깔을 문제 삼았다. 왜냐하면 보수는 자신들의 독점물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대중이 하는 모든 정책은 '건전보수'란 가치에서 배제되어야 했다. 그 결과 합리적 대북 정책을 바라던 많은 유권자들이 그들에게 등을 돌렸다. 이뿐이랴? 조금만 생각해보면 얼마나 한나라당이 보수란 가치를 독점하기 위해 배제해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습게도 지난 대선때 노무현을 지지한 상당수의 국민은 물론 지지 논객들까지 스스로를 보수라 생각하고 있는 현상은 어찌보면 한나라당 스스로 일조한 결과다. 그들은 보수를 독점하다 못해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보수를 스스로 배제시켰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권하에서 그 지지자들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던가?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교육 개혁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의사폐업을 예로 들고자 한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의사는 법률가와 아울러 내가 싫어하는 양대 직업군이다.) 당시 벌어졌던 의사폐업이란 행위 자체에 대해 동의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집단이 있다. 바로 폐업을 주도했던 전공의들이다. 나는 전공의들의 주장이 '상당히' 개혁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최소한 기성의사들이 주축이 됐던 의협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렇다. 의료 공공성 문제에 관한한 그들은 사보험도입을 반대했고 의료 보험의 보장성 및 의료재정 확충을 제기했다. 여기서 전공의들을 비판할 사람도 많은 것이다. 나 또한 전공의들에게 비판적이다. 중요한 주제가 아니니 거칠게 정리하겠다. 나는 그들의 주장이 80프로쯤 옳고 20프로쯤 틀렸다고 비판한다.  더 나아가 그들이 수단으로 택했던 장기 파업이 결국 자신들의 긍정성까지 물로 돌린 바보같은 선택이었다고 비판한다. 나와 의견을 달리할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비판들이 있다. 그건 "의사는 무조건 반개혁세력이고 도둑놈이다"란 식의 비판이다. 전공의들 주장의 긍정성을 이야기해줘도 '그래도 그 속마음은 그게 아니야'라는 식으로 몰아붙인다. 이게 바로 배제의 경향이다.

의사들 주장을 가려듣는 수고가 필요 없으니 참 편하긴 하다. 그런데, 그 결과를 보자. 사실 검찰개혁보다 의료개혁은 나같은 서민들의 생활과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매우 중요한 분야다. 지금 의료개혁의 동력이 있는가? 진흙탕 개싸움의 결과 시민단체는 신뢰를 상실했다. 의사협회는 말할 것도 없고 기성의사들과 개혁세력 양쪽에게 협공당한 전공의들은 이제 더이상 의료 개혁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일반인들이 잘 모르지만 사실 전공의들 선배의사들에게 엄청 씹혔다.) 개혁세력이 좋아하는 인의협은 바로 개혁세력이 좋아한다는 그 이유 하나로 의사들 사회에서 힘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개혁대상'이란 배제의 방법을 쓴 결과 남은건 진짜로 반개혁세력이 되버린 95%의 의사들 뿐이다.  (나는 95%가 아니길 빌고 있다. 큰 상처를 받았으리라 짐작하지만 전공의들이 의료개혁에 대한 그 열망을 아직 꺼뜨리지 않았기를 빈다. 그리고 이 문제 만큼은 의사가 아닌 내가 잘못 안 결과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제 의료개혁에 대한 어떤 정책에 대해서도 제일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약사편'? '의사편'?이다. 이게 이해 당사자들 입에서만 나오면 얼마나 좋으랴.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은 의사편, 민주당은 약사편이라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배제의 경향이 지금 개혁 진영에겐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난 자신할 수 없다. 유시민씨 글은 차치하더라도 개혁진영의 대표 논객들이 활동하는 사이트들을 가보면 평검사들에 대한 비난 일색인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걱정하는것은 그 비난의 내용이다. 가령, '인사위원회 설치'를 반대한다든지, 검찰총장 '제청권'에 반대한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주라면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왜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니라 개혁 진영 입에서) '무례'란 단어가 가장 빈번하게 튀어나오고 "니들 노무현에게 게기지마"류의 글이 압도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 기껏 나오는 대안이란게 겨우 로스쿨제도 정도다. 나는 로스쿨 제도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다. 그건 내 능력 밖이다. 내가 걱정하는건 그 정도라는 거다. 하다못해 유럽의 검사제도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검사를 욕하는 분위기에서 다수가 된 듯한 즐거움을 누릴 수는 있다. 그러나 더이상 내용이 없다면 대중은 쉽게 등을 돌린다. 의사폐업 초창기때 모두 의사를 욕했다. 그러나 개혁진영이 욕 이상을 하지 못하자 서서히 많은 국민들이 개혁진영에 대해서도 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늘 토론회도 보자. 두 변호사는 제외하자. 두 정치인의 토론에서 나는 유시민씨가 압도당했다고 느꼈다. 구체적인 내용에서 도저히 게임이 안됐다. 유시민씨가 토론 내내 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검사들 잘못했대요'하나 밖에 없었다. 유시민씨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그건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구체적으로 제도적 문제를 논의합시다'였다. 홍준표는 논의했고 유시민씨는 막판까지 '아, 지금 검사들의 잘못을 이야기해야지, 왜 제도를 이야기합니까?'식의 딴지만 있었다. 누가 이겼는가? 유시민씨가 검사 욕하는거 보며 시원하셨는가? 그게 바로 배제의 유혹이다. 그 결정판이 외압 부분이었다. 홍준표가 수사하는 검사에게 전화할 수 있다고 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간 바로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떼거지로 검찰청 항의방문한게 문제된다. 그런데 유시민까지 그 덫에 걸려버렸다. 난 서프라이즈(seoprise.com)에서 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이 '홍준표가 유시민에게 걸려들었다'고 환호를 지르는걸 보며 씁쓸한 기분을 참을 수 없었다.

나 또한 올해 1월까지 노사모 회원이었고 후원금도 낸 노무현 지지자로서 노무현 지지자들의 열성을 이해한다. 특히 어려울 때 그를 도와 대통령까지 만들어냈으니 그 자부심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 노무현은 대통령이다. 누가 뭐래도 명실상부한 대통령이다. 대구의 아줌마는 이회창을 자신의 대통령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노무현이 그 아줌마의 대통령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검찰 개혁에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은 평검사의 대통령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평검사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그러면 어떡할건데? 다 자를건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배제해서 뭐가 나올건지 한번은 생각 해봤는가?

이제 지지자들은 그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간단하게 말해 노무현이 약자였을 때는 적극적으로 그를 대신해 뛰어야 했다. 나도 대선 당일날 계속 전화기를 돌렸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이 된 지금 노무현은 더이상 약자가 아니다. 최소한 집권 초기인 지금은 그렇다. 지지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시민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왜 그를 지지했는지에 대해 반추하고 성찰하자는 이야기다. 지지자들이 노무현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균형추처럼 비지지자와 중간층들이 노무현을 이반한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김대중 정권 5년이다. 세아들 문제에 대해 누구나 다 아는 상황임에도 모두 쉬쉬한 결과 어떻게 되었는가? 집권 후반기 힘이 떨어지는 순간 터져나오자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내가 장담하건대 이 세상 어떤 집단도 100% 개혁적이거나 반개혁적이지 않다. 어느 집단이든 그 두 성향은 정도 차이이지 뒤섞여 있다. 이는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노무현도 100% 개혁적이지 않으며 거꾸로 이회창도 100% 반개혁적이지 않다. 이제 노무현 지지자들의 역할은 노무현이 100% 개혁적이도록 비판하는 일이며(이는 안티조선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조선일보 욕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도 조선일보 편향적이란거 알아. 그런데, 그렇다고 전부 노무현 지지하면 어떡해? 비판하는 신문도 있어야지. 지지자들이 노무현을 개혁 그 자체로 등치할수록, 그리고 배제의 방법을 구사할수록 조선일보는 이렇게 살아난다. 당장 한겨레는 김대중 정권 초기 별 비판하지 않은 것에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가?)

개별 집단이나 개인의 개혁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이는 개혁에 대한 선동이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한 토론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그 기반위에서 이른바 반개혁세력에 대한 싸움도 가능한 것이다. 내용없는 개혁 주장은 실탄 없는 총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