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어들은 어떤 틀에 박힌 사고의 내용을 표현하는게 아니다. 이 양자의 단어가 진짜 표지하는 것은 사고의 내용이나 의미가 아니라  당대에 있어서의 두개의 대립적인 성향 혹은 경향이라 하겠다. 진보는 좀더 모험적이고 좀더 실험적인 전망으로 나아가는 방향이고 보수는 회귀적이고 적어도 전통속에 머물고자 하는 그러한 경향을 어느 시대에나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 있어 항상 진보는 개혁 혹은 무리한 혁명을 동반하게 되고 보수는 반동을 그 단짝으로 거느리게 될 것이다.

실제적으로 역사의 추동에 있어 항상 보수는 진보의 뒤만 밟는 셈이다. 보수는 진보가 안전하게 확보한 안전지대만을 자기 토대로 삼는다. 진보가 무리한 모험으로 지뢰를 제거한 후의  안전한 땅이 결국은 항상 보수의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지가 된다는 의미다. 역사상 보수는 새로운 가치의 형성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는 물론이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서도 그렇다. 잡다한 주의들: 생디칼리즘, 페미니즘, 다원주의, 환경주의 등등의 과거와 현재를 변화시켜온  그 대부분의 가치에도 보수가 거의 하나도 기여한바 없슴은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는 항상 편안한 위치에서  뒤통수만을 치는 강도에 불과하다. 그들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직접선거권과 복지를 훔쳐간 도둑에 불과하다. 그들이 현재 기반으로 삼고 있는 거의 모든 가치는 당대 시절의 진보주의자가  당대 현실에서 진보에 반대하던  더 완고하고 시대착오적이던 보수주의자들을 상대로 피를 흘리며 싸워 얻어낸 가치들인 것이다.진보주의자들이 피로 바꾼 그러한 가치들을  어느샌가 슬그머니 강탈하여 안하무인으로 점유하고서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을 향해 여전히 눈알을 부라린다.마치 자기들이 그 모든 것을 이뤄낸 것 마냥.

보수주의란 그런 것이다. 보수주의의 원로좌장인 에드먼드 버크조차 보수의 경향성을 그대로 들어낸 심정을 직설적으로 피력 한 바 있다. " 단 한번만 '백과전서'와 그 모든 경제학자 따위를 아주 잊어버리고 지금까지 왕공들을(왕과 귀족) 위대하게 하고 여러 주민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옛날 규칙들과  원리들'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이게 정통 보수주의자의 오리지날 사고방식이다.  그들에겐 옛날이 항상 좋은 것이고 그 옛날로 되돌아갈 수 없다면 현재가 차선으로 좋은 것이다. 그들에게 온전히 세상을 맡기고 진보주의자가 빠진다면 세상은 '정체와 부패'뿐이다. 그게 중세 봉건시대다.

 보수는 사회를 변화시켜 더 좋은 방향으로 가려는 생각이 아예 없다. 다만 그게 옳든 그르던간에 과거와 현재의 전통과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몸짓만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변화되는 세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변화된 질서로 다시 옮겨탄다. 물론 그런의미에서만 그들조차 진보의 운동에 의해 변하기는 한다. 왕당파에서 부르주아우파 그리고 또 부르주아 좌파의 가치가 차례로  보수에게 넘어간다. 그게 역사다. 현재는 보편적 복지조차 보수에게 넘어갔다. 우리나라에서 보수의 근원 박근혜조차 보편적 복지를 외치는 세상은 세상 보수주의자들의 공로가 전혀 아니다. 그 공로는 오롯이 진보적 태도를 보인 이전에서부터 지금까지 세상의 모든 진보주의자들의 공로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현재의 미국적 리버럴들에게 불만이 많다. 그들은 이미 진보라는 색채를 잃어버린 보수일뿐이라고 본다. 공화당파는 보수의 보수이고,민주당즉 리버럴은 보수의 진보라고 표현해주는게 정상이라고 본다는 의미다. 나는 현재의 일반적인 미국적 리버럴들이 진보를 자처하는게 역겹다. 그들은 사실을 말하자면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