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패배한 직접적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호남 유권자층의 이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선거의 향방을 가른 것은 호남표만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천안함 역풍 등 복잡다단한 요소가 결합돼 이번 선거의 전체적인 승패를 갈랐습니다만, 유시민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진 것은 이른바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이 분열돼 100% 표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이 패배한 것은 이것 외에 달리 설명할 이유가 없습니다. 모두가 아니길 빌었습니다만, 유시민에게는 '호남 비토'가 존재했던 겁니다. 유시민이 8번이 아닌, 2번으로 출마했더라면 보나마나 압승으로 끝날 선거였기 때문입니다.


유시민은 단일화 승리로 야권 전체에 바람을 불러일으켜, 야권 후보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약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은 '호남 비토'로 인해 패배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맞이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뭃론 안희정이 이기고, 김두관이 이기고, 이광재가 이기고, 심지어는 송영길과 이시종이 이긴 것은, 유시민 덕분만은 아닙니다. 여러 다양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야권단일화 바람을 타지 못했다면, 야권이 단결해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고 그들의 '무한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견제심리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면, 그 다양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기지는 못했을 겁니다.



야권단일화바람은, 그것이 정당간의 단일한 대오를 만드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형식에 불과합니다. 그 형식이 바람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감동'이란 매개체가 있어야 합니다. 유시민은 경선단일화의 '기적'을 통해, 형식에 실질적인 내용을 불어넣었습니다. 유시민이 없었더라면 그 바람은 미풍에 그치고 말았을 겁니다. 유시민이 없었더라면,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커뮤니티와 '트윗질'의 강도는 훨씬 약화됐을 게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은 낙선함으로써, 민주당과 당선된 도지사들에게, 그리고 호남정서에게 매우 커다란 정치적 '부채'를 안긴 겁니다. 유시민이 안겨준 이 커다란 정치적 부채는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깊습니다.


복수는 끝났다


차기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진보개혁세력의 단일화'가 정답이란 사실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증명됐습니다. 진보개혁세력의 단일화가 표로 결집될 때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해야만 합니다. 여기에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도 한가지 요소입니다.


유시민을 여기에 대입해보면, 그의 대권가도에 가장 커다란 장애는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증명됐듯이 '호남의 비토'였습니다. 바로 이 '호남의 복수'로 인해 유시민은 낙선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자신을 던져, 바로 호남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당선시킨" 꼴이 돼 버렸습니다. 모두는 아니겠습니다만, 유시민을 싫어하는 호남인들의 마음 속에는 '부채의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유시민은 이번 선거에서 낙선함으로써, 비로소 호남비토론과 화해할 수 있는 단서를 잡은 격입니다. 용서(유시민이 뭘 잘못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갑니다만, 여하튼!!)와 화해가 쉽사리 되지는 않겠지만, 그 단서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유시민이 얻은 것은 작지 않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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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언제봐도 주옥(짧게 읽으시길 바랍니다)같은 명문이로군요.