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적도 없고 내부 사정에 대해 남보다 더 많이 알지도 못하니 "노동조합의 미래"라는 거창한 제목의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 느꼈던 것들에 대해 간략히 기술한다.

나는 군사정부시절 대학을 다녔고 그당시 상당한 수준의 노동착취가 있었음을 알고 있기에 노동조합 또는 노동운동을 지지하였고(나의 지지가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믿고 있다.
미국유학을 가니 레이건 부시의 신자유주의가 힘을 쓰던 시기라 당연히 노동조합의 힘이 예전같지 않고 인수 합병등으로 실직자가 넘쳐나는 것을 목격하였다.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니 임금을 올릴 수 없다(또는 공장을 폐쇄할 수 밖에 없다)는 기업의 주장도 일리가 있고 우리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는데 이제와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냐 는 노동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보였다.
그러던 중 어느 잡지에서 미국철도노조의 흥망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는데 제목이나 지은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용은 상당히 흥미있는 것이었다.

19세기 말 부터 20세기 초 까지 미 철도노조는 미국내 가장 강력한 노조로 그 영향력이 상당했다고 한다.
20세기 초, 철도 산업은 성숙단계에 들어서고  경쟁이 심해지자 이익이 줄어든 철도회사는 노조와 충돌이 잦아졌는데 대개 비용을 줄이려는 회사의 시도에 노조가 반발하는 형태였다.  글의 저자는 특히 디젤기관차의 도입을 두고 벌인 노사대결이 노조의 몰락을 가져온 것이라 주장하고있다. 철도회사는 새로 개발된 디젤기관차를 도입하려 했는데 그 이유는 증기기관차에 비해 정비가 간단해서 상당한 비용절감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철도 노조는 크게 운행을 담당하는 노동자(기관사, 화부, 역무원등)와 정비를 담당하는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특히 정비노동자의 반대가 심했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비인력을 절반 이하로 줄일수 있다고 한다. 물론 증기기관차를 디젤로 모두 바꿀려면 수십년이 걸리니 그당시 노동자들은 고용에 영향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노조는 왜 반대를 한 것일까?
그 이유는 당시 철도원들은 대를 이어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가 줄어들면 당장 자기 자식의 취업이 곤란해 지니 반대한 것이라 한다. 운행을 맏는 노동자 들은 디젤기관차 운행에 2명의 인력만 필요하다는(화부가 필요없음)이유로 반대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디젤기관차에도 필요없는 화부가 동승한다는 조건으로, 그것도 시험적으로 몇대만 도입하는 정도로 합의를 보았는데 경영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하고     작은 철도회사는 파산하거나 합병되는 등 철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다. 2차대전이란 호황을 맞아 잠시 노사갈등이 잠잠해 지는 듯 했지만 종전 후 철도는 자동차라는 더 큰 적을 만나게 된다.  운송시장을 독점하다 시피한 비효율적인 철도기업은 자동차의 공세에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대부분 파산하여 노동자 들이 그렇게 지키려 했던 자식들을 위한 일자리도 지키지 못였다. 글 쓴이는 만약  30년대에 노조가 디젤기관차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미래를 대비했다면 철도노조는 물론 미국 경제에도 더 좋은 결과가 되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자동차가 보편화된 그당시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차와 자동차의 경쟁이 불가피 함을 알고 있었는데 노조지도부는 이렇게 뻔한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저자는 노조의 실책은 당시 철도노조가 너무 막강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한다. 힘이 있으니 자신들에게 불리해보이는 경영자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 본다.  미래를 위해 노조원들을 설득하는 노력보다는 힘을 내세운 파업의 위협으로 일단 돌파해 나간 것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길게 철도노조 이야기를 한 이유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의 일 때문이었다.
친한 친구가 당시 누구나 알만한 금융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노조활동을 하고있었다. 9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비록 갈등이 많았지만 노동계의 주장이 힘을 받고있을 때라  노조활동에 대해 격려하면서 위의 철도노조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의 주장은, 노조활동은 좋다 하지만 노조의 힙이 세지면 너희들도 철도노조와 같은 실수를 할 확률이 크니 회사의 미래를 보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우리나라도 각종 개방에 대한 논의가 많을 때라 외국기업의 공세에 우리나라 기업이 잘 견딜까하는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답이 뜻밖이었다.  "너 어디가서 그런얘기 하지마라. 욕먹는다." 하며  정부, 경영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아직 우리나라는 노조의 힙이 더 클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후 외환위기가 발생하며 친구는 일자리를 잃었고 한참을 고생했다.  다시 취업도 하고 요즘은 사업을 하고있는데 노조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 나라말아먹을 집단 정도로 평가한다.  그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파업뉴스 같은 애기를 화제에 올리기에 부담스런 친구가 되어버렸다.  

주위 사람들의 노조에 대한 평가는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다.   언제 우리나라 노조가 전성기 미국노조같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 적이 있느냐 또는 경제가 어려운 것은 정부 사용자 측의 책임이 더 크다 는 주장에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에 대한 평판은 노조가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노사갈등에 대한 노동계의 주장을 보면 과연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노조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노동계도 노력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한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